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버스동호회 운영자 이은석 씨

입력 2005-11-28 08:59:00

이은석(20·부산. 사진 왼쪽) 씨는 인터넷 버스 동호회 '인투버스넷(www.intobus.net)'의 열성 회원이자 운영자다. 이 동호회를 만든 지 2년에 접어들면서 회원도 870여 명으로 불었다. 이 씨와 회원들은 새로운 버스나 특이한 버스가 나왔다는 소식을 들으면 전국 어디라도 달려가 타본다. 버스를 타보고 서로의 의견을 나누는 것은 이들에겐 가장 큰 관심사다.

지난 4월 대구에 장애인용 저상버스가 등장했다는 소식에 이 씨는 한달음에 달려와 타보기도 했다. 지나가는 버스만 보면 이 씨의 입에선 차량 이름, 차량에 달려있는 옵션사항 등이 술술 나온다.

이 씨가 이 동호회를 만든 이유는 단 하나. 버스가 좋아서란다. 그렇다면 버스가 좋은 이유는 뭘까."버스를 타면서 커다란 차창 밖으로 지나가는 풍경을 구경하는 것이 즐거워요. 버스의 굵은 엔진 소리도 매력적이지요. 특히 시외버스를 타면 시골 할머니들의 구수한 입담도 덤으로 듣게 되니 여행이 재미있어집니다. 저보다 더 열성인 분도 있고 '걸어다니는 버스사전'이라 불리는 분도 있습니다."

옆에서 이 모임 대구지역 회원이자 TBN대구교통방송 최연소 통신원인 조현수(17·경북공고 1년) 군이 한마디 거든다.

"시외버스나 고속버스의 출입문 쪽 제일 앞자리에 타보셨어요? 버스기사 아저씨들이 운전하는 모습도 잘 보이고 버스가 가는 길도 한눈에 쏙 들어옵니다. 같은 회사 차량이 반대편 차선에서 지나갈 때 서로 거수경례를 하는 모습은 정말 멋있지요."

버스 승차권·영수증·배차시간표를 모으는 이 씨는 버스가 좋아 대학전공도 자동차과를 택했다. 학교를 졸업하고 나서도 버스와 관련된 일을 하고싶어 한다. 이 씨와 회원들은 별난 취미를 갖고 있지만 단순히 즐기는 데 그치지는 않는다.

버스업체에서 신차를 구입했다는 연락을 받으면 회원들과 함께 시승 후 소감을 말해 주기도 하고 버스기사의 친절도를 점검해 달라며 버스업체에서 모니터링 요청이 들어오면 응하기도 한다.

그의 눈에 비친 대구 시내버스 문화는 어떨까. "대구 시내버스 기사분들은 부산에 비해 불친절한 것 같아요. 버스가 멈추기 전에 승객들이 일어나면 앉아 계셨다가 천천히 내리셔도 된다고 말해 줬으면 합니다. 버스의 행선지판도 너무 작아 잘 보이지 않고요."

이 씨가 볼 때 우리나라 버스의 디자인은 아시아 최고지만 버스 성능이나 서비스는 아직 부족한 점이 많다. 특히 이 씨를 비롯해 버스에 남다른 애정을 가진 이 모임 회원들이 공통적으로 지적하는 시내버스 문화의 문제점은 버스승강장 부근의 불법 주·정차에 관련된 것. "어르신들이 불법 주·정차된 차량 때문에 차로 중간에 세워진 버스를 쫓아가 타려면 상당히 힘듭니다. 차로 안까지 뛰어들어 버스를 잡으려다 사고가 날 위험도 크고요, 차량 흐름에도 방해가 되기 마련이지요."

취재진과 이야기를 마치고 돌아서면서도 지나가는 시내버스를 훑어보는 모습을 보니 그의 못 말리는 버스사랑이 느껴진다.

채정민기자 cwolf@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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