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분노의 함성 안들리는가
수도권 규제완화 철회를 촉구하는 대구시·경북도민 규탄대회를 1시간여 앞둔 29일 오후 2시 대구 달서구 두류운동장. 운동장과 관중석을 가득 메운 3만여 명은 중앙정부에 대해 절망과 분노의 함성을 토해내고 있었다.
'첨단기업 수도권 집중, 구미시민 다 죽는다' (구미시 송정동) '수도권만 대한민국이냐, 대구·경북경제 함께 살리자'(대구 달성공단)수도권 규제완화 철회를 촉구하는 내용의 어깨띠를 두른 참석자들은 하나같이 굳은 표정에 분노를 감추지 못했다.
"구미에서는 2천500명이 버스를 빌려 왔습니다. 벌써 알짜배기 대기업들이 빠져 나가 구미시민들은 심각한 위기의식에 사로잡혀 있습니다."
수도권공장규제완화반대 구미범시민대책위원회의 한광희(40) 씨는 "300억 달러 수출을 달성한 구미에 상은 못 줄 말정 있는 기업을 빼내가는 정부를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며 울분을 참지 못했다.
5m짜리 현수막을 짊어진 칠곡의 농민 이상선(66) 씨. "칠곡군 지천면에서는 농민 50명이 버스를 빌렸습니다. 북삼, 인동, 석적, 가산 일대는 칠곡의 미래가 달린 첨단 공단지역이지만 규제완화 발표 후 몇몇 대기업이 수도권 이전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결국 수십, 수백 개에 이르는 대기업 하청업체까지 칠곡을 떠나고 말 겁니다."
그는 "균형발전 운운하던 때가 엊그젠데, 이렇게 대구·경북을 배신할 줄 몰랐다"며 "수도권 공장완화도 모자라 쌀 비준안까지 통과시킨 정부가 너무 원망스럽다"고 울먹였다.
대구시민들의 마음도 들끓고 있었다. 규탄대회에 참가한 대구시민들과 통장 동우회, 부녀회, 새마을협의회 회원들은 경북의 대기업이 지역을 떠나면 그 여파는 고스란히 대구로 옮겨올 것으로 우려했다.
박왕규(53·대구 달서구 학산동) 씨는 "최근 APEC을 치른 부산이 국제도시로 웅비하는 사이 3대도시 대구는 10대 도시로 추락하고 있다"며 "구미, 칠곡 공단이 무너지면 지방 대학이 따라 무너지고 대구·경북 경제가 공멸할 것"이라고 말했다.
남녀노소, 대구·경북을 가리지 않고 하나가 된 시·도민들은 이날 마지막까지 거꾸로 가는 균형발전과 정부의 수도권규제완하 철회를 외치고 또 외쳤다.
"공공기관을 안겨준 정부의 목적이 수도권공장규제완화를 위한 것이었다면 차라리 공공기관을 다시 가져가고 규제완화를 철회해 주세요. 정부는 민심이 천심임을 잊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우리의 조그만 힘을 모으고 모아 반드시 청와대와 국회를 움직이고 말 겁니다." 바쁜일상을 잠시 접어두고 이날 집회에 모인 참석자들은 한목소리였다.
이상준기자 all4you@msnet.co.kr
사진: 대구·경북 시도민 3만 명이 29일 대구 달서구 두류운동장에 모였다. 이들은 수도권규제완화 방침을 의결한 정부에 '분노의 함성'을 퍼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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