할리우드 흥행, 사자와 고릴라에 달렸다

입력 2005-12-08 15:25:23

2005년 내내 저조한 흥행성적으로 우울한 한 해를 보낸 할리우드가 연말 동물을 주인공으로 한 두 편의 블록버스터 영화에 마지막 희망을 건다.

흥행 '대박'을 터뜨려야 하는 부담을 지고 개봉하는 두 편의 영화는 9일 개봉하는 판타지영화 '나니아 연대기:사자, 마술사와 옷장'(The Chronicles of Nania:The Lion, the Witch and the Wardrobe)과 그보다 닷새 늦은 14일 개봉하는 '킹콩'.

스튜디오 간부들은 이 두 영화가 지난해에 비해 무려 5억 달러 뒤처진 흥행수입 적자 폭을 줄이는 데 기여해줄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만약 두 영화가 이들의 기대에 부응한다면 올 한 해 가장 의외의 대박을 터뜨린 다큐멘터리 '펭귄들의 행진'과 더불어 동물들이 할리우드 박스오피스 성적에 큰 기여를 하게 되는 셈이다.

'나니나 연대기'와 '킹콩'은 또한 사자와 고릴라 중 누가 연말 박스오피스를 지배할 것인지에 대한 흥분 섞인 관심도 불러일으키고 있다.

할리우드 관계자들을 두 영화 모두 지난 여름 유일하게 3억 달러선을 돌파하는 흥행 '대박'을 터뜨린 '스타워즈 에피소드 3:시스의 복수'의 뒤를 이을 수 있는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1억5천만 달러의 제작비를 들인 '나니아 연대기'는 개봉 첫 주 예상 흥행이 5천500만 달러, 제작비 2억700만 달러의 대작 '킹콩'은 첫주말에 7천만 달러가 넘는 흥행 수입을 올릴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C.S. 루이스의 아동용 고전 판타지소설을 각색한 '나니아 연대기'는 어린 자녀를 포함, 온 가족이 함께 즐길 수 있는 가족영화로 '해리 포터와 불의 잔'을 성공으로 이끌었던 가족 관객이 다시 한번 대거 극장 나들이를 할 것으로 예상되는 작품이다.

게다가 내용 자체가 예수의 삶에 대한 은유로 받아들여져 기독교 단체들이 대거 관람에 나설 경우 엄청난 흥행 성공을 거둘 수 있는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 지난해 멜 깁슨의 '패션 오브 크라이스트'는 기독교 단체들의 단체 관람이 이어지면서 무려 3억7천60만 달러의 흥행 수입을 올렸다.

반면 1933년 클래식 영화를 '반지의 제왕'의 피터 잭슨이 리메이크한 '킹콩'은 10대 관객이 주 타깃으로 '반지의 제왕'과 잭슨 감독의 팬들을 끌어모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제작사인 유니버설 측은 10대 액션팬뿐 아니라 더욱 폭넓은 관객 층을 끌어들이기 위해 여배우 나오미 와츠와 킹콩 간의 러브스토리에 초점을 맞춘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미녀와 야수' 식의 이야기를 부각시킴으로써 흥행의 열쇠를 쥐고 있는 여성 관객을 끌어들이려는 전략이다.

연말 두 대작영화의 개봉으로 할리우드는 오래간만에 흥분 섞인 기대감에 부풀어 있으며 인터넷 영화사이트 등에서는 벌써부터 '나니아 연대기'의 사자와 '킹콩'의 고릴라 중에 누가 이길 것인가를 놓고 라이벌 의식이 싹트고 있기도 하다. 과연 사자와 고릴라가 우울했던 할리우드의 2005년의 대미를 멋지게 장식하면서 2006년을 맞을지 주목된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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