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 시·도 폐지론' 제동
노무현 대통령과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의 지난 9월 초 회담을 계기로 급부상한 '행정구역 개편' 논의가 탄력을 받고 있다. 박 대표는 당시 노 대통령이 제안한 대연정을 거부하는 대신 '지역주의 극복'이란 화두에 응답하기 위해 행정구역 개편을 대안으로 제시했고, 이에 대한 정치권의 논의가 활발하기 때문이다.
◆여야 공감대 형성
행정구역 개편은 사실 여야 간에 꾸준히 논의가 진행돼 온 사안. 이미 여야는 이 문제를 전문으로 다룰 '국회 지방행정체제 개편 특위'를 구성, 출범시킨 상태다. 여야가 대체로 공감하고 있는 행정구역 개편 방향은 '광역 시·도→시·군·구→읍·면·동'의 3단계 행정구역 체제를 2단계로 간소화한다는 것. '시·군·구'를 2~4개씩 묶어 광역자치단체로 기능하게 하는 방식이다.
이렇게 되면 '도(道)'라는 행정구역 단위가 없어지고, 도 경계지역의 경우 서로 다른 도에 속했던 시·군·구들이 하나의 행정구역으로 통합돼 지역주의 극복의 계기를 마련할 수 있다는 것이다.
◆지역정치권 의견
지역 정치권도 행정구역 간소화를 지지하는 입장이다. 지역주의 극복이라는 대명제도 있지만 우선 대구·경북 통합에 따른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까지 국회 행자위 소속이었던 한나라당 이명규(대구 북갑) 의원은 6일 "광역시의 폐지나 도의 폐지 등 광역단체의 행정구역 변화는 불가피하다"며 "광역시·도의 구분을 없애고 대구·경북 통합이 이뤄진다면 행정업무 일원화에 따른 효율성은 증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대구는 용지 부족으로 할 수 없는 사업들이 많다"며 "대구의 중추도시 기능을 강화하고 각종 산업단지를 대구 인근 경북에 유치할 수 있도록 행정구역 개편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산시와 대구시의 통합을 공약으로 내세운 같은 당 최경환(경산·청도) 의원도 "현재의 3단계 행정구역 체제는 너무 복잡하고 시대에 맞는 않는 것"이라며 "한 단계 줄이는 것에 논의의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도를 폐지해 광역시 중심으로 대구와 경북의 통합이 이뤄져야 한다는 말도 전했다.
◆전문가 의견
하지만 국회 지방행정체제 개편 특위(위원장 허태열)가 지난 1일과 6일 국회에서 가진 1, 2차 공청회에서 행정 전문가들은 지방행정구역 간소화를 주장하는 정치권 움직임에 제동을 걸었다. 정치권이 너무 획일적인 방안(행정단위 축소)을 제시하고 있어 더 다양한 대안 모색을 통해 실현 가능성을 높여야 한다는 주장이다.
6일 열린 2차 공청회에서 토론자로 참석한 이기우 인하대 교수는 "시·도와 시·군·자치구의 업무 중복으로 인한 폐단과 이중적인 관할 문제는 행정구역을 간소화하려는 충분한 이유가 되지 못한다"며 "도의 폐지 대신 시·도와 시·군·자치구의 권한 및 기능을 재배분해 업무 중복과 비효율이란 문제를 해소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배준구 경성대 교수도 지방자치단체가 현행 3단계 계층구조를 유지해야 하는 이유에 대해 ▷현행 3계층제가 선진국형 모델이라는 점 ▷2계층제에서는 지방정부의 책임성 결여 및 주민의 통제력 상실 우려가 크다는 점 등을 꼽았다.
앞서 1차 공청회에서도 이규환 중앙대 교수는 "지방행정구역 개편으로 기대되는 목표를 달성하려면 주민 참여와 협력이 필수적이며 학자들의 학술적 관점이나 정치권의 이해관계에 휘둘려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같은 맥락에서 최근 정치권을 중심으로 현행 광역-기초 자치제를 60~70개의 (광역)시로 단층화하자는 주장이 확산되고 있는 데 대해 "지역감정 해소 및 비용 절감의 장점이 있는 반면, 중앙집권화를 초래하고 광역적 행정이나 개발에 관한 사무 처리에 부적합하다는 단점이 모두 존재한다"며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박상전기자 mikypark@msnet.co.kr
댓글 많은 뉴스
나경원 "李 장남 결혼, 비공개라며 계좌는 왜?…위선·기만"
이 대통령 지지율 58.6%…부정 평가 34.2%
"재산 70억 주진우가 2억 김민석 심판?…자신 있나" 與박선원 반박
트럼프 조기 귀국에 한미 정상회담 불발…"美측서 양해"
김민석 "벌거벗겨진 것 같다는 아내, 눈에 실핏줄 터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