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웃음-문화사로 본 유대인의 유머

입력 2005-11-26 09:14:18

웃음-문화사로 본 유대인의 유머/에즈라 벤게르숌이 지음/이광일 옮김/도서출판 들녘

영화 '인생은 아름다워'에서 아우슈비츠 수용소에 끌려간 귀도는 사형을 당하러 가면서도 아들이 보고 있는 것을 의식해 장난감 병정처럼 신나게 걸어간다. 그는 죽기 전 마지막 순간에도 아들을 향해 환한 미소를 짓는다.

유대인 대학살 시대를 살았던 귀도는 자신의 비극적인 처지에 오히려 유머러스하게 대처하면서 그의 아내와 아들에게 '그래도 인생은 아름답다'는 희망을 보여준다. 저자는 이 책에서 오랜 세월 핍박과 억압을 받으면서도 삶의 여유와 웃음을 잃지 않았던 유대인의 유머에 대해 고찰하고 있다.

저자는 수천년에 걸쳐 유대문학 속에서 나타난 표현 형태들을 추적하면서 유대적 유머의 특징을 규명하고 있다. 그리고 유대교와 유대민족의 본질을 보여주는 확실한 특성을 조명하고자 시도한다.

즉 유대민족의 근본사상이 담긴 유머를 살피고 이를 통해 인류사에서 유대민족사가 차지하는 독특함을 고찰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이 책은 유대인 하면 떠오르는 탈무드에서의 신성한 가르침이 아닌 인간본성으로서의 유대인의 정신을 수많은 유대인 작가들의 작품을 통해 살펴본다.

영화 '인생은 아름다워'에 나오는 귀도처럼 유대인들은 끔찍한 상황에서도 웃음을 보였고, 인생은 아름답다고 말할 수 있었다. 그들에게는 선택받은 민족으로서 언젠가는 신이 다시 그들을 돌봐주실 것이라는 소망이 있었다.

그리고 그 소망으로 그들은 슬픈 운명을 향해 웃음을 던질 수 있었다. 그리고 그들을 박해하는 인류를 향해 이방인들을 향해 그들만의 위트로 조롱하고 비웃을 수 있었다. 이 책의 과제는 분명하다.

유대적 유머의 특징을 규명하고 그 예를 들어 설명하면서 수천년에 걸쳐 문학 속에 나타난 표현형태들을 추적하는 것이다. 또한 풍자와 불행을 야기하는 사건들을 접했을 때의 쓴웃음도 함께 고찰한다.

조향래기자 bulsajo@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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