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재판부, 변호인단 재선임 시간 요구 수용
시아파 주민 학살 혐의로 기소된 사담 후세인 전 이라크 대통령과 측근 7명의 재판일정이 또다시 미뤄졌다. 후세인 정권 인사들의 단죄를 위해 설치된 이라크 특별재판부의 리즈가르 모함메드 아민 주심판사는 28일 바그다드에서 속개된 심리에서 타하 야신 라마단 전 부통령이 변호인을 선임할 시간을 주기 위해 내달 5일까지 휴정한다고 밝혔다.
아민 판사는 후세인과 함께 기소된 라마단 전 부통령의 변호팀이 해체된 점을 감안해 변호인을 추천했지만 피고인이 직접 선임을 고집하자 이같이 결정했다. 라마단의 변호팀에 소속된 변호사 2명은 지난 8일 괴한의 공격을 받아 1명이 죽고 다른 변호사는 크게 다친 뒤 변호팀에서 빠져나갔다. 이에 앞서 다른 변호인 1명도 괴한에 납치돼 살해된 바 있다.
특별재판부는 당초 이날부터 내달 1일까지 증거조사를 계속할 예정이었다. 증언청취 등을 통한 증거조사를 예정대로 끝내지 못하고 재판일정이 다시 연기됨에 따라 향후 재판이 당분간 표류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특별재판부를 구성하는 이라크 고등재판소는 저항세력 공격이 격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내달 15일의 총선을 전후한 기간에는 휴정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바그다드 그린존에 설치된 특별법정에서 근 40일만에 속개된 이날 재판에서는 후세인과 측근 인사들이 출석한 가운데 이들의 기소범죄인 1982년의 두자일 마을 주민 학살 사건에 관계된 증인의 첫 증언이 이뤄졌다.
양복을 입고 법정에 나온 후세인은 자신에게 수갑을 채워 계호한 미군을 지목하며 '침략자'와 '점령군'이라고 부르는 등 1차 재판 때와 마찬가지로 당당한 자세를유지했다.
당시 정보장교로 후세인 암살사건 조사를 위해 두자일에 파견됐던 와다 알-셰이크는 비디오 증언을 통해 현장에서 수거된 탄피 숫자로 볼때 후세인 암살공격에 7∼12명이 개입한 것으로 추정됐지만 부녀자, 어린이, 노인을 포함한 400여 명의 두자일 주민이 체포됐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후세인의 경호요원들이 주민살육에 가담했다고 덧붙였다. 지난달 말 암 치료를 받던 병원에서 증언한 알-셰이크는 그 후 사망했다. 또 두자일 마을에서 후세인 암살공격이 발생한 직후 위기를 모면한 후세인이 현장에서 용의자를 직접 신문하고 부하들에게 취조를 지시하는 장면이 담긴 영상이 공개됐다.
이날 재판에는 변호인단에 합류한 람시 클라크 전 미 법무장관과 나지브 알-누아이미 전 카타르 법무장관이 참석했다. 두자일 사건과 관련해 살인, 고문, 불법감금 등의 혐의로 기소된 후세인은 이번 재판절차가 끝나면 1988년의 쿠르드족 독가스 학살사건 등 재임 중 저지른 것으로 알려진 다른 반인륜 범죄 혐의에 대한 재판도 받게 된다.
이라크 당국은 두자일 사건이 상대적으로 범죄정황이 명확하고 관련 기록이 잘보존돼 있어 유죄입증이 쉬울 것으로 판단해 첫번째 기소 범죄로 골랐다. 후세인은 이 사건으로 유죄가 확정되면 사형선고를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일각에서는 두자일 사건이 1980년대의 이란-이라크 전쟁 당시 후세인 정권을 지원했던 미국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기 때문에 재판과정에서의 정치적 논란을 피할 수있다는 점에서 첫번째 기소죄목으로 선택됐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바그다드에서 북쪽으로 약 60㎞ 떨어진 두자일 마을 주민 200여 명은 이날 희생자들의 사진을 들고 후세인에게 사형을 선고할 것을 촉구하는 시위를 벌였다.
한편 재판이 시작되기 수시간 전에 바그다드 남부지역인 도라에서 특별법정이 설치된 그린존 쪽으로 박격포탄 1발이 발사됐으나 인명피해는 없었다.
카이로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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