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 파업…대구·경북 수출 차질

입력 2005-12-08 11:07:38

대한항공이 8일 파업에 돌입함에 따라 대구·경북지역 업체들이 수출입에 차질을 빚는 등 지역 산업계 전반에 피해가 우려되고 있다.

조종사노조 파업으로 비상이 걸린 구미공단의 삼성과 LG 등 전자업계는 파업이 장기화될 경우 물류수송에 상당한 차질을 빚을 것으로 보고 사태추이에 따라 대책을 마련할 방침이다.

삼성전자의 경우 구미사업장에서 하루 약 20만 대의 휴대전화를 인천공항을 통해 수출하고 있다. 삼성전자 구미사업장 관계자는 "수출물량의 60, 70%를 맡고 있는 국내 항공사 가운데 대한항공이 담당하던 30, 40% 물량은 다른 외국항공사 등으로의 전환이 불가피할 것"이라며 "현재로선 큰 차질이 빚어지지 않지만 항공화물 수요가 몰리는 이달말까지 파업이 길어지면 걱정"이라고 말했다.

LG전자도 대한항공 조종사노조의 파업 장기화에 대비해 PDP TV, LCD 모니터 등 전자제품 수출에 따른 비상대책 마련에 나섰다. LG전자 구미사업장 관계자는 "지난 7월 아시아나 항공 조종사 파업 사태 때는 화물기 사정이 여의치 않아 여객기에 화물을 실어 수출, 막대한 물류비용이 들었다"며 "파업 장기화에 대비해 수출물량이나 일정 파악에 나서고 있는 중"이라고 말했다.

8일 대한항공 대구 화물대리점에 따르면 주로 대한항공을 이용, 화물을 수송해온 대구지역 업체들은 섬유·전자업계와 서문시장 도매상들로 이번 조종사 파업으로 제품 수송에 큰 차질을 빚고 있다.

지역 한 섬유업체는 파업에 따라 서울로 보낼 원단을 화물기 대신 고속버스로 바꿔 보낼 계획이다. 이 업체 관계자는 "KTX 개통으로 항공편이 준 상황에서 파업까지 겹쳐 타지로의 납품에 어려움이 많다"면서 "물량이 적은 경우 KTX나 고속버스로 가능하지만 큰 물량은 운송이 어렵다"고 말했다.

대한항공 건영항공화물을 이용해 제주도로 물량을 보내온 서문시장 상인들은 파업 이전 하루 4편에서 2편으로 줄어들어 제품 수송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침구류, 커튼, 원단 등 하루 평균 5, 6t의 제품을 실어보낸 서문시장 도매상들은 평소에도 물량을 소화하지 못했는데 이번 파업으로 더 큰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선박을 이용할 경우 항공편보다 하루 이틀 정도 더 늦어져 마땅한 대체 수단도 없는 실정이다.

또 인쇄회로기판(PCB) 등 전자기판을 제조하는 이수전자의 경우 대한항공의 파업에 따른 피해를 직접적으로 입고 있다. 이 업체에 따르면 8일 오전 갑자기 파업 통보를 받아 수출물량을 평소 이용하던 대구공항에서 인천공항으로 돌렸다는 것. 회사 관계자는 "오늘 아침에 갑자기 연락을 받아 오늘 항공 선적 물량인 1t 짜리 50박스를 급히 인천공항으로 보냈다"며 "인천공항에서 아마 항공사별로 나눠 선적하겠지만 비용이 얼마나 더 들지, 앞으로 어떻게 될지 알 수가 없다"고 말했다.

지역의 대표적인 PMP 생산업체인 네오솔의 경우도 당장 이번 주 수출 물량은 없지만 일주일 내에 수출 물량이 나오는 만큼 파업이 길어지면 직접적인 피해를 볼 수밖에 없다. 네오솔 관계자는 "대한항공 파업이 지속되면 다른 노선을 찾아야 하는데 항공 스페이스가 없어 갑자기 부킹하기도 힘들어지고 가격도 올라갈 것"이라며 "보통 한번에 1, 2t짜리 50~100박스 정도 수출하는데 적지않는 물량이어서 파업이 길어지면 항공 선적에 어려움이 예상되고 부품 수입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우려된다"고 했다.

항공화물기업인 제임스포워딩 손승식 과장은 "구미의 LG나 디보스 등 수출물량이 많고 제품이 큰 업체들의 경우 타격이 우려된다"며 "대한항공의 경우 워낙 수출물량이 많아 다른 항공사로 옮긴다 해도 공간이 한정돼 있어 다 소화하기에는 역부족"이라고 말했다.

김성우·모현철·이호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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