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고나면 한곳씩 생기는 '스크린경마장'

입력 2005-12-05 09:51:40

노름도 디지털 세상?

2일 오후 대구 동구의 한 스크린 경마장.

대낮인데도 불구, 어둠침침한 20평 남짓한 실내에 대형 스크린이 깜박였다. 게임장 안엔 연신 동전이 떨어지는 소리와 '딩동 딩동' 직원을 호출하는 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10여 명의 고객들은 좌석에 설치된 단말기 화면에 시선을 고정시킨 채 줄담배를 피워댔다.

화면에는 게임시작을 기다리는 경주마들과 스피드, 수상 경력, 건강 상태 등 출전마에 대한 정보들과 배당률이 어지럽게 흩어져 있었다. 한 게임이 끝날 때마다 작은 한숨과 탄식이 터져 나왔고 웅성거림과 침묵이 교차했다.

퇴근하자 마자 왔다는 최모(34) 씨는 "1주일에 서너번은 들리는 편"이라며 "적게는 10만 원에서 많게는 30만 원까지 잃기도 하지만 한 칼에 만회할 수 있다는 생각에 별로 아까운 마음이 들지 않는다"고 말했다.

가게 직원은 "주말이 되면 자리가 없어 한참을 기다려야 할 정도"라며 "낮에는 퇴직한 50, 60대가 대부분이지만 저녁이 되면 30대가 부쩍 늘어난다"고 전했다.세계 IT 최강국이라는 평가처럼 노름도 디지털로 급격히 옮겨가고 있다. 대표적인 경우가 경마. 30분이나 기다려야 한 건 '터지는' 아날로그 경마보다 불과 3분만에 판결이 나는 '디지털 경마'가 훨씬 더 '매혹적'이라는 것.

대구시와 업계는 '스크린 경마장'이 대구에만 100여 곳이 성업중이며 매년 20% 가량 늘어나고 매출도 매년 20, 30%씩 뛰고 있는 것으로 추정했다.업주로서는 게임 횟수가 잦을수록 더 많은 이익을 낸다. 때문에 3분 이내에 한 게임이 진행된다. 고객은 딴 점수만큼 상품권(5천 원권)으로 받은 뒤 이를 현금으로 교환한다.

스크린 경마장과 달리 장외경마장을 찾는 사람들은 계속 줄어드는 추세다. 한국마사회 KRA 플라자 대구지점에 따르면 2003년 하루 평균 3천 명이 찾던 대구 달성군 가창면의 장외경마장은 지난해 2천100명으로 28.6%나 입장객이 감소했다. 올들어서도 10월 현재 1천800명의 입장객을 기록, 지난해에 비해 14.1%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2003년 10억2천만 원이던 이곳 하루 평균 매출은 지난해 8억 원으로 21.2% 감소했고 올들어서도 10월 현재 7억7천만 원으로 지난 해보다 3.5% 줄었다. KRA 플라자 박순호 대구지점장은 "스크린 경마장이나 사행성 성인 오락실이 급증, 경마장을 찾는 이가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고 분석했다.

한편 정부는 지난달 행정법원이 스크린 경마가 사행성 게임이라는 판결을 내림에 따라 스크린 경마 등 사행성 게임 규제를 강화하는 제도를 추진 중이다. 등록제에서 허가제로 바꾸고 3년 단위로 재허가를 받도록 전환한다는 것이다.

장성현기자 jacksou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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