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저준위방사성폐기물처분장(방폐장)과 한국수력원자력(주) 본사, 양성자가속기 사업 등 3대 국책사업 유치로 지금 경주시민들은 한마디로 '붕' 떠 있습니다."
방폐장 부지가 지난달 2일 경주로 선정된 지 한 달이 지난 현지 분위기다. 방폐장 유치 확정 이후 '후폭풍'은 여러 방면에서 나타났다. 양북 지역은 땅값이 치솟아 투기바람이 한 번 불고 지나갔으며 한수원 본사와 양성자가속기 사업 유치를 위한 경주시 읍·면·동 사이의 '2라운드'가 치열하다.
◇방폐장 유치 후폭풍들
방폐장이 들어설 양북면 봉길리와 주변 어일리 주민들은 "각종 지원과 방폐장 및 신월성원전 1·2호기 건설, 한수원 본사가 이전되면 양북이 완전히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양북면 일대는 땅값이 최저 3배 이상 오르는 등 가파른 상승세를 탔다. 울산과 포항, 경주 등지에서 중개업소들이 몰려와 두 곳이던 중개업소가 30여 곳으로 늘어났고 최근 진정기미를 보이고 있지만 초기에는 하루 200∼300명의 외지인들이 북적거렸다.
방종관 양북면장은 "지난 10월 평균 20건이던 농지취득증명 발급건수가 방폐장 발표일인 지난달 2∼30일까지 7배인 146건으로 늘어났다"고 말했다. 이곳 중개사들은 "평당 4만∼5만 원의 토지가 20만∼25만 원으로, 몇 천 원대이던 임야가 2만∼3만 원으로 올랐지만 1주일 전부터는 매매가 크게 줄었다"고 말했다.
이수도(64) 양북면바르게살기위원장은 "3배 이상 급등한 이후 매매가 주춤하지만 양북에 한수원 본사 이전이 확정되면 거래가 다시 활발해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경주시는 원전 가동으로 각종 불이익을 보았던 주민들이 이번 기회에 땅값 상승의 혜택을 어느 정도 봤으면 하는 눈치다. 섣불리 토지거래허가지역으로 묶을 경우 주민들의 반발이 예상, 지가 변동을 면밀히 파악중이다.
일각에서는 3개 국책사업의 효과가 과대포장돼 '기대 반 우려 반'의 조심스런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한수원 본사 직원(900여 명) 가운데 신설될 서울출장소 근무자와 주말 부부 등을 제외하면 실제 경주에 내려올 직원이 얼마나 될지, 한수원과 양성자자속기 관련 업체도 몇 개나 옮길지는 미지수라는 것.
하나실업 이준호(36) 사장은 "지역경제가 좋아질 것이라는 점은 공감하지만 정부나 관련 기관에서 예상하는 만큼의 효과가 있을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양성자가속기 예정지로 거론되는 건천·안강읍, 천북면과 중앙·황성동 등 시내와 경주시청 인근 지역 부동산 역시 기대 심리는 있지만 가격 변동은 거의 미미하다. 이준희(41) 공인중개사는 "현재로는 경주시청 인근 건물에 건설업체 몇 곳이 새로 입주한 정도"라면서도 "앞으로 공사가 시작되고 한수원 본사 위치 등이 확정되면 부동산 경기가 상당히 좋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방폐장 발표 이후 1개월 동안 경주로 주소지를 옮긴 건설업체는 종합건설 12개 회사와 전문건설업 5개 회사로 공사가 본격 시작되면 많은 관련 업체들이 경주로 옮길 것으로 예상된다.
◇한수원, 양성자가속기 사업 유치경쟁 치열
한수원 본사 이전과 양성자가속기 입지선정을 놓고 각 읍·면·동별 유치경쟁이 과열되면서 갈등을 빚고 있다. 양북면 곳곳에는 '한수원 본사 양북면 유치약속에 감사한다'는 등의 문구가 적힌 플래카드가 내걸려 있다. 경주시장 등이 방폐장이 들어설 양북면에 한수원 본사를 이전하겠다고 약속한 만큼 반드시 양북면으로 이전돼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다른 지역 주민들과 한수원 측은 경제적 파급효과가 높고 교통접근성 등을 감안해 결정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앞으로 10년간 1천500억 원이 투입되고 연관산업에 미칠 영향이 큰 양성자가속기 건설을 놓고도 안강읍과 건천읍, 천북면, 강동면 등이 치열한 유치전을 벌이고 있다. 건천읍은 경부고속철 화천역사 등 교통편의성과 신도시 육성을, 안강읍은 1995년 시·군통합 이후 침체된 지역 살리기를 위해서 꼭 유치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또 천북면은 경주경마장 건설이 백지화돼 새로운 활로가 필요하고, 강동면은 포항방사광가속기와 포스텍 등과의 유기적인 협조가 다른 지역에 비해 뛰어나다며 유치경쟁에 가세했다.
이렇게 유치경쟁이 과열되고 있지만 내년 5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있는 경주시장과 기초의원은 유치 탈락시 맞게 될 충격을 우려해 선뜻 나서지 못하고 있다. 자칫 방폐장 유치에 탈락한 군산 등에서 겪은 지역분열과 갈등을 경주시가 치러야 할지 모른다는 걱정의 목소리가 높다.
◇앞으로 과제들
경주시는 3대 국책사업 추진을 위한 후속조치를 이른 시일내 마련해야 하는 부담을 안고 있다. 이들 국책사업 추진에 따른 주민 일자리 창출 및 지역 산업과의 연계 문제 등 시 차원의 대책으로 지역발전의 시너지 효과를 거둘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또 특별지원금 3천억 원의 사용처와 한수원 본사 및 양성자가속기 입지 선정에 따른 탈락지역 주민들의 반발 등 후유증을 최소화 해야 하는 과제도 안고 있다. 백상승 경주시장은 "한수원 본사와 양성자가속기 사업 유치 경쟁이 과열될 경우 지역분열은 물론 사업 추진에 걸림돌이 되지 않을까 우려된다"며 "부지선정위원회 등에서 경주시의 발전을 위해 객관적이고 합리적으로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경주시의회 이진구 원전특별위원장은 "유치추진 지역들이 소지역주의를 버리고 경주시의 장기적인 발전계획을 감안해 이들 사업의 입지가 결정되고 추진될 수 있도록 협조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경주·김진만기자 factk@msnet.co.kr
박진홍기자 pjh@msnet.co.kr
사진: 양성자가속기 안강유치위원회는 1일 안강읍 안강새마을금고 앞 네거리에서 주민 등 5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양성자가속기 안강 유치를 요구하는 집회를 열었다. 경주·박진홍기자 pjh@msnet.co.kr
댓글 많은 뉴스
"재산 70억 주진우가 2억 김민석 심판?…자신 있나" 與박선원 반박
이 대통령 지지율 58.6%…부정 평가 34.2%
트럼프 조기 귀국에 한미 정상회담 불발…"美측서 양해"
김기현 "'문재인의 남자' 탁현민, 국회직 임명 철회해야"
김민석 "벌거벗겨진 것 같다는 아내, 눈에 실핏줄 터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