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4일 대구시민회관에서 러시아 국립 타타르스탄 오케스트라 연주회가 있었다. '미치지 않으면 연주할 수 없다'는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노 협주곡 3번이 선을 보였다. 영화 '샤인'에서 주인공 헬프갓은 신들린 듯 이 곡을 연주한 후, 정신분열증을 앓는다.
영화 '샤인'은 피아니스트 데이빗 헬프갓의 일대기를 다루고 있다. 호주에서 태어난 헬프갓은 어린 시절부터 피아노에 비범한 재능을 보인다. 10대부터 유명 피아노 경연 대회에서 여러 차례 우승을 하며 세계적 음악가들로부터 호평을 받는다.
이런 헬프갓의 뒤에는 엄격하고 폭군적인 아버지가 있다. 아버지는 아들에게 직접 피아노를 가르친다. 세상은 위험하기 때문에 상처받기 쉬운 어린 아들을 세상에 내놓을 수 없다는 것이 아버지가 내세운 이유다. 아버지의 맹목적인 과보호로 헬프갓은 폐쇄적인 환경에서 자란다. 그의 어머니는 순종적이고 겁이 많아서 감히 남편에게 자신의 주장을 내세우지 못한다.
미국의 유명 음대에서 헬프갓의 유학을 제안하지만 아버지는 거절한다. 본격적으로 피아노 공부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들떠 있던 헬프갓에게는 청천벽력 같은 결정이었다. 좌절감으로 방황하던 헬프갓은 영국으로 도망간다. 런던 왕립음악대학에서 열정적으로 피아노에 빠져 든다. 그러나 아버지를 반역한 죄책감에서 벗어나지 못한 헬프갓은 용서를 비는 편지를 보내지만 편지는 번번이 반송된다. 아버지는 아들과 의절을 선언한다.
여린 헬프갓은 엄청난 심리적 고통을 안고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노 협주곡 3번을 연주한다. 청중의 갈채를 뒤로한 채 정신분열증세를 보이기 시작한다. 그 후 헬프갓의 연주 생활은 막을 내리게 되고 결국 정신병원에 입원한다.
이 영화에서 아들의 독립을 방해하는 아버지의 존재를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아버지는 엄격하고 독선적이며 아들을 비난하는 감정 표현이 잦은 '정신분열증을 양산하는 부모'의 전형적인 모습을 보인다.
정신분열증은 이른 나이에 발병하여 인지, 지각, 의지, 행동, 사회생활 등에 장애를 보이는 정신 질환이다. 정신분열증과 가족의 역할은 관련이 있다. 정신분열증을 일으키는 특정한 가족 형태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문제가 있는 가족은 기질이 취약한 환자에게 스트레스를 주어서 병을 유발하거나 상태를 악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헬프갓의 부모처럼 가족 생활을 한쪽 부모가 지배하는 경우를 '결혼 편중' 또는 '결혼 분파'라고 부른다. 부부는 서로 고립된 결혼 생활을 하면서 자식에게서 감정적 보상을 얻고자 하기 때문에 자녀들은 누구 편을 들지 혼란스럽고 한쪽 부모 편을 들면 죄책감을 느낀다. 이런 가정은 자녀의 건강한 성장을 방해한다.
또 남을 때리지 말라고 가르치면서도 친구에게 맞고 왔다고 꾸중을 하는 것처럼 상호모순적인 메시지를 전달하는 '이중구속'의 의사소통도 아이들에게 갈등과 혼란을 초래하고 아이들을 자기 세계로 도피시켜 자폐적으로 만들기 쉽다.
가정내 갈등과 부모의 불화는 정신분열병뿐만 아니라 모든 정신건강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 건강한 사회의 기본 조건은 편안한 가정임은 말할 나위가 없다.
마음과마음정신과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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