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처가를 챙기면 아내는 시집을 더 생각하더라구요" 사구동성
"처가가 좋다."
딸 부잣집에 장가를 든 네 사위의 한결같은 얘기다. 맏사위 서호덕(42·광동산업 부사장), 둘째 배중용(37·GS25시 편의점 운영), 셋째 전기우(36·중앙신용정보회사 차장), 넷째 김종철(34·회사원) 씨. 이들은 일주일에 한 번 처가나들이는 '좀 심한 것 아니냐'는 질문에 망설임없이 '오리려 기다려진다'고 말하는 못말리는 사위들이다. 한술 더떠 처가에 모이기 시작하면서 오순도순 살아가는 재미가 솔솔하다고 자랑이다.
서로 다른 환경에서 자란 사위들이 즐겁게 모일 수 있는 비결은 엄격한 규율. 딸의 나이를 기준으로 위 아래 서열이 명확하다. 맏사위의 말이 그대로 법이다.
맏사위 서씨는 "매주 토요일이면 자동적으로 처가에서 모이지만 한 번씩 주중에 모임을 가질 때도 연락만 하면 대부분 달려온다"며 "규율로 따지자면 군대 못지않을 것"이라고 웃는다.
문제는 처가에 관심을 쏟다 보면 본가에 소홀하지 않을까 하는 주위의 우려다. 이런 우려에 대한 서씨의 답은 명쾌하다. "나는 항상 처가를 먼저 챙기고 아내는 영천에 있는 본가를 챙깁니다. 처가에 먼저 관심을 보이십시오. 그러면 아내는 시집에 두 배로 잘합니다." 나름대로 비법(?)을 전수하면서 싱긋 웃는 그의 모습에서 왠지 고수의 냄새가 난다.
둘째 사위 배씨는 "처가 쪽은 여자의 기운이 너무 세서 걱정"이라며 너스레를 떤다. 딸들의 기가 강해 다들 아들 한 명 없이 모두 딸만 낳았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자신도 여성스럽게 변해가는 것 같아 가끔 걱정이 되기도 한다고 엄살이다.
셋째 전씨는 처갓집에 자주 모이다 보면 본가에도 신경이 쓰이는 게 사실이라고 털어놓았다. 혹시나 친부모님들이 섭섭해 하지는 않을까 걱정돼서다. 그는 딸 부잣집에 장가를 왔어도 '경상도 사나이는 역시 경상도 사나이인 모양'이라며 웃는다.
"처음에는 딸 중심으로 살아가는 모습이 생경하게 느껴지기도 했다"는 넷째 김씨도 "혹시 이러다 아이들이 '친할머니, 외할머니'도 구분하지 못할까 걱정되기도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사위들은 "이런 걱정은 처가에서 얻는 즐거움에 비하면 작은 것" 이라고 아내의 눈치를 보며 강조했다.
권성훈기자
사진: 위에서부터 시계방향으로 첫째사위 서호덕,둘째사위 배중용,넷째사위 김종철, 셋째사위 전기우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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