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실하게 일만 해 오다 구조 조정으로 밀려난 아버지. 대학에 실망한 아들 히데키는 갑자기 학교를 중퇴한 뒤 방안에 틀어박혀 창문을 검은 종이로 가리는 등 햇빛조차 거부한다. 질타하는 아버지에게 대들며 폭행까지 하는 히데키. 가장의 실직과 아들의 폭력 앞에서 방황하고 무너져가는 가족. 무라카미 류의 소설 '지상에서의 마지막 가족'은 현대인의 고독과 자립 문제를 '히키고모리'라는 사회 문제를 통해 접근했다.
◇1970년대부터 일본에서는 소위 '히키고모리'들이 사회 이슈로 대두되었다. 일체의 사회적인 관계를 끊고 수년 또는 수십년씩 집에서만 틀어박혀 지내는 사람들. 우리네 눈엔 '일본의 괴상한 나홀로족(族)' 정도로만 여겨지던 히키고모리들이었다. 그러나 우리 사회도 이제 강 건너 불 구경할 때만은 아니게 됐다.
◇우리나라의 '은둔형 외톨이' 청소년이 전국적으로 4만 명이 넘는다는 충격적인 연구 결과가 나왔다. 최근 청소년위원회의 '은둔형 외톨이 등 사회 부적응 청소년 지원 방안 국제 심포지엄'에서 발표된 내용이다. 전국 고교생 185만5천 명 중 은둔형 외톨이 위험군에 4만3천 명, 고위험군은 5천600명으로 추산됐다. 형태별로는 집 밖을 나가지 않고, 외톨이로 지낸 경험이 있으며, 주변에 대화 상대가 1명 이하인 '은둔형 외톨이 잠재군(群)', 학교 또는 직장까지 그만둔 적 있는 고위험군 등으로 조사됐다.
◇친구 관계나 학교 생활 등에서 또래 아이들과 별 차이가 없었던 청소년들이다. 어느 날부터 사람 만나기를 싫어하고 외출도 하지 않으며 밤낮을 거꾸로 살기 시작한다. 유일한 취미라곤 오래 잠자기와 인터넷 정도. 이들이 '이상해지기 시작한' 이유는 다양하다. 인터넷 중독, 집단 따돌림, 성적 부진, 교내 폭행, 부모의 과잉 보호 또는 무관심…. 거기에다 입시 전쟁과 좁은 취업문 등 경쟁 사회가 주는 심리적 압박감이 주요 원인으로 분석된다.
◇이번 조사는 국내 은둔형 외톨이 청소년에 대한 첫 연구다. 관계자들은 "바깥 출입을 전혀 하지 않는 점을 감안하면 실제로는 훨씬 더 많을 것"으로 예상했다. 원인을 알면 병을 고칠 수 있는 법. 이제 이들 청소년들을 다시 학교로, 사회로 불러낼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낼 때다. 되돌릴 수 없는 상태가 되기 전에 가정과 학교'사회가 함께 머리를 맞대고 지혜로운 대책을 찾아야 한다.
전경옥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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