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노트-'수사권 조정' 與의원들 본심은

입력 2005-12-08 10:37:59

열린우리당이 검·경 수사권 조정에 대한 안을 발표했다. 경찰 주장을 대부분 수용한 이 안은 아직 당론으로 확정되지는 않았지만 여당 의원들 간에 상당한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어 당론으로 채택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을 전망.

이렇게 되자 여당안에 대해 경찰은 쌍수를 들어 환영하고 있는 반면 검찰은 총장까지 나서서 공식적으로 여당안에 대한 거부 입장을 밝히며 반발하고 있다.

사실 국민의 입장에서 두 기관의 수사권 다툼은 볼썽사나운 기관 이기주의에 다름 아니었다. 누가 갖고 있든 제대로 된 수사와 인권보호를 하면 될 일이다. 이 때문에 그동안 검·경이 수사권 조정 문제를 놓고 갈등과 마찰을 빚을 때마다 여권은 당사자 협의에 의한 조정을 강조해왔다.

그런데 여당이 전격적으로 안을 발표해 버렸다. 여당이 경찰 주장을 그대로 반영한 안을 만들든 검찰 입장을 반영한 안을 만들든 국민에게 그다지 중요한 것이 아니지만 솔직히 이번 여당의 행태는 실망감을 금할 수 없다. 내용과 발표 시점에서 의도가 순수해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2002년 대선자금 수사부터 최근 전직 국정원장 구속까지 자기들 의도와 달리 수사가 진행된 데 대해 불쾌감을 느낀 '의원님'들이 검찰에 대한 민주적 통제를 강조한 나머지 검찰 길들이기에 나서지 않았나 하는 의심까지 든다.

정치권은 검찰의 정치적 중립을 엄청 주장하면서도 유독 자기들 관련 사안에서는 '정치적 중립'을 빙자한 '정치적 고려'를 주문했다. 불법 도청 보고를 받고, 혐의가 드러나도 사실을 부인하고 은폐 시도까지 한, 즉 가장 중요한 구속 사유에 해당되는 피의자인 두 전직 국정원장을 여권의 주문대로 구속하지 않는다면 그게 중립적인 검찰이라고 할 수 있는가.

특정 기관의 입장을 지지할 생각은 없지만 감정적 대응을 하는 여당 모습은 한편으론 철없고 다른 한편으론 가엾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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