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해안 에너지클러스터는 '새 성장 동력'
구미에 기반을 둔 첨단 대기업이 수도권에 공장을 새로 짓거나 증설하게 되면, 대구의 협력업체들도 지역투자를 기피하고 함께 이탈하는 것이 불가피해진다. 이럴 경우 별로 관계가 없어 보이는 포항의 발전에도 커다란 걸림돌이 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1991년 착공해 모두 1조7천277억 원을 투입해 2만t급 화물선 16척이 동시에 접안할 수 있는 규모로 건설될 영일만 신항. 2011년 영일만 신항이 완공되면, 지금은 하나도 없는 컨테이너 화물을 연간 50만8천TEU(컨테이너 단위) 정도 처리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연간 예상 전체 화물량 7천250만9천t)
컨테이너 물동량의 대부분은 구미와 대구에서 생산, 수출되는 상품이다. 대구~마산~광양 거리가 230㎞이고, 구미~대구~부산항의 거리가 160㎞나 되는 반면, 구미~대구~포항은 110㎞ 남짓에 불과해 구미·대구의 물류 경쟁력은 그만큼 높아지게 된다. 그러나 대구, 구미의 경제가 위축되면 영일만 신항의 역할도 축소될 수밖에 없다. 구미, 대구의 발전과 환동해 중심도시 포항의 미래는 공동운명체인 셈이다.
대구경북연구원 김준한 선임연구위원은 "이번 수도권 공장 신·증설 허용은 지역의 첨단산업 기반을 훼손시켜 구미 디지털전자정보기술센터(868억 원)뿐만 아니라 포항의 나노기술 확대보급사업(1천140억 원), 경주 양성자가속기(1천286억 원), 지역혁신클러스터 시범사업(1천264억 원) 등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면서 "지역 거점도시인 구미, 대구, 포항의 위축은 또 경북바이오벨트(상주-안동-영주-울진), 한방산업클러스터(경산-영천-상주-안동), 부품소재클러스터(구미-경산-영천-경주-포항)에도 상당한 충격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영일만 신항의 조속한 준공과 함께 지역 경쟁력의 또 다른 핵심요소인 물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영남권 허브공항'이 시급하다. 모바일, 디스플레이 등 첨단제품은 항공운송이 큰 비중을 차지하기 때문이다. 세계화와 지방화가 동시에 진행되는 지식경제시대에 대구·경북은 말할 것도 없고 영남의 국제화를 위해서도 외항인 포항항, 부산항과 함께 명실상부한 국제허브공항을 갖춰야 한다는 설명이다.
구미상공회의소 김중배 조사진흥팀장은 "올해 구미 산업생산 50조 원의 절반 가까이 차지하는 모바일 분야만 보더라도 4~5시간씩 달려 인천공항으로 간 뒤 세계각지로 수출되고 있다"면서 "세계 어디로든 갈 수 있는 접근성을 가진 국제공항을 갖지 않고서는 첨단수출산업의 수도권 유출을 막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상용 대경연구원 연구2실장은 "1천400만 명의 인구와 구미, 포항, 울산, 창원 등 폭넓은 산업기반을 가진 영남권은 허브공항을 건설할 모든 여건을 갖추고 있다"면서 "위치는 영남권 주요도시에서 1시간~1시간 30분 사이에 접근할 수만 있다면 어디든 좋다"고 말했다.
'영일만 신항' 및 '영남권 허브공항'으로 바닷길과 하늘길을 연 뒤, 대구경북은 어디에서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을 수 있을까. 원자력발전소를 기반으로 방사성폐기물처리장과 양성자가속기 등이 들어설 경주를 중심으로 한 '동해안'이 새로운 희망으로 떠오르고 있다.
양성자가속기의 경우 20Mev(백만전자볼트) 수준에서는 기능성신소재, 나노가공, 신종유전자원, 전력반도체 기술개발에 활용될 수 있고, 1Gev(기가전자볼트)로 올라갈수록 방사선·우주환경 실험, 암치료, 신약개발 등으로 응용분야가 확대된다. 최첨단 벤처기업이 창출되고, 대구·경북권에 이미 형성된 전자·의료·섬유·기계 등 수많은 산업의 고부가가치화를 앞당길 가능성이 열린 것이다. 경북대 고에너지물리연구소(17개 대학 40명 교수·박사급 참여)와 포스텍 가속기연구소를 중심으로 대구·경북지역 대학은 우수한 연구인력이 풍부한 데다 연구네트워크도 국내 최고 수준이다. 포항의 R&D특구(나노소재분야 특화)와 경주의 양성자가속기 및 원자력연구, 영덕 신재생에너지 등이 어우러져 '에너지클러스터'를 형성하고, 여기서 창출된 신기술과 산업이 대구와 구미 등지의 산업혁신을 촉진할 때, 대구경북의 새로운 미래가 열릴 수 있다.
가장 중요한 혁신주체는 지역대학. 경북대 이상룡 산학협력중심대학 사업단장은 "지역대학 교육수준을 향상시키기 위해서는 교수들의 자성과 노력이 무엇보다 필요하지만, 대학의 혁신과 함께 기업들의 참여도 중요하다"며 "현장에 맞는 교육과정과 엄격한 학사관리, 심도있는 교수강의 평가 등을 할 수 있는 공학교육인증제도를 내년부터 점진적으로 도입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과학기술정책전문가인 대구경북과학기술연구원(DGIST) 윤진효 박사는 "인재가 있는 곳에 기업이 오는 게 요즘 경향"이라면서 "연구중심 대학원대학을 포함해 지역에서 초일류 인재를 키울 수 있는 방안에 대해서도 함께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석민기자 sukmi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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