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테러용의자 억류 실수 인정"

입력 2005-12-05 10:51:03

독일에 '함구' 요청…유럽 'CIA 불법구금' 조사 난관에

미국 정부는 지난해 테러범 용의로 구금했던 레바논계 독일인 칼레드 엘 마스리를 풀어주기 전 당시 주독 미대사를 통해 독일 내무장관에게 자신들의 실수를 인정하고, 그러나 이에 관해 함구해줄 것을 요청했다고 워싱턴 포스트가 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신문은 익명의 미 중앙정보국(CIA) 관계자들의 말을 인용, 이같이 전하고 이에 따라 독일 검찰의 마스리 사건 수사에도 불구하고 독일 내무부는 이에 관해 공개 언급을 하지 않고 있으며, 이번 보도와 관련한 논평 주문에도 CIA, 주독 미대사관, 독일 내무부, 주미 독일 대사관 모두 응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신문은 마스리 사건은 9·11 테러 공격후 CIA가 테러 공격 재연시 책임에 대한 강박관념에 쫓겨 희박하거나 막연한 추측만으로 마구 억류한 사례가 있음과 비밀활동시 실수가 있더라도 바로잡기 어렵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마스리 변호인은 이번주 미 법원에 불법감금 관련 소송을 제기할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CIA 및 협조국 당국이 실수한 사례와 관련, 신문은 "무고한 것으로 밝혀진 한 대학교수는 학점을 짜게 준 알 카에다 요원에 의해 용의자로 찍혔던 것"이라고 사례를 소개했다.

마스리가 당초 2003년 말 "부인과 다투고 열을 식히기 위해 마케도니아로 갔다가 국경 경찰에 의해 버스에서 끌어내려질 때도 이름이 9·11 용의자 한 사람과 비슷하다는 이유"에서였다.

또 마케도니아 경찰이 그곳 CIA 지부와 접촉하자 지부장과 유럽 본부장 모두 휴가중이어서 신참 부지부장이 "자신도 반테러전에 기여할 수 있게 됐다고 흥분된 상태에서" 본국의 반테러센터(CTC)와 직접 교신, 마스리가 아프가니스탄의 CIA 수용소로 이관되게 됐다고 신문은 전했다. CIA가 알 카에다 용의자로 억류한 3천여 명 가운데 40명 가까운 사람이 마스리같이 실수에 의한 것이라고 한 관계자가 말한 데 대해 다른 관계자들은 "그보다 적다"고 말했으나, "CIA와 협조국 당국이 얼마나 많은 실수를 저질렀는지는 알기 불가능하다"고 신문은 지적했다. 신문에 따르면 당시 마스리의 아프가니스탄 수용을 주장한 비밀신원의 알 카에다 전담반장은 "도도한 성격에 걸맞게 삐쭉삐쭉 세운 머리" 스타일을 한 여성으로, 공격적이고 자신감있는 자세가 그 직책에 맞다는 평가와 지나친 욕심에서 용의자 이관 비밀팀을 너무 자주 이용했다는 비판이 엇갈린다고 워싱턴 포스트는 전했다.

또 당시 CTC 책임자였던 코퍼 블랙도 비밀요원을 테러리스트 조직망에 침투시키는 어려운 일을 피하고 '할리우드 영화식' 접근법을 택해 '머리부터 발끝까지 검정색 복장으로 감싸고 검은 색 마스크를 찬' 준군사 이관요원들을 파견해 용의자들을 수용소에 집어넣는 '더 화려한' 방식에 치중했다는 비판을 받았다고 이 신문은 말했다.

그러나 이러한 방식이 "체포하거나 사살한 테러리스트 숫자를 대통령이 일일이 세고 있던 백악관에선 잘 통했다"고 신문은 덧붙였다.

워싱턴연합뉴스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