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카라바조, 이중성의 살인미학

입력 2005-12-03 09:34:40

카라바조, 이중성의 살인미학/ 김상근 지음/ 평단 펴냄

미켈란젤로 메리시 다 카라바조(1571~1610), 16세기 르네상스에 마침표를 찍고 17세기 바로크 시대를 열어 천재화가라고 불리는 사내. 이탈리아 국민의 문화적 영웅으로 추앙받으며, 작품이 10만 리라 지폐 앞면을 장식할 정도로 인기가 높다. 그러나 시대를 먼저 살다간 천재 르네상스의 거장 미켈란젤로 때문에 이름 대신 성(카라바조)으로 기억되는 사내다.

지은이는 로마의 예수회 고문서 보관실에서 문헌조사 중 우연히 카라바조의 작품을 발견하고 격정의 시대를 살아간 카라바조의 작품에 매료됐다. 그리고 5년 동안 카라바조의 작품을 직접 보기 위해 세계 여러 나라의 미술관을 돌아다녔다. 5년 간의 여행과 사색, 그리고 독서의 결과 지은이는 아름다움과 추함, 거룩함과 속됨의 경계선을 허물었던 살인과 광기의 화가 카라바조에게서 발견한 '인간성의 이중구조'를 철저히 해부해 연대기적으로 서술하고 있다.

카라바조가 활동하던 시기는 가톨릭교회에서 기독교적 도덕성 회복을 선언한 때였다. 세속적인 주제의 그림, 신앙적 경건성에 저해되는 그림은 모두 철거당했다. 화가들의 작품도 개신교의 유혹으로부터 신도들의 마음을 확고히 각성시키려는 가톨릭교회의 시대정신을 담고 있다. 카라바조의 작품들도 순교와 죽음을 주제로 한 종교화가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카라바조는 동시대 화가들과 무언가 달랐다. 빛과 어둠으로 '극사실적'인 아름다움을 표현하는 테네브리즘의 기법도 그의 천재성을 드러내는 점이다. 또한 카라바조는 종교화의 한복판에 길거리의 거지, 매춘부, 집시, 건달, 노름꾼들을 끌어들였다. 카라바조의 화폭에서 그들은 예수로, 성자로, 또 막달라 마리아로 표현됐다. 인간을 초월한 성자의 모습을 찾아볼 수 없는 그들은 '속(俗) 속에 성(聖)의 세계를 표현'한 카라바조의 작품세계를 잘 나타내 준다. '살인미학'이 넘치는 작품에서는 삶과 죽음의 이중성, 종교가 지닌 폭력성의 '이중초상'을 담아내고 있다.

39년의 짧은 생애 동안 17세기 유럽 미술계에 커다란 족적을 남기고 간 카라바조의 격정의 삶이 풍부한 자료, 상세한 해설과 함께 펼쳐진다.

조문호기자 news119@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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