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적이 표준점수와 백분위로만 표기되는 지난해부터 수능의 변별력이 크게 떨어졌다. 따라서 최상위권 대학은 논술이나 구술·면접과 같은 대학별 고사가 당락을 결정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전국의 학원가는 대책 없이 막연해 하는 수험생을 상대로 반짝 특수를 노리는 상술이 판을 치고 있다. 대구도 수성학군을 중심으로 부르는 것이 값인 격으로 고액 과외가 판을 치고 있다. 그러나 입시전문가들은 기출문제를 풀어보며 지망 대학의 출제 경향을 파악하고 바른 접근법에 따라 직접 글을 쓰며 첨삭지도를 받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고 말한다. 대학별 출제 경향과 논술문을 쓸 때의 접근방법에 대한 전문가들의 견해를 알아본다.
▲제1단계-논제 분석과 출제 의도 파악하기
논술의 답안은 열려 있지만, 답안의 방향은 정해져 있고 그 내용은 제한되어 있기 때문에 그 방향과 내용을 포착하지 못하면 오답을 쓰게 된다. 따라서 논제 분석을 통해, 그리고 논제와 제시문을 유기적으로 관련지어 출제자가 무엇을 문제 삼고 무엇을 어떻게 논술하라고 요구하는지를 객관적으로 정확히 파악해야 한다. 그래야 논제에 휘둘리거나 끌려다니지 않고, 뚜렷한 문제의식으로 객관적 맥락과 자신의 관점에 따라 문제를 철저히 해명할 수 있다.
논제의 앞부분에 나오는 요구 사항은 논의 대상이나 문제 상황의 특성·속성이나 구성 요소, 대상이나 요소 간의 관계, 인과 관계에 대한 것으로서 제시문의 객관적인 내용에 대한 기술적인 분석이나 해석에 초점을 맞춘 질문이 대부분이다. 이러한 질문에 대한 답변의 내용은 제시문의 내용을 종합적으로 요약하거나 분석하면 해결할 수 있다.
논제 뒷부분의 요구 사항은 제시문에 대한 비판적 독해를 바탕으로 문제의 대상이 현대의 우리 삶이나 사회에 미치는 긍정적이거나 부정적인 영향, 우리가 살고 있는 지금 여기에서의 의의나 가치와 한계, 문제의 원인이나 문제점과 해결 방안, 문제 해결의 조건이나 문제 해결을 위한 바람직한 자세나 태도에 대한 논술자의 견해를 묻는 심층적인 질문이 대부분이다. 이러한 질문에는 문제 상황과 관련지어 제시문들이 대등한 관계인지, 아니면 각 제시문이 상대적으로 부분 집합인지 전체 집합인지 포함 관계 등을 따져 보고 제시문의 공통점이나 차이점, 그것의 사회적·문화적·경제적 의미, 문제 해결과 연관된 자신의 체험과 지식을 논리적으로 통합하여 주어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더 나은 가치와 방향, 문제에서 제시된 상황과 유사한 지금 여기의 현실 문제 등을 꼼꼼히 따져 보면 해명할 수 있다.
▲제2단계-논제 해결을 위한 제시문 분석과 논점 파악하기
일반적으로 논제가 현대적 문제 상황에 대한 요구 사항을 담고 있다면, 동서 고금의 명문의 일부인 제시문의 내용은 그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되는 통찰력이나 문제의식을 담고 있다. 제시된 글을 읽을 때에는 피동적으로 따라 읽지 말고, 다른 방향이나 관점에서 생각해 보거나 반론을 제기하면서 그에 대해 답해 가는 것과 같이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태도로 읽어 나가야 한다.
기본적으로 제시된 각 글의 흐름에 따라 단락별로 논지와 근거를 핵심어를 중심으로 간추려야 한다. 그런 다음 제시문의 내용들을 논제의 요구 사항과 논점과 연관지어 출제자가 전체적으로 무엇을, 왜 문제 삼고 있는지를 알아내야 한다. 논제를 쉽게 풀어 나가기 위해서는 논제의 요구 사항에 맞춰, 거기에 해당하는 내용들만 추려서 분석한 뒤, 논제의 요구 사항을 해결하기 위한 논점을 구체화해야 한다.
출제자는 수험생이 논의의 실마리로 활용하라는 뜻에서 제시문을 보통 2∼5개의 토막글로 제공한다. 각 제시문의 내용은 문제가 되는 쟁점에 대한 견해의 차이를 담고 있는 글로서 문제의 원인이나 해결 방안의 실마리를 직·간접적으로 다루고 있다. 대개 제시문들은 쟁점에 대한 긍정적인 견해, 부정적인 견해, 제3의 견해 등과 같은 배열로 이루어지거나, 강한 긍정과 조건부 약한 긍정, 강한 부정 등으로 배치하거나, 쟁점에 대해 영역별 관점이나 주체별 관점의 순서로 구성된다. 따라서 각 제시문이 관점과 대상에 따라 어떠한 견해 차이를 보이고 있는가를 정리하고, 그 차이의 근거들이 무엇인가를 생각하면서 독해를 해야 논의의 가닥을 잡을 수 있다.
또한 논제의 물음들에 대한 정보와 지식이 제시문에서 제공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특별히 논제에 대한 지식과 정보가 없었다면 제시문을 힌트로 삼아 그것을 자신의 언어로 재구성하여 자기 견해를 펼쳐 나가는 것도 하나의 요령이다. 단 제시문을 그대로 옮겨 적어 자신의 견해처럼 사용하면 감점당한다. 남의 주장이 어디까지이고 이에 대한 나의 생각이 무엇인가를 명확히 구분하여 논의를 전개하는 것이 중요하다.
▲제3단계-논제 해결 방안의 모색과 논거 마련하기
문제의 요구 사항은 대체로 두 가지 이상이다. 그 구체적이 내용으로는 제시문의 내용 이해와 분석, 상반된 견해에 대한 자신의 견해 옹호나 제3의 견해 제시, 문제되는 대상의 특성이나 현상의 원인·의의나 의미 분석, 현상의 문제점이나 한계, 대상의 부정적 영향 등의 분석이나 설명, 문제점이나 한계의 극복 방안, 바람직한 지향점이나 추구해야 할 방향이나 태도 제시 등을 들 수 있다.
이러한 요구 사항에 대한 논거를 마련하기 위해서는 학교나 일상 생활에서 얻은 다양한 지식과 상식을 통합적으로 연결해서 이끌어 내야 한다. 논거가 구체적으로 떠오르지 않을 경우에는 정치, 경제, 사회, 문화, 국제 등 해당 영역의 구체적인 사례를 생각하거나 긍정과 부정, 통시와 공시, 추상과 구체, 미시와 거시, 현실과 당위, 부분과 전체 등의 범주로 고찰해 보거나, 노동자와 자본가와 정부 등과 같이 관련 당사자의 관점에 따른 주체별 입장을 고려해 보면 된다. 이 때 주의할 점은 논의되는 문제점과 관련된 우리 삶과 사회의 문제들을 유기적으로 연결시켜 자신의 창의적인 생각과 논리로 논의를 펼쳐야 높이 평가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해결 방안을 고려할 때에는 문제의 사안마다 원인 진단과 해결책이 달라야 한다는 관점에서 좀 더 탄력적이고 융통성 있는 판단 잣대와 논리적 상상력을 발휘해야 한다. 뚜렷하게 낙후되거나 잘못된 영역과 문제들은 더 나은 잣대와 이념으로 고쳐 나가야 하겠지만, 여러 영역에 걸친 복잡한 문제는 객관적이고 역동적인 현실에 맞춰 주관적인 가치와 이념, 방법 등을 수정해 나가야 한다. 예컨대 경제 영역은 자유 경쟁주의와 합리적 경제인 이념이, 정치 영역은 평등과 공동체주의 이념이, 또 경제 영역에서도 생산의 측면에서는 생존과 절제의 논리가, 소비의 측면에서는 효용과 쾌락의 논리가 지배적이다. 또, 과학 영역에서는 합리성과 실용성이, 예술 영역에서는 미학적 가치가, 그리고 종교 영역에서는 구원과 절대적 믿음이 핵심적인 가치로 추구되고 있다.
▲제4단계-효과적인 개요 작성하기
개요를 작성할 때에는 전체 논의 속에서 단락에 대한 배분과 논거와 예시가 적절하고 균형 있게 제시되었는지를 점검해야 한다. 글을 쓰기에 앞서 자신이 전달하고자 하는 내용의 전체 윤곽을 미리 효과적으로 배치한 개요를 작성하는 것이 좋은 이유는, 논의를 산만하게 하거나 엉뚱하게 전개하는 실수를 하지 않을 수 있고, 당황하지 않고 주어진 시간 안에 적절한 분량으로 더욱 설득력 있는 글을 쓸 수 있기 때문이다. 주어진 시간 안에 논술문을 다 작성하지 못하는 학생이나 실전에서 수정하는 시간을 줄이려는 학생은 시험에 앞서 개요를 작성하는 연습을 많이 하는 것이 좋다. 그리하면 실제 시험에서 논술을 작성하는 시간이 부족하지 않게 된다.
▲제5단계-논술하기
실제로 글을 쓸 때에는 개요에 따라 쓰되, 쓰는 도중에 좋은 생각이 떠오른다고 그대로 쓰지 말고 개요를 통해 전체의 흐름을 확인하고 그에 알맞은 내용과 표현으로 바꾸어 써야 한다. 문장과 문장 사이가 자연스럽고 긴밀하게 연결되도록 하기 위해서는 적절한 접속어, 지시어, 유사어구의 반복과 같은 방법을 사용하는 것도 좋다. 또 지나치게 멋진 표현이나 명문을 써야겠다는 공연한 마음은 버려야 한다. 자기 생각을 정확하고 명료하게 표현하면 그것으로 충분하기 때문이다. 하나의 문장에는 하나의 생각만 담는다는 자세로, 간결한 문장을 어법에 맞도록 정확하게 구사하면 되는 것이다.
▲제6단계-퇴고하기
실전 시험장에서는 시간이 촉박하기 때문에 글의 순서를 바꾸거나 쓸데없는 부분을 빼거나 보충하는 것이 아니라 틀린 글자, 어문 규정에 어긋난 것, 잘못된 어구 정도를 손보는 것에 그칠 수밖에 없다. 그러므로 '띄어쓰기, 맞춤법, 원고지 사용법은 올바른가?', '문장 구조로 보아 의미가 모호한 곳에 반점(,)을 찍거나 뺐는가?', '문장의 호응이 제대로 이루어져 있는가?', '접속어가 글의 흐름에 맞게 사용되었는가?', '단락이 제대로 구분되어 있는가?'를 중점적으로 퇴고하면, 짧은 시간 안에 자신의 글이 애초 의도대로 표현되었는지 여부를 객관적으로 살피는 데 도움이 된다. 글을 다듬거나 고칠 때에는 반드시 교정 기호를 사용해야 한다.
김재경기자 kjk@msnet.co.kr
도움말 : 송원학원 진학지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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