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노트-왕따당한 금의환향

입력 2005-11-22 09:35:18

정부의 수도권 공장 신·증설 허용과 관련, 구미는 물론 대구·경북이 반발하고 있는 가운데 이번 조치의 중심에 서 있는 추병직 건설교통부 장관이 21일 구미를 방문했다. 이날 오전 11시 장천면 신장리 신장교차로에서 열린 국도 25호선 칠곡 가산∼구미 도개 4차로 개통식 행사에 참석한 것. 개통식 현장인 장천은 바로 추 장관의 고향이다.

추 장관은 그간 국회 등지에서 '수도권 규제 완화는 수도권과 지방이 같이 살기 위한 정책' '수도권 공장 신·증설 허용 정책이 제대로 추진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는 등의 발언을 해 지역에서 논란이 됐다.

이에 따라 수도권 공장 신·증설 허용 반대 범시민대책위원회는 이번 행사에 추 장관이 참석한다는 소식을 접하고 "장관자리가 뭔지 고향을 헌신짝처럼 버린 인사를 도저히 맞을 수 없다"며 단단히 별러왔다. 범 시민대책위원회 소속 50여명의 회원들은 이날 '수도권 규제완화로 구미시민 다 죽는다' 등의 격문이 새겨진 검은 색 조끼에다 피켓을 들고 행사장 입구를 지킨 경찰 저지선을 앞에 두고 침묵시위를 벌였다.

처음에는 행사자체를 적극 저지키로 했지만 '그래도 고향 출신 장관이 주관하는 행사에 그럴 수 없다'는 등의 여론에 따라 지역출신 장관에게 최소한의 예의를 표하기로 한 것이다.

김관용 구미시장이 "도로개통도 중요하지만 앞으로 텅텅 빌 구미공단을 생각하니 참담하기까지 하다. 국가의 수출을 도맡아온 구미공단이 왜 이지경이 됐는지 모르겠다"며 마치 추 장관에게 푸념하는 듯한 내용의 축사를 하자 행사장 분위기는 일순간 가라앉았다.

이어 추 장관은 "이익이 있는 곳에 공장을 짓고 경영을 하는 것이 기업이다. 아무리 수도권 규제완화를 반대해도 정책은 바뀌지 않지만 구미공단이 망하도록 내버려두지도 않을 것"이라고 말해 또다시 고향민을 섭섭하게 했다.

지난해 봄 17대 총선에서 여당 후보로 출마해 지역민들에게 "힘있는 여당 후보로 당선되면 구미 경제 발전에 헌신하겠다"고 말했던 추 장관의 애향심은 불과 1년 반만에 어디로 갔을까?

구미·김성우기자 swki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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