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火)공포'가 대구를 덮치고 있다.지난 19, 20일 주말과 휴일 이틀 동안 대구에서는 무려 20여 곳(경찰집계)에서 원인 모를 불이 나고 2003년 대구지하철 1호선 참사와 닮은 '묻지마 식'의 '지하철 2호선 방화미수사건'까지 발생, 많은 시민들이 가슴을 쓸어내렸다. 대구 도심 곳곳에서 일어난 방화추청 화재로 경찰 전담 수사팀이 활동 중인 가운데 이 같은 화재가 이어져 시민들의 '불 노이로제'가 확산되고 있다.
△끊이지 않는 불= 20일 새벽 1시 10분쯤 대구 중구 동성로3가 ㄱ식당 옆 한 옷가게에서 원인 모를 불이 나 주변 옷가게와 상가 등 12곳으로 옮겨 붙어 5천900여만 원 상당의 재산피해(소방서 추산)를 냈다.
이 골목에선 19일 새벽 3시 50분쯤에도 ㄱ식당에서 원인 모를 불이 나 식당에서 잠자던 김모(72) 할머니가 숨졌고 이 불은 모두 9곳의 상가를 태웠다. 소방서 측은 약 5천여만 원의 재산피해를 낸 것으로 추산했다.
19일 오후 8시 10분쯤에는 대구 서구 비산동 한 다세대 주택 1층 배모(29·여) 씨 집에서 원인을 알 수 없는 불이 나 190만 원 상당의 피해를 내는 등 주말과 휴일 이틀 동안 대구 도심 곳곳에서 화재가 잇따랐다.
20일 오후 3시 40분쯤엔 대구 수성구 파동 법이산 7부 능선에서 불이 나 임야 0.1㏊(수성구청 추산)를 태운 뒤 1시간 20여분 만에 꺼지기도 했다.
△지하철 방화미수= 19일 오후 1시 17분쯤 지하철 2호선 경대병원역에서 사월방면으로 운행하던 2135호 전동차(전체 6량) 5번째 객차에서 김모(33·대구 달성군 논공읍) 씨가 살충제스프레이를 뿌리며 1회용 라이터를 이용, 방화를 시도했다.
이때 전동차에 타고 있던 대구 영남공고 3년생 3명과 박수덕(49·경산소방서) 소방위가 현장을 바로 목격, 격투 끝에 김씨를 붙잡아 경대병원역에서 순찰하던 경찰에 넘겼다. 이들의 신속한 '행동'으로 인명피해는 물론, 전동차 피해도 전혀 발생하지 않았다. 하지만 소동으로 지하철 2호선 운행은 이날 사고 직후 6분여 동안 중단됐다.
경찰 조사결과, 김씨는 최근 5년간 수차례 정신병 치료를 받아왔으며 범행동기에 대해 횡설수설하고 있다. 경찰은 김씨 역시 지난 2003년 대구지하철 1호선 방화 때처럼 '묻지마 범죄'의 한 유형으로 보고 있다. 대구 중부경찰서는 21일 방화를 시도한 김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급증하는 방화= 지난 11일 새벽 1시 30분쯤 대구 달서구 감삼동 주택가에서 승용차 4대가 방화로 보이는 불로 불탔다.지난달 12일 오전엔 대구 달서구 감삼동·성당동 일대 주차 차량 7대가 연이어 불탔고 같은달 14일 오전엔 중구 남산동에서 차량 3대가 타는 등 추석 뒤 이달까지만 20여 건의 연쇄방화가 이어지고 있는 것.
대구소방본부에 따르면 올 들어 지난달 말까지 대구에서 일어난 방화는 125건으로 전체 화재(879건)의 14.2%를 차지했다. 2001년 97건이던 방화는 2002년 129건, 2003년 130건, 지난해 155건으로 급증세다.
소방본부 측은 '불만 해소용 묻지마 방화'가 가장 폭증, 2001년과 2002년 3건에서 2003년 4건, 지난해 7건, 올해 10건으로 늘어나고 있다고 밝혔다. 소방 관계자들은 "방화를 저지르는 사람들 중에는 사회·경제적으로 소외된 이들이 많고, 방화 원인 또한 사회적 불만에 기인한 불특정 다수에 대한 이유 없는 증오로 나타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화재원인 공방과 대책= 잇따른 동성로 화재와 관련, 인근 상인들은 "화재발생 부근상가에 불을 놓으려 한 흔적이 발견되는 등 이틀 동안의 연쇄화재 원인이 방화일 가능성 크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경찰은 "20일 동성로 화재의 경우 전날 화재 때문에 주변에서 매복근무를 섰던 경찰관이 최초 발견했으며 '펑'하는 소리가 난 것으로 미뤄 전기합선일 가능성이 크다"며 "19일 동성로 화재도 오래된 점포인 점을 감안하면 방화가능성이 낮다고 판단된다"고 밝혔다.
한편 강희락 대구경찰청장은 21일 오후 주요 간부들이 전원 참석한 가운데 19일부터 이틀 동안 잇따라 발생한 동성로 연쇄화재와 관련, 치안점검 회의를 주재했다. 경찰은 순찰 강화를 통해 방화시도를 조기에 차단키로 했다.
최경철기자 koala@msnet.co.kr
이상준기자 all4you@msnet.co.kr
채정민기자 cwolf@msnet.co.kr
사진: 대구지하철 화재를 막은 공로로 영남공고 김형석, 최고영, 주세별 군과 박수덕 소방위(왼쪽부터)가 21일 오전 대구경찰청에서 강희락 청장으로부터 용감한 시민상을 수상하고 있다. 이상철기자 finder@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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