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제작사들이 속속 배급에까지 뛰어들면서 2006년에는 배급 경쟁도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강제규필름과 명필름이 합병한 MK픽쳐스는 영화 '광식이 동생 광태'를 제작함과 동시에 배급까지 맡았다. 이 영화는 개봉 10일 만에 전국 관객 120만명을 돌파해 흥행작으로 올라설 가능성이 높다. 첫 배급작으로는 썩 좋은 성적을 거둔 것.
영화계의 대표적인 제작사인 싸이더스와 좋은 영화가 합쳐 만든 싸이더스FNH도 이르면 내년부터 배급에 뛰어들 계획이다. 차승재 대표는 최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를 통해 "때가 되면 한다. 단순히 배급을 하는 것이 중요한 것은 아니다. 영향력이 있고 거기서 이익이 나야 한다. 그럴 준비가 되고 때가 되면 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송혜교·차태현 주연작 '파랑주의보'를 제작한 IHQ의 아이필름도 배급사 아이러브시네마를 통해 22일 개봉할 이 영화를 직접 배급하기로 했다. '내 여자친구를 소개합니다' 이후 '얼굴없는 미녀', 'S다이어리', '새드무비' 등을 공동배급해왔으나 '파랑주의보'부터 단독 배급에 나서는 것.
이 같은 제작사들의 배급 영역 확대로 CJ엔터테인먼트, 쇼박스, 롯데시네마, 쇼이스트, 튜브엔터테인먼트, 청어람 등을 포함해 배급사가 10여개 정도로 늘게 된다. 이들 외에도 T사, C사 등 몇몇 제작사에서 배급 업무로 영역 확대를 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제작사의 배급 영역 진출은 증시 상장 및 코스닥 등록업체가 늘어나면서 안정적인 수익원 확대를 꾀하는 동시에 합병 등을 통해 제작사의 덩치가 커져 자체적으로 배급하기에 충분한 편수를 제작함에 따라 굳이 외부에 배급을 맡길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실제 MK픽쳐스는 내년 여섯 작품 제작에 착수하고, 아이필름도 내년 상반기에만 전지현·정우성 주연의 '데이지', 박신양 주연의 '눈부신 날에'를 내놓을 예정이다.
제작사로만 그칠 경우 분기별 매출이 들쭉날쭉할 수 있으나, 통상 입장 수익의 8~10%인 배급료가 거두어진다면 한층 건실한 재무제표를 만들 수 있다는 장점이 특히 유혹적이다.
MK픽쳐스의 심재명 대표는 "우리 회사의 경우 안정적인 제작 능력 확보와 더불어 250억원에 이르는 펀드로 투자도 하고 있어 배급 업무를 충분히 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그에 따르면 배급사를 안정적으로 운영하려면 1년에 10편 이상 배급편수를 확보해야 한다고 볼 때 MK픽쳐스의 경우 내년도 자체 제작 6편을 비롯해 투자작 중 한두 편의 배급까지 맡고, 외화에도 눈을 돌린다면 충분히 가능하다고 한다.
싸이더스FNH 역시 자체 제작 능력이 받쳐주는 데다 KT가 280억원을 출자해 자금 력 역시 제작사 중 가장 안정권에 들어 있다. 싸이더스FNH는 내년 조인성 주연의 '비열한 거리'와 엄정화 주연의 '호로비치를 위하여'를 비롯해 '각설탕', '달콤살콤한 여인' 등 10여 편을 개봉할 예정이기에 자체 제작 작품만으로도 충분히 지속적인 배급이 가능하다.
그런 의미에서 아이러브시네마는 다소 소극적인 편이다.
IHQ의 정훈탁 대표는 "아이필름에서 만드는 좋은 콘텐츠를 제때 개봉하고, 주변 환경 때문에 제작 취지가 흔들리지 않게 하기 위해 배급 업무를 시작했다"면서 "사실 '파랑주의보' 역시 마지막까지 공동배급을 하려 했으나 극장 체인을 갖고 있는 대규모 배급사에서 받아들이지 않아 단독 배급을 하게 됐다"고 밝혔다.
"매니지먼트사 출신 제작사라는 점으로 인해 여러 선입견을 가진 시각들이 존재하고 있어 파트너십으로 콘텐츠를 보호하려는 노력의 일환으로 공동 배급을 추진해왔다"고 솔직히 말하는 정 대표는 "앞으로도 IHQ는 공동 배급의 형태를 선호할 것이며 배급보다는 프로덕션 회사로서의 임무에 더욱 충실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미 배급 업무를 시작한 MK픽쳐스와 앞으로 시작할 싸이더스FNH를 비롯한 제작사들의 이 같은 영역 확대는 지금까지 배급이 극장 체인을 갖고 있는 하드웨어 보유사가 주로 이끌어온 데 비해 작품을 제작하는 소프트웨어 보유사로 확대된다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
심 대표는 "시장의 건강성 측면에서 이는 더 많은 장점을 유발할 수 있다고 본다"면서도 "다만 안정적인 자금을 확보할 수 있는 등의 투명하고 건실한 경영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이 같은 배급사의 확대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 역시 나오고 있다. 가장 현실적인 고민은 아무리 뉴미디어시장이 확대된다 할지라도 국내 경제 규모와 영화 시장의 특성상 결국 '나눠먹기'가 될 수 있다는 것. 이 때문에 힘겨루기 등의 과당 경쟁과 함께 배급 일정을 맞추기 위한 졸속 제작이나 무분별한 외화 수입 등도 벌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한 영화 관계자는 "중견 제작사가 튼튼한 재무제표와 치밀한 기획을 통해 배급 업무까지 한다는 점에서는 환영할 만한 일이나, 과잉 경쟁이 벌어질 수 있다는 점이 가장 우려된다"며 "한국 영화 시장의 파이는 일정 부분 정해져 있는데 갑작스럽게 많은 배급사가 생긴다는 것은 한동안 긴장해 지켜봐야 할 일"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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