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 초등학교 5학년인 아이가 컴퓨터 앞에서 너무 많은 시간을 보내는 것 같아 걱정입니다. 거실에 내놓았더니 친구들과 몰래 PC방까지 다니는데 무작정 나무랄 수도 없어서 답답합니다. 어떻게 하면 컴퓨터 하는 시간을 줄일 수 있을까요?
답 : 우선 우리 부모 세대들이 염두에 두어야 할 사실을 알려드리고 싶습니다. 예전에 부모 세대의 성장기에는 특별한 주문을 하지 않아도 순리대로 따르면 큰 문제없는 사회인이 될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요즘 아이들은 긍정적인 쪽으로 이끌어주지 않으면 나쁜 쪽으로 휩쓸릴 수밖에 없는 환경에서 자라고 있습니다. 내 아이가 문제인 것이 아니라 사회와 환경이 문제라는 사실을 유념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컴퓨터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학교 문만 나서면 문방구마다 게임기가 줄지어 있고, 그 앞에서 친구들이 오락을 하고, 몇 십m 단위로 PC방이 있고, 초등학생과 성인이 옆 자리에 앉는 게 현실입니다. 게임이나 채팅, 미니홈피 등을 모르면 친구들과 대화가 잘 되지 않을 정도죠. 이런 환경에 놓인 아이들에게 무조건 컴퓨터 하는 시간을 줄여라, 게임을 하지 말라고 하는 것은 애초부터 잘못된 요구입니다.
아이들이 컴퓨터에 빠져드는 것은 다른 것보다 재미있기 때문입니다. 다른 데서 그만한 재미를 찾지 못하면 쉽게 중독되는 것이 컴퓨터입니다. 이 같은 중독성을 이겨내려면 컴퓨터 못지않게 재미있는 일이 있어야 합니다. 부모님의 상당한 노력이 필요한 부분입니다. 막연히 컴퓨터를 금지할 게 아니라 윷놀이든 보드게임이든 가족이 일상 속에서 함께 할 수 있는 놀이문화를 만들어야 합니다. 평일에 많이 하지 못했다고 주말에 아이가 컴퓨터 앞에 종일 앉아있는 걸 방치해서도 안 됩니다. 부지런히 밖으로 데리고 나가야 합니다.
컴퓨터를 하지 않으면 친구들과 어울릴 수 없다고 항변한다면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눌 필요가 있습니다. 일단은 지켜야 하는 기준을 분명히 하는 것이 좋습니다. 약간의 일탈은 있을 수 있지만 그 기준으로 돌아와야 한다는 점을 인식시켜야 합니다. 아울러 자신이 좋아하는 일, 즐겨할 수 있는 자기 나름의 세계를 구축하도록 도와줘야 합니다. 컴퓨터가 나쁘다는 것이 아니라 다른 더 좋은 것이 많다는 사실을 깨닫도록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자녀의 상태에 따라 장·단기적인 접근이 필요합니다. 어느 정도 심각한 상태라면 부모가 장기적인 계획을 갖고 꾸준하게 밀고 나가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다른 사람이 말하는 이런저런 방법에 휩쓸릴 게 아니라 내 아이의 생활을 바꿔줄 수 있는 가장 적합한 방법을 고민해서 인내심을 갖고 체계적으로 다가가야 성공할 수 있습니다.
가령 게임 중독 증상을 보이는 아이에게 막무가내로 컴퓨터를 못 하게 하는 것은 어리석은 방법입니다. 학교, 친구 집, PC방 등 게임을 할 수 있는 곳은 집 밖에도 얼마든지 있기 때문에 집 밖으로 나도는 더욱 나쁜 상황에 빠질 수도 있습니다. 오히려 부모가 자녀와 함께 컴퓨터 게임을 하면서 함께 즐거워하고, 대화를 통해 점차 시간을 줄여가는 방법이 현명한 길일 수 있습니다. 가급적이면 가정 내에서, 가족과 함께 문제를 풀어갈 수 있도록 품으로 끌어들이는 것이 옳습니다.
부모는 은연중에 자녀에게 많은 것을 기대하기 마련입니다. 하지만 아이들도 그만큼 많은 이해를 갈구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합니다. 무조건 부모의 기대에 맞추라고 요구할 게 아니라 대화를 통해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고 맞춰갈 수 있어야 건강한 부모 자녀 관계도 가능합니다.
박용진(진스마음클리닉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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