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와 사람-'비올리안' 23일 창단연주회

입력 2005-11-18 16:08:01

바이올린만의 앙상블은…

시작한다는 것은 누구에게나 설레는 일이다. 더군다나 아직까지 어느 누구에게서도 시도되지 않았거나 드물었던 경우라면 그것은 동시에 떨림까지 안겨주게 마련이다. 오는 23일 오후 7시 대구 봉산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창단연주회를 여는 '비올리안(Violian)' 단원들은 지금 이 두 가지 감정을 가슴에서 '만끽'하고 있다.

바이올린이라는 단 한가지 악기를 가지고 연주자들이 한데 모여 앙상블을 구성한 것은 대구는 물론 아마도 한국에서도 찾아보기 드문 예이기 때문이다.

"바이올린은 관현악단에서 가장 많은 자리를 차지하고 또 유연하고 재빠르게 주선율을 연주하는가 하면 비올라나 첼로와 함께 화성적인 효과를 내기도 합니다. 거의 모든 합주나 협주곡에서 꼭 나타나 약방의 '감초' 같은 악기임에도 아직 국내에서는 바이올린 앙상블은 보편화되지 못한 것 같아요."

경북여고, 연세대음악 대학 및 대학원을 졸업한 후 국내외서 활동하고 있는 구미회 단장은 바이올린만의 합주가 드물다 보니 국내에서는 연주할 악보를 구하기도 쉽지 않았다고 했다.하나만으로도 화려하고 섬세한 멜로디를 전해주는 바이올린이 한데 뭉쳤다면 과연 어떤 화음을 빚어낼까.

"하나일 때보다는 풍성한 느낌을 주지 않을까요." 단원들 스스로도 그 느낌을 말로 찾아 내지 못해 갖가지 형용사들만 남발했다.

"바이올린이 높은 음역의 악기라는 점에서 성악가로 따지면 소프라노와 닮았어요. 바이올린 합주는 여러 명의 소프라노가 한데 모여 노래를 부르는 것으로 비유해본다면 조금은 이해가 되지 않을까요."

바이올린 중주의 어려움은 없을까. 구 단장은 "독주가 주관적이라면 아무래도 중주는 객관적이어야 하겠죠"라고 했다. 객관적이라는 것은 일치된다는 것, 즉 '하나의 소리'를 의미한다. 각 연주자들의 독특한 음색도 살려야 하고, 또 단체의 일치감도 나타내야 하니 결코 쉬운 일은 아닌 듯했다. 그래서 지난 15일 이들의 연습 현장을 찾았다.

날카롭기도하고, 깔끔하기도 한 바이올린, 그래서 연주자들도 악기를 닮아 깐깐하고 예민할 것이라는 선입견이 머리 한구석에 자리 잡고 있었다. '그것도 10명이나 모였으니 어지간할까.'

그러나 그런 선입견은 채 5분을 넘기지 못했다. 연습풍경은 긴장감보다는 오히려 여유와 웃음이 넘쳐나고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박효심, 박규남, 이혜리, 이은아, 강지현, 이은미, 임현주, 이아이린(이상 바이올린), 김선희(피아노) 씨 등 모든 단원들은 구 단장이 대학 강단에서 가르쳤던 제자들.

20대에서 40대까지 나이도 다르고, 전문 연주자에서 대학강사, 학생까지 하는 일도 제각각이지만 스승과 제자라는 묶음이 한 식구처럼 스스럼없는 연결고리를 하고 있었던 것.

처음 시도되는 바이올린 앙상블이라는 점에서 주목되지만 배우고 가르치는 것이 인연이 돼 사제지간에 같이 연습하고 함께 무대에 선다는 데 더 의미가 깊어 보였다. 구 단장이 제자들에게 함께 연주해보자는 제안을 한 것도 그 때문이었다. "음악가가 연주에 몰입할 때만큼 행복해지는 순간은 없을 것입니다. 처음에는 그런 행복을 제자들과 함께하고 싶었고, 이왕이면 우리가 느끼는 행복을 관객들에게도 나눠주면 어떻겠느냐는 데서 모임이 시작됐죠."

또 한편으로는 자기 돈을 털어야 독주회 한번 가질 수 있을 만큼 젊은 음악인들이 설 무대가 넉넉히 마련되어있지 않은 우리의 음악계 현실에서 그나마 몇 번이라도 무대에 설 기회를 갖게 해주자는 구 단장의 뜻도 담겨 있다.

마음이 통하다 보니 연습이 있는 날이면 대구를 비롯해 서울에서, 안동에서 김천에서 단원들이 동창회를 하듯 연습실로 모여든다. "바이올린을 제대로 켠다는 것은 언제나 어렵습니다. 더욱이 혼자 연습한다는 것이 더 힘들게 할 때도 있습니다."

그러나 여기서는 연습 자체도 즐길 수 있다는 것이 단원들의 말이다. "연주자가 순수하고 자연스럽게 연주에 몰입할 때 청중 또한 자연스럽게 음악을 받아들이며 행복해지지 않겠어요."

비올리안은 창단 연주회를 시작으로 1년에 2~4회의 정기공연과 또 2~4회의 개인 연구발표회를 가질 예정이다. "60g의 가벼운 활로 따뜻하고, 날카롭고, 우아하고, 강한 소리 등 갖가지 음색의 소리를 만들어 내려면 앞으로도 수없는 시행착오와 더 많은 연습을 거듭해야 하겠죠." 이들은 최고보다는 최선을 좇고 있는 듯했다.

최두성기자 dscho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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