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청피해자들 손배소 '봇물' 전망

입력 2005-11-21 09:19:06

임동원·신건씨 기소후 가시화…증거 확보 용이 때문

검찰 수사를 통해 DJ정부 시절 국정원의 불법감청대상자가 무려 1천800여명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됨에 따라 국가를 상대로 한 피해당사자들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이 봇물 터지듯 쏟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정·관계 및 사회단체 주요인사가 대거 포함된 도청 피해자들은 국가기관인 국정원의 '불법행위'로 사생활을 침해당했으므로 위자료 등을 청구할 수 있다는 게 법조계의 대체적인 시각이기 때문이다.

현행법상 손해배상 청구소송은 불법행위가 발생한 지 10년 이내, 불법행위를 알게 된 지 3년 이내에 제기할 수 있어 소멸시효상 걸림돌도 없는 상태다. 실제로 2000년 의사협회장 재직시 의약분업 사태관련 전화내용을 도청당했다는한나라당 신상진 의원은 최근 손배소송 제기를 검토 중이라고 밝히는 등 줄소송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

소송의 승패는 국정원의 불법감청 관련 자료 일체가 폐기된 상황에서 어떻게 자신이 '도청 피해자'인지를 입증하느냐에 달려 있다. 도청 피해의 증거로는 국정원 직원들의 진술조서 등 검찰 수사자료가 유력하게꼽힐 수 있지만 검찰이 수사상 이유로 자료를 내줄 가능성이 희박해 소송 결과는 누구도 장담할 수 없는 실정이다.

정상명 검찰총장 내정자는 이달 17, 18일 양일간 열린 검찰총장 후보자 청문회에서 "도청대상자 명단 공개는 통신비밀보호법 위반"이라며 공개할 뜻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따라서 피해자들은 검찰의 수사 추이를 지켜 보다가 도청사건의 핵심인물인 임동원·신건 전 국정원장이 기소된 시점에서 소송을 제기할 가능성이 높다. '1천800명 도청사실'이 두 국정원장의 구속 단계부터 알려진 데다 일단 공개법정에서 재판이 진행되면 수사내용이 공개될 수밖에 없어 소송에 필요한 증거자료를확보하기가 쉽기 때문이다.

재판이 진행되면 소송 원고는 기록송부촉탁을 재판부에 의뢰하는 방법 등으로검찰의 형사사건 수사자료를 얻을 수 있다. 임·신씨의 구속영장이나 공소장 등에 적시되지 않았으나 여러 정황상 피해를입었을 개연성이 있는 인사들이 "나도 도청당했을 것이다"며 소를 제기할 수 있어소송건수가 예상 외로 많아질 가능성도 있다.

이들은 일단 자신이 도청대상이 됐을 것이라는 개연성을 토대로 소송을 낸 뒤재판부에 사실조회 등을 요청해 검찰 수사기록을 받는 방식으로 증거를 사후에 확보할 것으로 예상된다.

청구액수는 도청당한 기간과 내용, 국정원의 도청자료 활용실태 등에 따라서 달라지므로 검찰 수사 결과가 핵심 변수가 된다. 역으로 검찰이 도청 사례와 실태를 얼마나 밝혀내느냐에 따라 국가가 물어야할배상액이 얼마인지, 대체 몇 명이 소송을 제기할 것인지도 판가름날 것으로 전망된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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