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사회 조건 속에 부각 또는 가려진 부분 새롭게 조명
한국시문학사에 큰 족적을 남겼거나 수많은 독자들의 사랑을 받아온 시인들이 문학적으로 과대평가되었거나 과소평가되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계간 문예지 '시인세계'(문학세계사) 겨울호는 기획특집으로 마련한 '과대평가된 시인, 과소평가된 시인' 코너에서 서정주,윤동주,김수영,기형도 등의 시인을 과대평가된 시인으로, 박목월,박인환,전봉건,김종삼 시인을 과소평가된 대표적인 시인으로 꼽았다.
문학평론가 신철하 씨는 "서정주 문학은 인간적 진정성과 문학적 핍진성의 문제를 공정하게 평가하면서 문학사 속에 자동 안착된 서정주가 아니라 처음부터 다시 탐구해야 할 진형형의 상태로 돌려놓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문학평론가 이명원 씨는 "윤동주를 '저항시인','민족시인'의 맥락에서 이해하게 된 것은 제도교육의 영향"이라며 윤동주 문학에 대한 재평가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박현수 경북대 국문학과 교수는 "4·19 때 제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시인들이 5·16으로 다시 억압을 받으면서 김수영 신화가 탄생했고, 이후 그의 평가가 절대적으로 상향조정되었다"고 평가했다.
스물 아홉에 요절한 기형도 시인에 대해 문학평론가 홍기돈 씨는 "사회에 은연중 유포되어 있던 죽음의 분위기가 시인의 우발적인 죽음을 필연으로 수용하는 현상을 낳았다"고 분석했다.
반면 박목월 시인에 대해 문학평론가 김옥성(시인) 씨는 "한국 현대시 연구자들이 즐겨 다뤄온 모더니즘,전통주의,리얼리즘 계열에서 벗어나 일상적이고 친숙한 것을 추구한 탓에 깊이 있는 탐구의 기회를 얻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문학평론가 이홍섭 씨는 "전란 중의 피폐함과 전후의 상실감이 박인환의 시에서처럼 잘 반영된 시가 있었는가"라고 되물으며, 박인환 문학에 대한 재평가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문학평론가 문혜원 씨는 "전봉건은 문학의 사회참여에 대한 한계를 솔직히 인정한 탓에 문학인의 사회적 책임이 강조되던 현실에서는 소극적이고 현실도피적인 모습으로 여겨질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강연호 시인은 "김종삼 시인 또한 현실의 고통이나 비극성과 맞서 싸우거나 대결하지 않고 순수미학을 추구한 탓에 우리 문학풍토에서 크게 환영받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시인세계는 시대와 사회라는 선별된 조건 속에 가려졌거나 부각된 시와 시인들에 대한 새로운 조명은 세평의 신화라는 장막 뒤에 존재하는 시와 시인의 현실적 정체성을 드러낸다고 덧붙였다.
조향래기자 bulsajo@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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