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與 수도권 편애 점입가경

입력 2005-11-23 09:20:13

"구미 타격 없다…경쟁력 있는 곳 발전시켜야" 주장

"40인치 이상의 LCD 공장만 파주로 이전하는 것이어서 구미가 타격받을 일은 절대 없다." "구미에서 빠진다는 1조 4천억 원도 기투자금이 빠지는 것이 아니라 새롭게 순증된 투자금이 이동하는 것이어서 문제가 안 된다."

22일 국회 산업자원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나온 허범도 산업자원부 차관의 발언에 지역의원들은 혀를 내둘렀다. '수도권 공장 신·증설 방침 철회 결의안' 채택 여부를 놓고 열린 이날 회의에서 정부·여당 인사들은 구미에 대한 피해액 평가가 과대포장됐으며 수도권 투자금을 오히려 늘려야 한다는 뉘앙스를 풍겼기 때문이다.

허 차관은 "세계 1등 상품인 LCD의 경쟁력 확보를 위해 파주로 옮기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그래도 구미는 여전히 파주LCD 생산량의 3배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정부가 수도권 공장에 투자할 수 있는 품목을 8개에서 더 늘린다는 보도가 있다"는 한나라당 곽성문(대구 중·남) 의원의 질의에 대해서도 "기본적인 논리로 답한 것"이라며 부정하지 않았다.

특히 열린우리당 오영식 의원은 "국가균형발전도 국가경쟁력 제고에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며 LCD공장의 수도권 이전을 지원하고 나섰다.회의 후 지역의원들은 "구미가 타격받을 일이 없다"는 정부·여당 측 발언에 기막혀 했다. 김성조(구미갑) 의원은 "허 차관의 말대로라면 40인치 이하 생산만 하라는 것인데 대형화 추세로 가고 있는 LCD 시장의 특성상 10년 후에는 구미의 LCD 경쟁력은 사라져 공장이 문을 닫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구미가 파주 생산량의 3배가 된다"는 말에 대해서도 "고부가가치의 대형 LCD는 수도권에 넘기고 저부가가치만 3배 되면 뭐하느냐"며 "지금이야 구미가 3배지만 앞으로는 파주 생산량이 구미의 30배가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같은 당 김태환(구미을) 의원도 "정부는 순증된 투자금이라며 1조4천억 원의 투자금이 파주에 가는 것을 정당화하고 있는데 그 말은 앞으로 구미와 같은 지방은 순증 투자가 전혀 이뤄지지 않아도 된다는 말이냐"고 반문했다.

지역의원들은 "지금 갖고 있는 밥그릇도 뺏어가는 형국에 어떻게 지방발전을 이루겠다는 것인지 모르겠다"며 "정부·여당이 계속 억측을 부린다면 3천만 지방민들의 엄중한 심판을 받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박상전기자 mikypar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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