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당신과 내가
날과 씨로 만나서
하나의 꿈을 엮을 수만 있다면
우리들의 꿈이 만나
한 폭의 비단이 된다면
나는 기다리리, 추운 길목에서
오랜 침묵과 외로움 끝에
한 슬픔이 다른 슬픔에게 손을 주고
한 그리움이 다른 그리움의
그윽한 눈을 들여다볼 때
어느 겨울인들
우리들의 사랑을 춥게 하리
외롭고 긴 기다림 끝에
어느 날 당신과 내가 만나
하나의 꿈을 엮을 수만 있다면
정희성(1945∼ ) 한 그리움이 다른 그리움에게
대저 하늘이 시인을 세상에 내려보낸 뜻은 힘겨운 삶에 지치고 시달리는 사람들의 시린 마음을 위로하고 쓰다듬어 주려는 뜻이리라. 그런데 시인들은 자신들에게 맡겨진 책무를 자주 잊어버리고 이상야릇한 말장난과 경박함으로 세월을 보내고 있으니, 이런 안타깝고 가슴 아픈 일을 과연 어찌 할 것인가? 비평이란 것은 문학인의 역할과 책임을 항시 살피고 격려하면서 우리 시대의 문학이 제 자리를 잡아가도록 분발해야 할 터이나 비평가란 사람들도 현재 일손을 놓고 있는 상태이다. 시인은 모름지기 가슴이 남보다 더 따스해야 하고, 슬픈 일에 함께 눈물을 흘릴 줄 알아야 한다. 의롭지 못한 경우를 보면 분기탱천하여 그 불의를 꾸짖어야 하고, 사사로운 감정에 휘말려 스스로를 학대해서도 아니 된다. 요즘 시인들의 살아가는 모습은 때로 가관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돌덩이를 깎아서 스스로 자신의 시비를 세우는가 하면 거액을 들여서 자신의 전집을 발간하기도 한다. 이 무슨 비천한 경우인가? 진실을 잃어버린 시인의 작품을 애써 찾으려는 독자는 세상에 없을 것이다. 이 작품에 등장하는 외로움, 그리움, 기다림, 꿈, 사랑 등은 시인이 자나깨나 보살펴야 하는 운명적인 영역인지도 모른다.
이동순(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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