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밴드 'X-project'

입력 2005-11-25 09:26:59

오후 7시 대구 두산동에 있는 하우스맥주 주점 아리아나 브로이. 맥주잔을 손에 들고 저마다 이야기꽃을 피우던 손님들의 눈길이 무대로 쏠린다. 필리핀 출신의 6인조 밴드 'X-project'의 공연이 펼쳐지는 시간. 한 곡 두 곡을 넘기면서 사람들은 그들의 열정에 마음을 빼앗긴다. 사람들은 자리를 박차고 한바탕 댄스 파티를 벌인다. 브로이는 한순간에 신나는 공연장으로 변한다.

아리스(33'보컬)와 러브(28'여'보컬), 로렌스(31'리더'베이스), 로먼(32'드럼), 빈센트(28'키보드), 컴(26'기타) 등 모두 6명으로 구성된 'X-project'는 이곳 브로이의 '명물'이다. 올 2월부터 이곳 무대에 서고 있는 이들은 손색없는 가창력과 무대 매너, 끼로 브로이 손님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고 있다.

"미국을 비롯한 외국에서는 자신들 나라의 노래보다 다른 나라의 유명한 노래를 듣는 걸 좋아해요. 하지만 한국 사람들은 한국 노래를 불러주면 너무 좋아하더라고요. 거의 열광 수준이에요."(로렌스)

그래서인지 이들은 공연 중에 한국 대중가요를 수시로 불러준다. 한국 대중가요 익히기에도 게을리 하지 않는다. 보컬리스트 러브는 "한국노래를 약 40여 곡 정도는 부를 줄 안다"라고 자랑한다.

이들은 한국에서 공연하는 자체가 무척 행운이라고 입을 모았다. "필리핀에는 우리 같은 밴드가 정말 많아요. 그렇다보니 외국 회사와 정식 계약을 하고 뽑혀서 무대에 서는 경우가 드물죠." 정확한 액수를 밝히지 않았지만 이들이 이곳에서 받는 급여는 필리핀의 10배 정도. 그래서인지 많은 필리핀 밴드가 외국 무대에 서길 바라고 있다고 한다.

한국 생활 8개월. 로렌스는 김치와 고추장만 있으면 모든 음식을 소화할 정도로 한국 사람이 다 되었다고 껄껄 웃는다. 보컬 아리스는 "1년 전부터 한국 여자와 사귀면서 한국이 더욱 친숙해졌다"라고 거든다.

이들은 무대에서 공연할 때 관객들의 각양각색의 모습을 지켜보는 게 너무나 재미있다고 한다. "한번은 무척 잘 생긴 사람이 멀쩡하게 술을 먹다가 갑자기 앞으로 튀어나와 막춤을 추더라고요. 그렇게 망가지는 모습이 너무나 우스웠어요."

이들은 잠시 쉬는 시간에도 바쁘다고 엄살을 떤다. 술을 먹다 자기들에게 다가와 콩글리쉬로 물어보기 때문. "잠시 틈도 없죠. 여기저기서 한국 사람들이 와서 어느 나라에서 왔느냐며 이것저것 물어보죠." 그래도 러브는 "그들의 행동들이 관심의 표현이라 그렇게 귀찮지만은 않다"라고 덧붙인다.

전창훈기자 apolonj@msnet.co.kr

(2005년 11월 24일자 라이프매일 www.life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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