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 교수 죽이러 여기 왔다" 한 PD수첩

입력 2005-12-05 11:54:50

정말 이해할 수 없는 PD수첩이다. 황우석 교수를 매장시키지 못해 안달이 났던 것 같다. 마치 황 교수팀의 줄기세포 복제 성과를 시샘하는 외국 과학계의 사주라도 받지 않았나 하고 의심할 정도다. 그러지 않고서야 정상적 저널리즘과는 완전히 엇나간 협박'회유'몰래카메라 따위의 온갖 부정(不正)한 방법을 동원할 수 있었을까. 도무지 이해할 길이 없다. 미국까지 날아가 파견 연구원들에게 "황 교수를 조용히 끌어앉히려고 왔다. 죽이러 왔다"고 한 것은 고문이고 취조이지 취재가 아니다.

어젯밤 MBC는 뉴스 데스크를 통해 PD수첩의 '강압취재'를 사과했지만, 국민의 분노는 오히려 커졌다. 뉴스 데스크는 "PD수첩 제작진이 공영 방송 종사자로서 취재 윤리에 어긋나는 행동을 했다"고 잘못을 인정했다. 이전까지 PD수첩을 옹호하던 것과 180도 바뀐 태도다. 그렇지만 이런 사과 자세는 옹색하고 자기 방어적이다.

MBC의 사과는 뉴스 전문 채널 YTN의 관련 연구원 증언 방송이 있고서야 나왔고, 정당성을 잃은 취재 과정에 한정했다는 점에서 아쉽기 짝이 없다. 지난달 PD수첩 방송 전에 이미 사회적 논란이 일었는 데도 회사 차원에서 방송을 강행한 데 대한 사과 또한 미흡했다. 자신들이 풍파를 일으킨 황 교수 논문 허위 여부 검증을 과학계 과제로 떠넘기는 자세도 국민 정서상 욕만 먹는 소리다. MBC는 그런 자격을 잃었다. 그래도 생명 윤리를 부각시키지 않았느냐는 소리도 지금은 말 같잖을 뿐이다.

MBC는 적극적으로 책임을 져야 한다. 누구도 의문을 달지 않은 황 교수의 성과를 사기극으로 몰아가려 한 점, 한국 생명과학의 위상과 신뢰에 타격을 준 점, 황 교수 연구팀의 전열을 뒤흔든 점, 국민에게 혼란을 안긴 점 등을 무겁게 인식해야 한다. 단지 PD수첩 제작진 문책 하나로 국민 분노를 가라앉힌다고 보면 오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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