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감 아닌 검은 실 '생명력'을 뜨다

입력 2005-12-05 16:12:03

서옥순 'Existenz전'

물감이 아닌 검은 실로 뜨는 작업과 도자기로 구운 작품 설치로 독특한 한국적인 정서를 표현하는 작가 서옥순 씨의 전시회 'Existenz전'이 8일까지 동제미술전시관에서 열린다.

독일에서 귀국한 뒤 첫 개인전인 이번 전시회의 주제는 '존재(Existenz)'에 관한 것이다. 서씨 작품의 주요 소재는 검은 실이다. 눈에서, 때로는 손에서 흰색의 캔버스 위를 흘러내리는 실은 그 형태가 없이 바닥으로 향하고 있다. 끝없이 침잠할 것 같은 검은 실들은 결국 내가 인식할 수도 없고 소유할 수도 없는 무형의 무의미한 대상에 지나지 않는다. 지구의 중력을 벗어나지 못하고 떨어지고, 바람부는 대로 흩날리는 나약한 물질에 지나지 않는다. 가로·세로로 짜여진 부분은 오히려 소유와 집착에 꽉 막힌 현대 도시인들의 답답한 일상을 대변하듯 캔버스에 고착돼 있다. 서씨는 "언젠가는 소멸하게 마련인 세상 모든 것에 대한 집착과 욕망이 무의미함을 표현하고 싶었다"고 했다.

한 방을 가득 채운 설치 작업도 있다. 서씨가 세라믹으로 만든 마른 명태는 하얗게 입을 벌린 채 죽어있는 존재다. 이 명태에 생명력을 불어넣는 것은 그를 둘러싼 검은색의 한지. 구(球) 형태로 명태를 둘러싼 한지는 명태가 마치 새하얀 바닷속을 유영하는 존재인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서씨는 "앞으로 국내와 독일을 오가며 작품활동과 전시회를 병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어린 시절 할머니로부터 배운 바느질로 가득 찬 서씨의 작품 등 10여 점을 감상할 수 있다. 053)767-0114.

조문호기자 news119@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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