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습-컴퓨터에 몰두…매사 반항적

입력 2005-12-06 10:04:47

문 : 고1 아들을 둔 직장 여성입니다. 고등학교에 들어와 컴퓨터에 몰두하면서 누구의 말도 듣지 않고 매사에 반항적입니다. 아이가 컴퓨터를 자제할 수 있게 하는 방법과 부모가 어떻게 자녀를 지도해야 할지에 대해 조언을 부탁합니다.

답 : 자녀 교육을 전적으로 남에게 맡겨야 하는 오늘날 부모가 자식에게 미칠 수 있는 영향력은 크게 줄어들었습니다. 그러나 아직도 우리 주변에는 교육의 상당 부분을 직접 맡아서 하겠다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여기에서 말하는 사람은 시간에 맞추어 자녀들을 학교나 학원에 데려다 주고 데려오는 그런 극성스런 부류가 아닙니다. 부모의 경험과 학식을 자녀의 취향과 적성에 맞게 전수해 주고, 또한 시대의 흐름을 민감하게 파악하여 자녀의 장래를 진정으로 생각하는 그런 사람들을 말합니다.

영국의 유명한 경제학자이자 철학자이며 사회사상가였던 J S 밀(John Stuart Mill)의 아버지 J 밀(James Mill)의 자식 교육방법은 우리에게 많은 것을 시사해 줍니다. 사람들은 흔히 J 밀의 방식이 무자비한 주입식 교육이었다고 잘못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J S 밀은 "내가 아버지로부터 받은 것은 결코 주입식 교육이 아니었다. 아버지께서는 단순히 암기력 훈련 차원의 모든 교육을 단호히 배격하셨다. 만약 내가 무엇을 이룩한 것이 있다면, 이는 아버지께서 어린 시절 나에게 해주신 교육 덕택이다. 나는 나와 같은 동시대인들보다 25년은 앞서 출발하는 이점을 갖고 인생을 시작했다. 생각하게 하는 교육은 오늘의 나를 만들었다"라고 회고했습니다.

오늘의 청소년들은 불행합니다. 부모의 교육 수준과 경제적 수준이 높을수록 자녀들은 괴롭습니다. 자녀 교육에 대한 지나친 관심은 자연히 극도의 간섭으로 이어지기가 쉽기 때문입니다. 부모가 믿고 맡긴다는 자세를 보여주지 않을 때, 자녀는 반항하거나 매사에 소극적인 소심형으로 변하게 됩니다. 유대인 천재 교육의 비법은 칭찬에 있습니다.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사람은 칭찬을 들을 때 상상력이 풍부해지고 천재성이 발휘됩니다. 우리는 꾸중과 질책을 관심과 애정으로 착각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부모는 가능하면 칭찬거리를 찾아 칭찬과 격려를 해 주려는 마음의 자세를 가져야 합니다.

청소년이 제대로 성장하기 위해서 육체적으로는 '땀'을 흘려야 하고 정신적으로는 주기적으로 '감동'의 세례를 받아야 합니다. 우리는 흔히 수험생에게 별 생각 없이 "놀지 말고 공부하라"라고 말합니다. 어떻게 사람이 놀이나 휴식 없이 책상 앞에만 앉아 있을 수 있겠습니까? 학창 시절에 그런 대로 열심히 공부해 본 사람이라면 이런 강요는 하지 않을 것입니다. 공부와 휴식을 엄격히 구분할 줄 알고 조화를 이룰 수 있게 도와주어야 합니다. 공부할 때는 집중해서 최선을 다하고 한 매듭이 지어지고 나면 밖에 나가 땀을 흘리며 스트레스를 해소해야 하고 음악을 듣거나 독서를 하며 감동을 맛볼 수 있어야 합니다. 사람은 진한 감동을 경험할 때 생의 활력을 되찾게 되고 현재 하는 일에 가치와 의미를 부여하게 됩니다.

우리의 자녀들은 기계가 아닙니다. 그들은 무한한 가변성과 가능성을 동시에 가지고 있는 가장 생명 활동이 왕성한 작은 우주입니다. 부모의 모범과 여유 있는 자세 여하에 따라 우리의 자녀는 찬란한 태양이 될 수도 있고, 차가운 얼음 조각으로 생명이 다하는 날까지 정처 없이 돌아다녀야 하는 떠돌이 별로 전락할 수도 있습니다.

많은 수험생과 학부모들이 컴퓨터와 관련된 문제로 고민하며 상담을 요청하고 있습니다. 일부 가정에서는 컴퓨터를 없애버리는 극단적인 처방을 내리자 학생이 반발하여 PC방에서 밤을 새고 집에 들어오지 않는 일까지 일어나고 있습니다. 지난주에는 컴퓨터 때문에 대구의 모 중학생이 자살하는 일까지 일어났습니다. 여러 가지 해결책을 제시할 수 있겠지만 가정의 분위기와 중독 정도에 따라서 지도 방법이 달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부모님께서는 컴퓨터에 대해 긍정적인 시각까지는 아니더라도 무조건 부정하는 태도는 갖지 않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컴퓨터를 없애버리는 극단적인 태도는 문제 해결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십중팔구 사태를 악화시킬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합니다. 젊은이들에게 있어서 컴퓨터는 각종 정보를 얻고 그들끼리 의사를 소통하는 삶의 필수 도구입니다.

학생은 자신의 생활에서 컴퓨터가 진정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를 진지하게 생각해 보아야 합니다. 컴퓨터로 게임을 즐기고 친구와 메일을 주고받는 일이 일상화되어 있는데 어느 날 단칼에 끊어버리기란 쉽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나 컴퓨터를 통해 각종 학습 정보를 얻을 수도 있고,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도 있지만 실제 공부에는 거의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합니다.

바람직한 해결책은 이렇습니다. 먼저 학생 자신이 자발적으로 입장을 정리하는 것입니다. 평일에는 컴퓨터를 켜지 않거나 하루 20분 내에서 메일을 확인하고 답장하는 정도로 이용하고 주말에는 좀 길게 게임을 즐기는 식으로 원칙을 정하는 것입니다. 그 다음으로 부모님과 학생이 함께 앉아 학창시절이 인생에서 자신에게 얼마나 중요한 시기인지를 생각하며 문명의 이기를 생산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서로 도와 줄 수 있는 방법은 없는가를 토론해 보는 것입니다. 아무리 노력해도 심각한 상황이 지속될 때는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이 더 큰 불행을 막을 수 있습니다.

윤일현(송원학원진학지도실장 ihnyoo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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