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칼럼-마라토너의 심장

입력 2005-11-17 15:01:25

42.195㎞를 2시간30분 이내에 완주해야 하는 마라토너의 심장 기능은 보통사람에 비해 어느 정도 차이가 날까?

심장의 기능은 분당 심박수로 간접 측정할 수 있다. 운동이나 활동을 하지 않는 상태 즉 안정시에 측정한 분당 심박수는 성인 남자의 경우 70회, 여자는 75회 안팎이다. 규칙적인 운동을 하게 되면 안정시 심박수가 점차 감소된다.

운동을 하지 않는 남성은 80회 정도가 되며, 규칙적인 운동을 하는 사람은 60회로 평균보다 10회 정도 적다. 운동하는 사람은 심장이 천천히 뛴다는 얘기.

일정기간 규칙적인 운동을 하면 심장의 구조와 기능에 변화가 생긴다. 심장의 심실 용적이 커지는 것. 또 심장벽이 두꺼워지고 심장근육에 산소를 공급하는 관상동맥과 모세혈관망이 발달해 심근 수축력이 좋아진다. 그렇게 되면 한번 심장이 박동할 때 뿜어내는 혈액량(1회 박출량)이 증대한다. 또 근육의 에너지 발전소인 미토콘트리아의 크기와 수가 늘어나 더 적은 산소와 영양분으로 더 많은 에너지를 생산할 수 있게 된다.

'몬주익의 영웅' 황영조는 선수시절 1분당 심박수가 38박까지 떨어진 바 있다. 일반인들의 분당 심박수가 70~80박의 절반 수준이다. 마라톤 영웅 고 손기정 씨의 심박수도 매우 늦었던 것으로 기록돼 있다.

매일신문 2002년 1월 10일자에 소개된 고 손기정 씨에 대한 내용. 베를린 올림픽 이듬해인 1937년 5월에 실시한 신체검사 내용을 실은 '조선의보' 제7권 '마라톤왕 손기정 군의 신체검사 성적에 취하야'라는 논문에는 손 선수의 심박수, 폐활량 등을 자세히 기술하고 있다. 당시 24세였던 손씨의 심박수는 63이었으며 "매일 운동연습을 하면 47, 48로 떨어졌다"고 손씨가 말한 것으로 기록돼 있다.

운동으로 튼튼해진 심장을 전문 용어로 '스포츠심장(sports heart)'이라고 한다. 스포츠심장을 갖고 있으면 같은 강도의 운동이나 일을 해도 보통 사람보다 쉽게 피로해지지 않으며 회복 속도도 훨씬 빠르다.

걷기, 달리기와 같은 유산소 운동은 심장의 기능을 향상시켜 지칠 줄 모르는 정력가로 만들어주며 성인병도 예방해 준다. "인간이 뛸 수 있다는 것은 신이 내린 가장 큰 선물"이라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일 것이다.

이종균(운동사. 닥터굿스포츠클리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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