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칼럼-저출산과 국가의 미래

입력 2005-11-30 11:30:09

현재 우리나라의 출산율은 세계 최저수준이다. 여자 1명이 가임기간 중 낳는 평균 자녀수를 나타내는 합계출산율은 1.16명에 불과하다. 선진국들인 OECD 평균 1.6명, 일본 1.32명, 미국 2.01명에 훨씬 못 미친다.

앞으로도 출산율이 획기적으로 나아질 가능성은 그리 크지 않다. 2000년대 초 출산율이 급격히 낮아진 이후 저출산이 하나의 유행으로 굳어지고 있는 것이다. 지금의 추세가 계속 된다면 우리나라 인구는 2020년 5천만 명 내외를 정점으로 감소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저출산은 곧바로 국력 쇠퇴로 이어질 수 있다. 인구가 감소하면 노동 공급과 국내 시장 규모가 작아져 성장잠재력을 해치게 된다. 고령인구의 급증까지 고려하면 연금, 국가 재정 등 사회적 부담은 더욱 커진다. 한 사람의 젊은이가 부양해야 할 노인인구가 많아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는 근로의욕 감퇴나 사회적 갈등으로 이어져 국가발전을 저해할 가능성이 크다.

이런 이유로 몇 년 전부터 우리나라에서도 출산장려를 위해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저출산'고령사회기본법을 제정하고, 보육비 보조나 보육시설 확충, 출산휴가 지원 확대 등의 정책을 펴 나가고 있다.

때늦은 감이 없지 않지만, 이제라도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였다는 측면에서 평가할 만하다. 그러나 이 정도 지원으로는 출산율을 높이기에 역부족이다. 적어도 선진국 평균 수준의 출산율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더욱 획기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첫째, 출산 장려를 위한 대대적인 사회운동이 필요하다. 출산을 기피하는 근저에는 자신의 삶만을 중시하는 일부 젊은 세대의 가치관이 자리 잡고 있다. 개인의 삶을 무시할 수는 없겠지만, 자녀 양육을 통해 또 다른 보람을 얻고 사회에 기여할 수 있다는 자부심을 가질 경우 문제를 상당히 해소할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과거 산아제한이나 출산장려정책을 펼쳤던 시기보다 훨씬 조직적이고 과감한 의식전환운동이 전개될 필요가 있다. 정부나 교육기관뿐만 아니라 종교'사회단체, 사회지도층, 일반 가정 모두가 위기의식을 공유하면서 출산에 대한 젊은이들의 인식을 바꾸어 나가야 하는 것이다.

둘째, 아이를 키우는 비용을 줄이고, 아이들이 성장한 후 최소한의 행복이 제공될 수 있는 교육시스템으로의 개혁이 시급히 이루어져야 한다. 지금처럼 사교육이 일반화된 상황에서는 자녀 양육에서 교육비가 엄청난 부담이다. 주기적으로 급등하는 주택가격까지 감안하면 웬만한 재산가가 아니고는 아이를 낳아서 행복하게 키우는 것이 겁날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 출산 장려금이나 영유아기의 보육비 지원 정도로 출산을 장려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또한 교육과정에서 아이들에게 다양한 진로가 제공되고, 각 부문에서 여러 차례의 기회가 제공되어야 한다. 지금은 모두가 일류대학이라는 하나의 목표를 향해 경쟁하고, 여기서 지면 회생의 기회가 매우 제한되어 있다. 이렇게 미래가 불확실한 상황에서 부모는 자녀 교육에 대해 엄청난 부담을 가질 수밖에 없고, 이것이 출산 기피로 이어지게 되는 것이다. 경쟁에 지더라도 최소한의 생활은 보장되리라는 기대가 있다면 출산의 부담이 다소 완화될 수 있을 것이다.

셋째, 육아가 여성들의 사회활동에 걸림돌이 되는 측면을 줄여 주어야 한다. 현재 우리 사회에서는 남녀 차별이 없어지면서 여성의 사회참여가 매우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 육아부담이 기혼 직장여성들에게 매우 큰 어려움으로 남아 있다. 따라서 보육과 관련된 다양한 서비스의 확충, 육아와 근무를 병행할 수 있는 유연한 근로형태 제공 등 육아와 직장생활을 병행할 수 있는 여건이 제공될 필요가 있다.

넷째, 출산율을 높이기 위한 노력에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저출산 하에서도 지속적인 경제성장과 사회발전을 이루어 나가기 위한 대비이다. 직접적으로는 여성과 노령 인력, 그리고 외국인 근로자의 활용 폭을 확대하는 것이 도움이 될 것이다. 경제구조를 혁신 주도형으로 고도화시키는 것 역시 저출산시대에 성장잠재력을 유지하는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 이 밖에 해외입양, 해외동포 등의 문제도 저출산 극복과 관련하여 주목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박기홍 포스코경영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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