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 승용차'와 '盧 비행기'

입력 2005-11-21 14:58:00

'박정희 시대의 한국이 고속 질주한 고성능 자동차였다면 노무현 시대의 한국은 이륙을 준비하는 갓 출고한 신형 비행기다.'

참여정부의 국정홍보처 차장이라는 사람이 정부 홍보 인터넷 사이트인 '국정 브리핑'에 올린 글이다.

얼마전엔 '박정희 대통령이 고등학교 교장이라면 노무현 대통령은 대학총장이다'는 글도 띄웠다.

하나같이 노 대통령의 심기를 즐겁게 해 줄만한 내용들이다. 머리를 쓰다듬어 주고 싶을 만큼 귀여워서인진 몰라도 노 대통령은 거의 연일 '혁신과 균형-좋은 착점에 좋은 비유입니다'는 등의 댓글을 띄워주며 칭찬과 격려를 아끼지 않고 있다는 보도다.

이달 들어 벌써 노 대통령이 국정브리핑에 달아준 댓글만 10개. 세계 정상들과의 잇단 정상회담과 공식행사로 눈코 뜰 새 없었을 그저께도 국정브리핑'사이트에 댓글을 꼬박꼬박 띄워 주었다.

APEC이 본격화된 16~19일 사이에 띄운 댓글이 9개라니까. 국정 지도자가 나라의 외교성과가 걸린 APEC에 정신을 쏟고 있었는지 꽃노래만 들리는 국정 브리핑에 정신이 팔렸는지 알 수 없다는 비판이 나올 수밖에 없다.

도대체 국정홍보처의 '국정 브리핑' 인터넷 사이트가 어떤 조직이기에 대통령이 그처럼 애지중지 늦손자 보듯 챙기고 책임자들의 글들은 코드가 다른 언론에는 공격적인 데다 '박정희 콤플렉스' 증세를 보이는지 궁금하다.

그들이 사이트 안에서 써놓은 '국정 브리핑'의 정의는 이렇게 나와 있다.

'국민에게 정확, 충실한 정책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정보민주주의를 발전시키고 국민의 알권리 충족에 이바지할 목적으로 2003년 9월 1일에 만든 인터넷 미디어.'

정의대로라면 인터넷 정보통신 시대에 걸맞은 효율적인 신선한 국정홍보 제도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모든 제도와 체제가 그렇듯 법제의 완성도보다는 운용하는 사람의 올곧음이 열쇠다. 국정홍보처 경우는 사람 쪽에 문제가 있어보인다.

국민의 알권리를 말하면서 '정부 정책을 왜곡하는 매체(특정 보수 언론)에는 공직자들이 인터뷰나 기고, 협찬 등을 하지 말라'는 업무처리 기준을 만드는 양두구육(羊頭狗肉)식 국정 홍보라면 차라리 없애버리자는 야당의 주장이 옳다.

연간 600억 원의 국민세금을 쓰면서 특정 비판신문과 공직자의 접촉을 감시하고 막고 자유로운 의견 기고(寄稿)까지 제한하는 등 헌법상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면서 대통령 찬양에는 앞다투어 나서는 국정 브리핑은 분명 국정 홍보 정의와는 그릇된 길을 가고 있다. 대통령의 치적을 홍보하고 주인을 띄워 주고 싶은 아랫사람의 충정을 백번 이해 한다쳐도 지나친 용비어천가는 자칫 주군을 아첨이란 마약에 충독되게 하는 불충이 되기 쉽다. 그들이 그토록 비난해온 5공 군사정권시절, 대통령 TV방송에서 '각하의 오른쪽 뒷머리가 말려 올라간 부분은 촬영 않았으면 좋겠음'이나 '보행시 상반신을 촬영하여 각하의 넓은 어깨 건강미가 더 돋보이게 해줄것'등의 대통령 띄우기 지침보다 무엇이 더 개혁됐다고 할 것인가.

박정희 시대의 승용차보다 노무현 시대의 비행기가 더 나은 양 치켜세웠지만 국민들에게 물어보면 이런 응답이 나올지도 모른다.

'박정희의 옛날 승용차는 비좁고 힘들어도 운전이 워낙 뛰어나니까 믿고 따라탔지만 노무현 시대의 비행기는 조종술이 위태위태해서 한시간이라도 빨리 내렸으면 좋겠다'고.

이제부터라도 기자출신 홍보책임자를 끌어다 보수 언론을 공격하는 이이제이(以夷制夷)식의 싸움닭형 국정 홍보를 벗어나 진지한 국정 홍보에 치중해야 한다. 그것이 제집안끼리의 자화자찬보다 더 대통령을 국민들로부터 존경받게 하는 일이다.

金 廷 吉 명예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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