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도청 사건과 관련해 검찰 수사를 받던 전 국정원 국내 담당 차장 이수일(현 호남대 총장) 씨가 어젯밤 자택에서 목숨을 끊었다. 신건 국정원장(구속 중) 시절인 2001년 11월부터 2003년 4월까지 재직한 이 씨는 검찰이 최근까지 세 차례 불러 도청 관여와 윗선 보고 여부를 집중 조사한 주요 인물이다. 이 씨는 유서도 남기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자살 동기에 대한 궁금증이 꼬리를 물고 있다. 일단은 수사에 따른 여러 심적 부담감 때문으로 분석하면서 검찰과 여권은 상당히 당혹해하는 분위기다.
이 사건을 접한 시중의 반응은 도청 사건의 정치적 봉합 우려다. 이 씨의 자살이 당장 호남의 정치적 민심과 검찰 수사에 적지않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 여권 일각에선 도청 수사를 원망하며 이 씨의 죽음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들고 있다. 거듭 지적하지만 도청은 국가 기관이 국민의 기본권을 짓밟은 헌법 유린 행위이며, 특히 '인권 대통령'을 자임한 DJ 시절의 범죄다. 어떤 이유에서건 정치적 해결이란 있을 수 없다. 그러잖아도 국민은 검찰의 수사를 '무도한 일'이라는 DJ측의 반발과 '도청 원조는 YS이고, DJ 시절은 관습범죄' 운운하는 여권의 물 타기 시도를 지켜보고 있는 판이다.
지금까지 수사를 볼 때 DJ 시절 국정원 도청의 촉수가 뻗치지 않은 곳이 없다. 검찰은 넉 달 가까운 수사에서 아직 도청의 검은 목적과 활용을 낱낱이 규명하지 못했다. 이런 상황에서 수사가 흔들리면 참여정부 또한 국민의 불신을 자초하게 된다.
더구나 이 정부 들어 검찰의 조사를 받던 고위층 인사의 자살과 자해 소동이 꼬리를 물어 개탄의 소리가 높다. 검찰은 이런 좋지 않은 선례를 차단하기 위해서도 수사의 원칙과 정도를 다잡아야겠다.
댓글 많은 뉴스
"재산 70억 주진우가 2억 김민석 심판?…자신 있나" 與박선원 반박
이 대통령 지지율 58.6%…부정 평가 34.2%
트럼프 조기 귀국에 한미 정상회담 불발…"美측서 양해"
김민석 "벌거벗겨진 것 같다는 아내, 눈에 실핏줄 터졌다"
김기현 "'문재인의 남자' 탁현민, 국회직 임명 철회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