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산 문제가 국가적 재앙으로 다가올 지도 모른다. 얼마 전 TV 오락 프로그램에 나왔던 보건복지부 장관의 말이 떠오른다. '아들 딸 구별 말고 셋 낳아 잘 기르자'였다. 선진국 문턱에 서 급격한 고령화 사회가 도래하면서 성장 동력을 잃어버릴 위기가 현실화하고 있다. 불과 10년 전만 하더라도 '아들 딸 구별 말고 둘만 낳아 잘 기르자'던 가족 계획의 표어가 격세지감을 느끼게 한다. 어쩌다 이렇게 되었는가? I.M.F 경제위기 이후 경제상황이 악화되고 청년실업과 취업난이 가속화하면서 젊은 세대들이 아이 낳기를 기피하는 풍조가 일반화 되고 있다.
정책적으로 뒷받침 되어야 할 영·유아 탁아시설은 턱없이 부족하고 사교육비 부담도 줄기는 커녕 가중되고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근본적인 문제는 큰 생명, 아이를 낳아 기르는 거룩한 뜻을 잃어버린 가치관과 철학의 부재, 나아가 문화적 정체성의 위기에 있다.
◇포태와 출산의 원리-새로운 우주창조의 비밀
새로운 우주창조의 비밀이라고 할 포태와 출산의 원리에 대해 생각해 보자. 알다시피 생명운동의 철학은 동학(東學)에 터해 있다. 동학사상에서는 아이를 잉태하는 포태의 과정과 출산의 원리를 우주의 가장 제1 근본원리라고 가르치고 있다. 생명을 모시는 과정인 포태의 과정은 여인이 우주창조의 행위인 남녀의 거룩하고 신령스러운 음양교접 행위를 통해 이루어지며, 포태한 아기는 바로 우주진화사 전체를 통해 하나 밖에 없는 개성을 생산하는 신령한 새 우주의 기화(氣化)활동을 실현하는 과정이다. 천지간에 하나 밖에 없는 개성을 생산하는 과정이며, 신령한 새 우주의 기화(氣化)활동을 실현한 것이다. 해월 최시형 선생은 아이를 잉태하는 포태를 도통(道通)에 이르는 가장 큰 의례라고 했다. 또 잉태하는 여성이야말로 포태능력이 있음으로 인해 생명의 시대에 타고난 도사(道士)라고도 했다. 또 포태원리는 가장 중요한 생명의 비밀이며, 이러한 포태원리를 자각할 때 우주생명의 비밀을 깨달아 도통한다고 했다. 포태는 새 천지와 부모가 새 천지부모인 아기를 포태한 것이며, 태어날 아기가 새 천지와 부모를 포태한 것이라고 했다. 이것이 바로 겹침, 밖에서 안으로 또는 안에서 밖으로 들어오고 나가는 안팎의 무궁 무궁한 겹침, 카오스적 생명이 생성되는 질서의 압축이라고 할 수 있다. 새 아기는 천지와 부모로부터 젖을 먹고 자라며 태어나서도 천지의 곡식을 먹는다. 생명은 이렇게 천지와 부모의 은혜를 받고 천지와 부모로부터 양육되며 모심을 받는다. 주부는 새 아기를 포태함으로써 천지를 모시는 것이며, 신령한 우주생명의 생성을 새로운 차원변화 속에 모시게 된다. 따라서 아기를 잉태하는 과정은 한울님을 공경하는 지극한 태도로 임해야 한다. 반대로 아기는 그 스스로 천지와 부모를 포태한 것이어서, 천지와 부모로부터 받아먹는 젖과 곡식은 아기 안의 새 천지와 부모, 개성적인 새 천지와 새 부모를 양육하는 모심의 과정이며 바로 아기에 의한 새 천지와 부모의 포태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겹침은 출산과 함께 개벽함으로써 마침내 일치를 이루게 된다. 천지 속에서 새로운 부모의 출현이라고 할 수 있다. 마치 고대 동북아의 선도(仙道)에서 말하는 도태(道胎)를 잉태하는 과정과 흡사하다. 신선도에서 말하는 도태는 선도수련이 무르익어 기혈(氣血)이 열리고 깊어지면 마치 엄마가 아이를 잉태하듯 기혈의 집합체가 하단전 부근에 불룩하게 새로 생겨나는 것을 일컫는다. 이러한 포태의 원리는 일방적이고 수직적인 천지부모에 대한 효도와 공경이 아니라 부모와 자식 쌍방 사이에서 쌍무(雙務)적인 효도와 공경으로 서로 높이고 님으로 받들어 모시는 수평적인 친구의 동역적(同域的) 파트너십을 성취하는 것을 뜻한다. 이 원리는 아이를 때리거나 억압하거나 자기의 구상에 따라 아이를 일차 재료쯤으로 착각해 제 멋대로 구부러뜨리고, 자르고, 잇고, 일그러뜨리는 19세기적 제조업 생산노동과 같은 오늘의 교육형태, 문화, 노동, 생산이나 대물(代物)윤리를 철저히 뜯어 고치는 '살림'의 기본원리라고 할 것이다. 출산은 새 천지를 낳는 과정으로 곧 새 하늘, 새 땅이 새로운 차원으로 열리는 개벽(開闢)이다. 아이를 기르는 양육은 이러한 신성한 개성적 새 천지를 그 스스로의 자연적 흐름과 신령한 창조적 지향에 따라, 그것을 존경하고 모시고 따뜻하게 동역하고 살려줌으로써 개성적인 자기 결대로 성장하게 도와주는 과정이 되어야 한다. 교육 역시 마찬가지다. 만약 아이 안에 충동적 욕망 같은 좋지 않은 '속벌거지'가 자란다면 매우 조심스러운 개입과 따뜻한 충고와 따뜻한 엄숙함으로 바로 잡아주고, 너무 촘촘하고 빽빽하면 솎아주어 창조적 틈, 여백을 열고 폭을 넓혀 자유롭게 성장하도록 도와주는 '살림'의 원리에 따라 이루어져야 한다.
◇내칙(內則)과 내수도문(內修道文)
해월이 쓴 내칙(內則)과 내수도문(內修道文)은 당시의 아녀자들을 위해 지은 글이다. 아시다시피 해월은 종이공장 노동자 신분이었으며 일자 무식꾼으로 알려져 있다. 현재까지 남아있는 해월의 대다수 한문경전과 한시 등은 해월이 말하는 것을 듣고, 제자들이 한문투로 바뀌어서 쓴 내용이라고 알려져 있다. 그 가운데 해월 사상의 핵심이 그 자신의 말투 그대로 가장 오롯하게 드러난 글이 바로 이 두 편의 글이라는 설도 있다. 여기에는 포태와 가정생활, 식생활 그리고 심고(心告)에 관한 수양지침의 내용이 담겨 있다. 이 글들 속에는 포태 즉 "임신을 하거든 모로 눕지 말고 육고기나 해물을 먹지 말라. 하인을 내 자식과 같이 여기며 나무라도 생순을 썩지 말며, 어린 자식 치지 말고 울리지 마옵소서. 어린 자식도 한울님을 모셨으니 아이를 치는 것이 곧 한울님을 치는 것이오니, 천리를 모르고 행여 아이를 치면 그 아이가 곧 죽을 것이니 부디 집 안에 큰 소리 내지 말고 화순(和順)하기만 힘쓰옵서서". 생명에 대한 깊은 공경의 내용이 나온다. 또 해월은 천지조화가 오롯이 '내칙'과 '내수도문'에 다 들어 있으니 마음을 다해 믿고 받들어 실천하라고 말한다. 자기 안에 포태된 바로 그 생명이 신령하고 무궁한 우주생명임을 자각하고, 천지우주 생명의 비밀, 창조적 진화 즉 조화의 내용이 포태와 출산의 원리 안에 다들어 있다는 말이다. 태극이 움직여 음양이 상보적으로 화합함으로써 만물을 낳는 것처럼, 부부가 서로 화순하여 새 아이를 잉태하고 낳는 과정을 흔히 명제와 반명제가 제3의 합명제로 통일되는 변증법적 논리로 착각하기도 하지만, 이것은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 소리다. 이러한 견해 따위는 유물론이나 실재론, 형상론의 시각일 뿐이다. 새 아이의 출산은 우주의 차원변화이며 새 차원이 열리고 새 시대가 열리는 과정이다. 아이의 출산은 만물이 새롭게 열리는 과정이다. 갓 태어난 아이의 마음을 한번 생각해보라. 부모를 공경하고, 가장을 공경하고, 아이들을 사랑하고, 노비도 자식같이 아끼며, 육축도 아끼고, 오는 손님을 모두 한울님으로 대접하고, 아이들을 한울님으로 대접하여 때리지 말라는 가르침은 베 짜는 며느리를 한울님으로 보라는 뜻과 그대로 일치한다. 이러한 사상 속에는 자기 안에 있는 우주생명이 가족 전체 뿐 아니라 타인에게도 똑같이 있으며, 가족 전체는 하나의 거룩한 우주적 생명 공동체에 참여하고 있다는 뜻을 내포하고 있다. 그리하여 오신 손님도 한울님이요, 이웃도 모두 한울님이다.
◇여성과 주부-후천개벽시대의 주역
여기서 하나 주의해야 될 것은 해월의 이러한 '내칙'과 '내수도문'을 바로 주부들, 아녀자들에게 주었다는 점이다. 여성과 주부들은 바로 개벽운동, 생명운동의 알짬이라고 할 수 있다. 주체로 까지 부를 수 있다. 즉 모든 중생, 모든 민초, 모든 인간이 주체이지만 여성과 주부는 후천개벽 시대의 주체 중의 주체라는 뜻이다. 실제로 오늘 많은 주부들이 생협운동 등을 통해 밥을 살리는 유기농산물 직거래 운동에 참여하고 있으며, 우리사회의 주역으로 등장하고 있다. 2002년 월드컵 당시 거리를 온통 붉게 물들였던 젊은 여성들과 주부들을 기억해 보자. 이 운동 과정을 통해 자기 생명과 가족의 생명이 소중할 뿐 아니라 삼시 세끼 먹는 밥 속에, 밥상의 모든 반찬속에 신령한 생명이 살아 있음을 인식하는 단계로 까지 나가고 있다. 이것이 미래 생명시대의 새로운 전조(前兆)가 아닌가?. 그렇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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