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 막히고 복잡한 주말에 왜 나들이 가세요?"
보통 사람들이 놀러 가기 바쁜 토·일요일에는 정신 없이 일하고, 남들이 일하는 평일에 오히려 쉬는 사람들이 적잖다. 내년부터 40시간제·4교대제 등이 확대되는 사업장에서는 평일에 쉬는 일이 다반사가 될 전망. 하지만 평일에 함께 놀 친구가 없어 집에서 잠자고 TV 보며 어영부영 시간을 때운다면 '왕초보' 수준. 평일에 잘 노는 노하우를 터득한 '고수'들은 "차 기름·시간 낭비하는 주말에 노는 건 비효율적"이라고 잘라 말한다.
# "세상이 다 제 것이죠."-권희진씨
공휴일은 물론이고 백화점이 가장 바쁜 토·일요일에 바삐 일해야 하는 권희진(31) 동아백화점 전략마케팅팀 대리. 주말에 김장 담그기 등 고객 체험행사, 이벤트 진행 등을 해야 하는 그는 휴일에는 기분 좋게 노는 것처럼 일하고, 평일에는 더 신나게 노는 법을 터득한 평일 예찬론자다.
주로 월·화요일 쉬는 날이면 그가 어디로 튈지(?)는 종잡기 어렵다. 1000㏄ 모터 바이크를 끌고 청도·밀양·포항·안동 등 대구 인근 도로를 신나게 달리는 것. 평일에는 늦게 나가도 차 막힐 염려 없고 뚫려 있으니 도로가 다 내 것 같다는 느낌이 들 정도란다. 동네에서 닭집을 하는 아저씨 등 평일 낮이 자유로운 자영업자들이 동행하는 멤버. '안전 라이더'라는 별명답게 규정 속도를 지키지만 "바람을 맞으며 시골의 조용한 길을 달리다 보면 자연과 하나가 되는 느낌이 좋아 모터 바이크를 타게 된다"고 한다.
그는 쉬는 평일 저녁시간도 심심할 틈이 없다. 대구 대명동의 한 연습실에서 전기 기타를 연주하는 것. 직장인 7인조 밴드 '넥타이MEN'의 리드 기타를 맡고 있는 그는 악기와 레저·운동 등은 인생을 행복하게 사는 중요한 조건이라고 했다.
한때는 "선배님, 애정전선에 이상 있습니다."하고 호소하며 한 달에 한 번 정도 토요일 쉬는 날을 마련해 여자친구와 남들처럼 데이트해 보았다. 하지만 돌아오는 길이 막히는 게 걱정되기도 하고 배고픔을 참으면서 차를 몰아야 하는 등 불편한 게 한두가지가 아니더란다. 그래서 요즘 주말에 쉬는 경우가 가끔 생기더라도 집에서 여자친구와 DVD 영화 보고 기타 치며 노래하고 맛난 음식 만들어 먹으며 보내는 게 더 즐겁다고 했다.
# 평일 놀기 10년-김희운씨
"12월 30일 다른 사람들은 망년회, 해맞이 등으로 들떠 있을 때 저는 자정, 새벽 1시까지 일해야 합니다. 크리스마스 이브, 어린이날 쉬는 개념도 아예 없어요. 고객들의 불만을 방지하기 위해 항상 대기하고 있어야 되니까요."
우방타워랜드의 조형물·장식물 등 전반적인 디자인 업무를 맡고 있는 김희운(33) 마케팅팀 대리는 직장생활 10년 동안 가족 구실, 친구 역할 한번 제대로 못 해 원성이 자자하다(?)고 했다. 명절에도 근무해야 하고 주말이 더 바쁘다 보니 토·일요일 결혼식, 집안 대소사에 참석 못 하는 것이 다반사가 돼버렸다고.
"지난 10월부터 주5일제가 일부 적용돼 한 달에 두 번 정도는 주말에 쉬게 됐어요."
그녀는 10년 전 평일에 쉬기 시작할 때는 외톨이가 된 기분이었다고 했다. 그러다가 점점 평일에 쉬는 장점을 찾게 됐다고.
"평일에는 은행, 관공서 볼 일 보기 좋고, 놀러 갈 때도 할인이 많이 되고 교통이 편리해서 좋아요."
그녀는 평일 쉬는 날에 하는 것이 많다. 퀼트·비즈 공예는 한 바퀴 도는데 1시간씩 걸리는 우방타워랜드를 하루에 6바퀴나 돌 정도로 활동적인 일을 하는 그녀가 차분히 자신의 시간을 가질 수 있는 취미생활. 스키·스노보드는 정반대의 활동적인 취미이지만, 주말에는 3, 4번밖에 탈 수 없는 슬로프를 평일에는 10, 20번도 탈 수 있어 마음껏 즐기기 좋다.
낚시 조우회 활동은 여행가는 느낌까지 맛볼 수 있어 좋다. 아직 갯지렁이를 끼우는 건 서툴지만 낚싯대를 드리우고 조용히 자연을 느끼는 게 즐겁다고. 직장 동료들과 함께 2박3일, 3박4일 정도 낚시를 가도 평일이어서 조용하고 차가 안 막혀 좋단다.
"백화점, 영화관 등지에서 선착순 100명에게 각종 할인권 등을 주는 행사를 간간이 하잖아요. 평일에 쉬니 선착순 안에 들어가는 건 문제없지요."
글·김영수기자 stella@msnet.co.kr
사진 : 평일 쉬는 날에 모터 바이크를 타고 기타 연습을 하며 즐겁게 보내는 권희진씨. 정운철기자 wwon@msnet.co.kr 이상철기자 finder@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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