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음악은 영화의 맥박이다. 관객의 감정선을 끊어지게 할 듯 팽팽하게 당기는 역할도, 편안하게 풀어놓는 역할도 모두 영화음악이 담당하기 때문.
예전에는 영화음악이 삽입곡에 그쳤지만 한국영화의 수준이 올라가면서 자연스럽게 실력파 뮤지션들이 영화음악 쪽에 눈을 돌렸다. 이제 영화음악은 영화의 부가물이 아닌 영화의 목소리이자 창작의 장으로 자리 잡고 있다. 최근 개봉한 한국영화의 O.S.T 중 국내 영화음악의 현주소를 그대로 느낄 수 있고 소장해도 아깝지 않은 앨범 3장을 소개한다.
◇소년, 천국에 가다=하루에 1년씩 늙어가는 소년 네모의 사랑 이야기를 다룬 이 영화의 음악은 '달콤한 인생'으로 스페인 시체스 국제영화제에서 영화음악상을 수상한 달파란(본명 강기영)과 장영규가 맡았다.
'달콤한 인생'에서 어쿠스틱 기타와 첼로 등으로 누아르적인 분위기를 세련되게 표현했다면 판타지가 강한 이 영화에서는 칼림바, 발랄라이카, 밴조, 발로폰 등 민속악기와 아코디언으로 동화적인 분위기를 그려냈다.
'시간의 성', '별똥별', '헤어지는 기찻길', '천국소년' 등 짧은 연주곡에서는 악기의 질감이 손으로 만져질 듯하다. 이러한 생생함은 영화 속 분위기를 전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염정아가 직접 부른 '봄비', '연인들의 이야기', '누구라도 그러하듯이'도 필청(必聽) 트랙이다.
◇러브토크=이윤기 감독은 전작 '여자, 정혜'의 예고편에 5인조 팝 재즈밴드 '푸딩'의 곡 'Maldive'를 사용했다. 이 인연이 다음 작품으로 이어져 '푸딩'의 리더 김정범이 '러브토크'의 음악을 맡게 됐다.
이 영화의 O.S.T는 한 장의 독립된 앨범처럼 음악만으로 놀라운 완성도를 보여준다. 트럼펫이 연주하는 첫 번째곡 'Night'부터 이어지는 'Silent Walk', 'Festa', 'Love Talk'는 재즈곡으로 영화 속 주인공들의 쓸쓸함과 텅 빈 마음의 공간을 사운드로 구현해 낸다.
이 O.S.T의 저력은 하림이 참여한 'Grassland'와 'Agonia', 'Unknown', 'Travel' 등에서 발견할 수 있다. 김정범은 아르헨티나, 브라질, 아프리카 등 다채로운 월드뮤직을 절제의 미학으로 소화하며 영화음악의 영역 넓히기를 시도했고 그 결과는 성공이다.
◇오로라 공주=방은진이 감독하고 엄정화가 주연배우로 나선 '오로라 공주'는 잔인하게 슬프다. '베이시스' 출신으로 프랑스에서 음악공부 중인 정재형이 맡은 이 영화의 음악은 영화 속에서 증폭기 역할을 한다.
이 O.S.T의 흐름은 피아노가 쥐고 있다. 'Prologue'부터 'Memory', 'Swimming Pool', 마지막 피아노 버전의 'Prologue'까지 영화를 이끌어가는 것은 처연한 피아노소리다. 피아노는 마치 주인공처럼 속으로 슬픔을 삼키기도 하고 흐느끼기도 하며 때로는 감정을 폭발시킨다.
정재형과 조원선이 함께 노래한 '꽃이 지다'는 이들의 보컬, 전자음, 노이즈, 피아노, 현악기가 영화의 감정과 절묘하게 교차하는 곡으로 정재형의 역량이 그대로 드러나는 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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