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드라마 관련 전공 대학원생 김모(26) 씨는 "국내 드라마는 너무 뻔한 공식이 눈에 보인다"며 "시종 극적인 긴장감을 주는 외화시리즈를 즐겨 본다"고 했다. 외화 마니아인 그는 동아TV 외화시트콤 '프렌즈'를 예로 들면서 "시즌 10편까지 나온 이 드라마에 열광하는 마니아가 주변에 의외로 많다"고 귀띔했다.
얼마 전 '시즌1' 방영을 끝낸 외화 '위기의 주부들'은 '파격적인 그들의 행동은 우리 현실과 거리가 멀다'는 반대 의견에도 불구하고 주부들에게 화제를 모으며 공중파에서 버젓이 방영됐다. 외화가 두터운 마니아 시청자를 등에 업고, 케이블 TV를 넘어 공중파까지 파고들고 있다.
▷외화 다시 뜬다='초원의 집', '월튼네 사람들', '600만 불의 사나이', '원더우먼', '맥가이버' …. 1970년대부터 1980년대까지 국내 공중파TV에서 인기를 모은 외화 시리즈들이다. 추억도 아련한 이런 외화들은 90년대 중반부터 질적으로 크게 도약한 국내 드라마에 자리를 내주면서 한동안 사라지다시피 했다.
그러나 탄탄한 스토리와 세련된 영상, 연기력 중심의 캐스팅으로 무장한 외화 시리즈가 케이블을 통해 방영되면서 다시 인기몰이를 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특히 케이블 방송의 시청률 효자노릇을 톡톡히 하면서 케이블 방송마다 대표적인 인기물이 하나씩 있을 정도다.
현재 방영 중인 외화는 케이블 ON STYLE과 OCN의 '섹스 앤드 시티', OCN 'CSI 과학수사대', 동아TV '프렌즈', YTN STAR 'X파일' 등이 마니아 시청자들에게 어필하고 있다. '위기의 주부들', '밴드 오브 브라더스', '24' 등은 공중파에서도 인기를 모은 외화 시리즈들이다. '위기의 주부들' 후속작으로는 메디컬 드라마 '그레이 아나토미'가 바통을 이어받았다.
이중 'CSI 과학수사대'(MBC)와 '위기의 주부들'(KBS)은 지난달 중순까지 공중파에서 한판 각축을 벌였다. 두 편 모두 미국 방송 당시부터 선풍적인 인기를 얻었고, 곧바로 여러 나라에 수출돼 인기를 이어갔기 때문에 국내 흥행도 어느 정도 예상돼 왔다. 하지만 공교롭게도 방송 시간이 맞물리면서 경쟁 아닌 경쟁을 펼친 것이다.
▷인기비결은 뭘까=이들 외화들은 뭐니 뭐니 해도 탄탄한 스토리와 세련된 영상, 연기력 중심의 캐스팅으로 무장한 것이 특징이다. 영화 못지 않은 스케일과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변화시킨 제작기술, 자금력은 우리의 부러움을 사기에 충분하다. 최근 인기를 모으고 있는 'CSI'가 범죄 스릴러라면, '위기의 주부들'은 코믹스릴러다. 두 편 모두 색다른 주제와 배경으로 판에 박은 듯한 국내드라마와는 달라도 한참 다르다.
'CSI'는 라스베이거스, 마이애미, 뉴욕 등 지역을 바꿔가며 과학수사대의 치밀한 범인 추적을 담고 있는 시리즈. 'X파일' 이후 국내에서 가장 탄탄한 마니아층을 형성하며 장수하고 있다. 무엇보다 할리우드 특급 제작자 제리 브룩하이머 군단의 철저한 고증을 거친 사실적 영상이 주목받고 있다.
'CSI'가 어두운 밤에 전개된다면 '위기의 주부들'은 한낮에 펼쳐지는 코믹스릴러. 평범했던 주부 4명이 이웃의 자살을 목격한 뒤 자신들의 삶을 되돌아보며 자살의 미스터리를 풀어 가는 이 드라마는 요소요소에 배치된 코믹한 설정과 진행될수록 깊어지는 미스터리한 분위기가 매력적. 내년 초에 방영될 것으로 보이는 '시즌2'가 벌써 기대를 모으는 이유이다.
재미도 재미지만 또 하나 간과할 수 없는 부분은 마니아들이 인터넷을 통해 이미 이들 외국 인기드라마에 대한 정보를 갖고 있다는 점과 탄탄한 시청자층이 형성돼 수요기반이 확실하다는 점도 외화가 인기를 끄는 이유로 보인다.
노진규기자 jgroh@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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