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군과 제왕(전2권)/ 이덕일 지음 / 웅진 지식하우스 펴냄
동북아시아의 패권을 놓고 중국 당나라와 겨루던 고구려. 그러나 서기 668년 나당 연합군의 공격으로 웅혼함을 떨쳤던 고구려는 건국 705년 만에 막을 내렸다.
고구려를 패망시킨 당은 고구려 황족을 비롯한 20여만 명의 고구려인을 당나라로 끌고 가면서 다시는 고구려와 같은 강국이 생겨나지 못하도록 했다. 동쪽으로는 만주 서쪽의 영주에서 서쪽으로는 양주까지 중국 대륙 전역에 고구려 유민들을 흩어 버렸다.
그 후 고구려 유민들은 중국 오지를 방황하면서도 고구려의 정신을 잊지 않고 당군과 싸우기도 했고, 옛 고구려 땅을 찾아 떠나기도 했다. 그러나 세월이 흐르면서 그들의 이야기는 한국사의 시공 속에서 사라져 갔다.
최근 중국이 고조선사와 발해사를 비롯, 고구려의 역사까지 중국 역사의 일부로 편입하려는 '동북공정'이 화두가 되면서 그동안 도외시했던 한국 상고사 연구를 다시 시작해야한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강단사학의 학문적 전문성과 재야 사학의 문제의식으로 역사서의 새로운 지평을 열고 있는 역사서 저자 이덕일 씨가 패망과 함께 한국사의 시공간에서 잃어버린 고구려 유민들의 이야기를 담은 '장군과 제왕(전 2권)'을 펴냈다.
그는 "우리가 과연 고구려를 한국사의 강역 안에서 이를 지키고 제대로 복원하고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지며 고구려 유민들이 남긴 발자취를 쫓아간다. 저자는 지난 4년 간 역사전문 사진작가 권태균 씨와 함께 해마다 두 차례 이상 중국대륙을 헤치며 한국사의 다양한 흔적을 현지답사를 통해 확인해 왔다.
"고구려가 멸망하고 한 세대가 지난 후 당으로 끌려갔던 고구려 유목민들의 후손들은 다양한 모습으로 역사의 무대에 등장했다. 이들 중에는 세계 최전성기를 일궈낸 당에서 중요한 역할을 해내며 세계사에 이름을 남기기까지 한 인물들도 있었다."
저자는 '장안의 봄'이라고 불리던 당 현종 연간과 안녹산의 난, 그리고 절도사들의 군웅할거 시대인 8세기를 배경으로 세계제국 당의 운명을 좌우했던 고구려 유목 출신의 두 인물에 눈을 돌린다.
당의 장군으로 제왕의 길을 포기한 고선지와 당의 신하로 남기보다는 고구려인의 나라를 건설한 이정기. 저자는 격동의 8세기, 광활한 대륙에서 펼쳐진 두 인물의 입지전적 삶과 엇갈린 선택에 관한 이야기를 풀어가면서 중국사의 자락에 포함되어 있는 고구려 유민들의 역사를, 또 한편으로는 잃어버린 한국사의 한 페이지를 새롭게 복원한다.
"우리 역사의 미아가 되는 동안 중국인들은 고선지를 10대 원장(寃將. 억울하게 죽은 10명의 장군)으로 추모했다. 이민족 장군을 추앙한 이유는 어느 중국인도 불가능하다고 여겼던 대원정을 성공시킨 기적의 장군이기 때문이다."
세계 전쟁사에서 한니발과 나폴레옹의 알프스 등정 원정보다 위대한 업적으로 평가되는 파미르 고원 원정을 성공시킨 고선지. 중국의 외연을 서쪽으로 넓히며 결과적으로 제지술의 서양 전파 등 동서 문명 교류에 이바지했던 그였다. 저자는 고구려인의 후예로 노예의 신분에서 출발, 중국의 황족이나 될 수 있는 최고의 지위에 올랐음에도 엉뚱하게 내란을 진압하는 과정에서 누명을 쓰고 비참한 최후를 맞기까지 고선지의 삶을 재조명한다.
또 한 인물. 이정기는 고구려를 멸망시킨 당나라의 중심부에 나라를 세워 손자대에 이르기까지 58년 간이나 고구려의 명맥을 이끌어 나간 주인공이었음에도 그의 이름은 한국인들에게 아직 생소하다.
저자는 고구려 유민의 아들로 태어난 이정기가 민족의 원수 당나라를 정벌하고, 중국 본토에 또 다른 고구려를 세우고자한 포부와 그가 세웠던 왕국이 영원 속으로 사라져 갔는지를 추적한다.
"고구려 유민의 아들로 태어난 이정기는 패망한 고구려의 동포들이 당나라 사람들에게 갖은 모욕을 당하는 모습을 보고 자라면서 자연히 옛 고구려의 영광을 재현하고자 하는 웅대한 뜻을 키워 나갔다."
761년. 마침내 이정기는 고구려인 정예군 2만 병력을 이끌고 중국 산동성에 상륙함으로써 고구려가 패망하고 100년이 지난 후, 망각의 어둠 속으로 영원히 사라질 것 같던 고구려의 불씨를 되살린다. 그렇게 4대에 걸쳐 당나라와 맞서며 산동반도 일대를 장악했던 독립국가, 그것이 바로 고구려 유민 이정기가 세운 '평로치청왕국'이었다.
최두성기자 dschoi@msnet.co.kr
댓글 많은 뉴스
"재산 70억 주진우가 2억 김민석 심판?…자신 있나" 與박선원 반박
이 대통령 지지율 58.6%…부정 평가 34.2%
트럼프 조기 귀국에 한미 정상회담 불발…"美측서 양해"
김기현 "'문재인의 남자' 탁현민, 국회직 임명 철회해야"
김민석 "벌거벗겨진 것 같다는 아내, 눈에 실핏줄 터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