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인사이드-세계육상선수권과 박상하씨의 '족쇄'

입력 2005-11-30 10:14:25

박상하 2003년 대구하계유니버시아드(U)대회 집행위원장이 U대회 광고물업자로부터 2천만 원을 받은 혐의에 발목이 잡혀 고뇌에 찬 나날을 보내고 있다.

1심 판결(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 추징금 2천만 원)에 불복해 대구고등법원에서 2심 재판을 받고 있는 그는 왕성하게 펼쳤던 체육 관련 대외 활동을 모두 접고 대구 집과 사무실을 오가며 칩거하고 있다.

2011년 세계육상경기선수권대회 대구 유치를 위해 구성된 유치위원회(위원장 유종하)가 U대회 유치를 주도했던 박 집행위원장에게 도움을 요청하고 있지만 그는 적극적인 활동 대신 조언자의 역할에 그치겠다는 생각이다. 최근 그는 "체육과 지역 발전을 위해 수십억 원을 쓰며 온갖 정성을 다했다. 그러나 지금 나에게 돌아온 것이 무엇이냐"고 했다. 뇌물 수수에 대한 검찰의 수사가 출마를 선언한 대한체육회장 선거를 앞두고 진행된 점과 언론 보도를 통해 부도덕한 인물이 된 점, U대회를 주관한 대구시의 방관자적인 태도 등에 대한 불만도 표시했다.

하지만 평생을 체육계에 몸담은 그는 세계육상선수권 대구 유치에 대한 열정을 숨기지 못했다. 그는 "세계육상선수권 유치는 대구의 명예와 발전이 걸린 문제"라며 "투표권을 쥔 국제육상연맹(IAAF) 집행이사들의 지지를 받기 위해서는 적극적으로 방문 외교를 펼쳐야 한다"고 말했다. 대구에서 대접하겠다며 초청한다고 해서 올 집행이사는 몇 명밖에 안 된다는 것이다. 사실 9월 열린 2005대구국제육상대회에서 유치위원회는 10명 이상의 집행이사가 대구를 찾을 것으로 기대했으나 2명만 대회에 참가했다.

이러한 애정에도 불구하고 그는 당분간 잃은 건강을 되찾는 데 치중할 계획이다. 쉬면서 U대회 유치·개최 과정에서의 뒷이야기들을 정리해 볼 생각이라고 그는 전했다.

그러나 지역 체육인들은 그의 활동 재개를 기대하고 있다. 체육인들은 그가 지역을 위해 한 일에 비춰볼 때 법의 판결은 너무 가혹하다며 누군가 나서서 그가 찬 족쇄를 풀어주기를 희망하고 있다. 특히 세계육상선수권 대구 유치를 위해서는 IAAF 집행이사들과의 인맥이 돈독한 그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높다.

경북체육회 최억만 상임부회장은 "지역에서 그만한 체육계 인물을 만들려면 얼마나 많은 시간과 돈이 들겠느냐"며 "그가 다시 활동할 수 있도록 대구시와 지역민들이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상하 집행위원장은 자신의 과오를 씻어내고 지역에 1천억 원 이상의 수익을 안긴 성공한 U대회를 치른 주역으로 컴백할 수 있을 것인가. 김교성기자 kgs@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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