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누 엮음/도서출판 호미
현대화라는 미명 아래 우리는 소중한 것들을 많이도 잃어버렸다. 그저 앞으로 나오기에만 급급했던 지난 몇십 년간 변화의 급물살이 귀한 것들을 많이도 앗아가버렸다.
이렇게 잃어버린 것에 대한 안타까움과 그리움을 달래주는 책이 나왔다, '잃어버린 풍경1/1920~1940 서울에서 한라까지'와 '잃어버린 풍경2/ 1920~1940 백두산을 찾아서'(도서출판 호미).
이 책은 이제는 그 어디에서도 찾아보기 어려운 우리나라 옛 산천의 모습과 그때의 사람들 그리고 그 귀하디귀한 풍경과 풍속들을 글과 사진으로 복원했다.
다큐멘터리안 이지누가 엮은 이 두 권의 책은 지금으로부터 70~80년 전 당시 문인과 명사들이 우리 땅을 골골샅샅 잼처 밟으며 그 여정과 풍경 그리고 사람들의 순박한 삶을 섬세하게 기록한 문화기행문이다.
그래서 잃어버린 옛 풍경과 길을 더듬어 보는 즐거움과 더불어 우리가 함께 놓쳐버린 순정한 정서와 삶의 모습을 되새겨 보는 귀한 경험을 안겨 준다. 엮은이 이씨는 이 옛 기행문의 매력을 "삼복더위에 코끝을 스치는 시원한 수박향과도 같고, 늦은 가을날의 해거름이나 마당 한쪽에서 태우는 낙엽과 같다"고 했다.
그리고 옛사람들의 기행문을 요샛말로 읽기 좋게 다듬고, 글마다 애정 어린 해설과 감상을 보태 정성껏 책을 엮었다고 했다. '잃어버린 풍경1'은 1920~1940년 사이에 남녘땅을 탐방한 작가들의 글모음이다. 우리나라 최초의 비행사 안창남이 '금강호'를 타고 서울 상공과 인천 등지를 비행하며 쓴 최초의 비행 기행문을 비롯해 호암 문일평, 파인 김동환, 가람 이병기, 김사량, 이광수, 한용운, 나혜석 같은 문인과 예술인, 언론인 등 당대의 지식인들이 당시 명승지에 대한 문화기행을 기록한 열여덟 편의 글을 묶었다.
신림이 걸었던 진관사 가는 길을 따라 걸어보는 것도 좋고, 옛 필자 일행의 발길을 따라 강화도를 돌아보는 것도 의미 있는 일이다. 70여 년 전 가람 이병기 선생이 지났던 회룡사에서 망월사 가는 길을 좇아 산행을 하면서 지난 세월 우리 땅의 변화를 직접 눈으로 확인해 보는 것도 좋다.
한라산의 옛 모습을 비롯해 촉석루와 논개 이야기, 주왕산의 이름에 얽힌 흥미로운 역사 이야기, 맑은 가을날의 소요산 모습과 다도해, 해인사의 풍광 등 우리가 함께 잃어버린 자연과 풍경과 길과 사람들이 고스란히 살아있다. 아울러 당시의 신문기사와 광고, 사진도 곁들여 보는 재미가 적지 않다.
'잃어버린 풍경2'는 민족의 영산 백두산을 중심으로 한 북녘땅 기행문을 모은 것이다. 수필가 민태원, 승려 대은, 언론인 이관구 그리고 러시아 문호 가린 미하일로프스키 등 네 사람이 각각 다른 여정으로 탐승한 백두산 기행문을 실었다. 관북지방과 두만강, 압록강 등을 여행한 기행문도 함께 엮었다.
특히 가린의 백두산 탐승은 1898년의 기록으로 외국인이 본 구한말의 풍광이 녹아있다. 압록강가에 있는 황금섬이라 불리는 유초도의 모습과 당시 국경의 풍경을 세세히 다룬 김우철의 기록도 참으로 귀한 것이다. 마지막 글은 최남선의 '백두산근참기'에 대한 노산 이은상의 감상문이다.
조향래기자 bulsajo@msne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