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화해와 통일의 새벽은 밝는다

입력 2005-12-08 11:40:57

해방 60주년의 섣달 첫 주간입니다.

금강과 설악산에 큰눈이 내렸습니다. 서설(瑞雪)이라기보다는 폭설이 삼천리강산을 뒤덮고 혹한(酷寒)까지 몰고 와서 교통대란이 일어났습니다. 아쉽고 어수선한 송구영신의 계절인데 올해는 해방되고 민족상잔의 아프고 슬픈 역사 60년을 마감하는 섣달이어서 더욱 마음이 무겁습니다.

생각 없이 그저 놀고 마시고 먹으며 크리스마스와 새해를 맞는 관행을 올해만은 버리고 진지하고 겸손하게 우리 민족이 걸어온 60년 통한과 고통의 역사를 정산해 보아야 하겠습니다. 그래야 겨레의 화해와 통일의 새벽을 바로 맞을 수 있을 것입니다.

1945년 8월 15일 우리에게 해방이 온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분열과 분단의 비극이 시작되고 급기야 1950년에 동족끼리 해치고 죽이는 상잔(相殘)전쟁에 들어가서 1, 2차 세계대전을 제외하면 20세기의 제일 많은 인명피해와 재산파괴를 기록했습니다. 백의민족이 피투성이가 되어 죽이고 죽었습니다.

38선은 분명히 일본패잔군의 무장해제를 위한 분계선 이상의 의미가 없었습니다. 북녘은 소련군이 남녘은 미군이 맡아서 항복을 받게 되어 있었는데 그 38선이 6'25전쟁(1950-1953) 이후 오늘의 휴전선으로 민족을 철저하게 분단시켜 버린 채 군사적 대립이 계속되어 왔습니다.

38도(북위)선은 너무도 많은 것을 갈라놓았습니다. 미국의 군사(軍事)역사 센터의 보고서는 지금 읽어도 눈물이 납니다. "75개의 적은 내(川)와 12개의 강(江)이 분단되고… 181개의 소로(小路)와 104개의 지방도로, 15개의 신작로와 8개의 국도, 그리고 6곳의 철도를 차단했습니다." 여기서 더 큰 비극이 있기 힘듭니다. 38선과 휴전선 주변의 사람들이 겪어야 했던 고통을 누가 알겠습니까? 어느 나라 어떤 정치지도자들이 책임을 질 수가 있겠습니까?

그런데 저는 이 암울하고 쓰라린 분단의 60년을 슬프고 비관적으로만 생각하지 않습니다. 역설적이지만 60년의 잔인하고 역겨웠던 역사 속에서 우리의 강인하고 끈질긴 겨레의 혼이 시련을 딛고 일어서서 오늘의 축복을 받았다고 굳게 믿습니다.

12월 5일에 대한민국은 세상을 놀라게 한 기적적인 기록을 이룩했습니다. 산업자원부의 발표에 의하면 우리나라의 교역규모가 5,000억 달러를 돌파하고 연말에는 5,450억 달러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죽기 살기로 땀과 눈물을 흘린 대가이고 5천년 민족사에 처음 있는 대업입니다.

1인당 국민소득(GNP)이 1950년대 초반(6'25전쟁직후)에 불과 68달러 정도였습니다. 굶주리고 헐벗고 병든 최저개발국으로 희망이 아주 없는 불쌍한 나라였습니다. 1964년에 겨우 103달러로 올랐는데 금년 41년 만에 1만4,162만 달러의 금자탑을 세웠고 명년에는 2만 달러에 육박하게 됩니다.

다만 이 시점에서 우리가 진솔하고 정직하게 생각을 골똘하게 할 일이 있습니다. 그것은 남북분단 대치상황 속에서의 이질화와 괴리현상입니다. 북한은 이 세상에서 제일 영양실조가 심각한 나라들 10개 국가 가운데 제7위라고 한 국제보고서가 밝혔습니다. 총인구의 57%가 영양부족으로 고통을 받고 있다고 합니다. 우리는 너무 부유합니다.

이제는 정말 한민족이 화해와 통일의 새 아침을 맞아야 할 때입니다. 많이 늦었지만 이제라도 우리 남녘의 백성들이 7,000만 민족공동체의 재통합을 과감하게 시도해 보는데 한목소리를 내야 합니다. 새벽과 새 아침은 살아 생동하는 민족에게만 의미가 있습니다. 죽었거나 잠자는 생명에게는 새벽이 아무런 의미가 없습니다.

2006년을 민족통일의 원년으로 맞고 휴전선 철조망을 뚫고 겨레사랑과 화해, 그리고 통일의 굳센 발걸음을 내딛고 나가십시다.

이윤구 백범사상실천운동연합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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