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덕이 갈라지고 있다. 중저준위방사성폐기물처분장 후유증이다. 6일 날아든 한 장의 보도자료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 "영덕군의회, 도의원들에게 알림- 벼룩도 낯짝이 있다는데…, 우리는 지난 가을 당신들이 한 행태를 알고 있다."
발신자는 최근 발족한 영덕의 모 사회단체. 내용은 지난달 실시된 방폐장 주민투표 당시 찬반을 넘나드는 등 부적절한 행동을 보인 몇몇 의원들을 용서하지 못하며 끝까지 심판할 것을 맹세한다는 것이었다. 이 단체는 이에 앞서서도 "방폐장에 반대한 강구 대게상가와 농촌에 대한 내년도 예산 지원을 철회하라"는 내용의 자료를 발표, 논란을 낳기도 했다.
방폐장 주민투표는 실시된 지 이미 한 달이 지난, 어찌보면 '한물간 사안'이다. 지금 이러쿵저러쿵한다고 해서 다시 돌아올 일도 없다. 상처를 하루빨리 극복하고 새로이 살길을 모색해 나가는 것이 순서다. 그러나 지금 영덕에서 벌어지고 있는 현상은 기대와는 영 딴판이다.
일부에서는 주민투표 당시 반대한 의원 및 출마예상자들은 내년 지방선거에서 반드시 낙선시켜야 한다며 '살생부 리스트'도 마련한 것으로 전해진다. 방폐장 유치에 반대한 사람이 운영하는 상점엔 여전히 발길이 뜸하다. 더욱이 이 '여론재판'엔 평소 그토록 지역을 위한다고 하던 인사들마저 일부 끼여 있다.
영덕읍 한 주민은 "찬성이나 반대나 모두 영덕을 위한 것이었을 텐데 안타깝기 그지없다"며 "이제는 대승적 차원에서 훌훌 털고 화합해야 한다"고 열을 올렸다.
찬성진영에 섰던 군민들이 받은 허탈한 마음과 심정은 이해가 간다. 하지만 영덕은 지금 사상 최악의 불경기를 겪고 있다. 오후 8시가 지나면 군청 소재지인 영덕읍시가지에서조차 나다니는 사람을 찾기가 어렵다.
군민 모두가 머리를 맞대도 위기를 극복할 묘수를 찾기가 쉽잖은 판에 주민들이 서로 갈라져 싸우면 어떻게 될까. 또 그 결과 얻을 것은 무엇일까. 예로부터 '덕'(德)으로 꽉 찼다는 영덕(盈德)이 어쩌다 이 지경이 됐는지 매서운 겨울바람이 더 차갑게 느껴진다.
영덕·최윤채기자 cycho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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