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약 먹을 때 음식을 가려야 하나
'한약을 먹고 싶어도 가려야 하는 음식이 많아 불편해서 안되겠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 흔히 닭고기, 돼지고기, 술, 밀가루 음식, 맵고 짠 자극성 음식, 커피, 담배뿐 아니라 무, 녹두까지 금기 음식으로 입에 오르내린다. 한약을 복용하는 기간 동안 기본적으로 이런 음식을 다 가려야 되는 줄 아는데 그것은 잘못된 상식이다. 한약 때문이 아니라 한약을 먹는 사람의 소화능력과 병의 성질 때문에 음식을 가려야 한다.
사람들이 즐겨 먹는 닭고기, 돼지고기는 금기 음식이 아니다. 밥도 소화시키지 못해 죽을 먹는 사람의 경우 육류 섭취는 금해야 하지만, 영양 상태가 좋지 않은 사람의 경우 위장만 튼튼하다면 굳이 육류를 가릴 이유가 없다.
술은 흥을 돋우는 성질을 갖고 있다. 그래서 적은 양의 음주는 한약이 전신에 퍼지는 것을 도와 주기도 한다. 다만 폭주를 하거나 다음날 피곤을 느낄 정도로 마시는 것은 곤란하다. 밀가루 음식도 충분히 소화를 시킬 수 있으면 가릴 필요 없이 좋아하는 것을 먹으면 된다. 무, 녹두도 아주 순한 식품으로 한약과 상극되는 성질을 갖고 있지 않기 때문에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가리지 않아도 된다.
고혈압이나 당뇨병, 신부전 환자들이 식이요법을 하듯이 음식을 가리는 것도 일종의 식이요법이다. 과거 우리나라에 장티푸스가 유행하던 시절, 두 달 고생하여 겨우 몸이 완쾌될쯤 배가 고파서 텃밭의 무를 뽑아 먹은 게 잘못되어 죽은 사례가 있었다. 미음을 먹어야 할 사람이 비빔밥을 먹고 죽은 경우도 있다. 위장의 소화 능력을 봐 가며 음식을 먹어야 한다는 중요성을 반영한 이야기다. 그러므로 소화에 문제가 없고 병에 음식이 직접적인 상관이 없을 경우 한약 복용 중에 가릴 음식도 없는 게 원칙이다.
■출산 후 보약은 언제 먹는 게 좋은가
출산 후 언제쯤 보약을 먹어야 되는지에 대한 문의가 많다. 귀여운 손자, 손녀를 낳아준 며느리에게 당장 보약을 해 먹이고 싶겠지만 몸이 약을 받아들일 수 있는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을 경우 오히려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 임신을 하게 되면 전신의 기운과 영양이 자궁으로 모이게 된다. 임신기간 동안 태아에게 충분한 영양분을 공급하기 위한 몸의 배려다.
출산은 엄청난 고통을 수반한다. 순산을 하더라도 산모에게는 많은 부담이 된다. 난산의 경우 육체적, 정신적으로 산모는 거의 탈진 상태에 이르게 된다. 위험한 고비를 맞게 되는 경우도 있다.
출산을 하게 되면 영양물질로 이루어진 엄청난 양의 양수와 기운이 한꺼번에 빠져 나가게 된다. 이때 산모의 몸은 공허한 상태가 된다. 소진된 기운은 한꺼번에 회복되는 게 아니라 서서히 채워진다. 임신기간 동안 자궁으로 모였던 기운이 빠져 나간 뒤 회복되기 위해서는 일정 기간이 필요하다. 사람에 따라 다르지만 보통 삼칠일(3주일) 정도 걸린다. 이 기간 동안 산후조리만 잘하면 기운을 회복하는 데 문제가 없다.
삼칠일 동안 충분한 휴식을 취한 뒤에도 몸의 회복이 덜 된 듯하면 그때 보약을 먹어도 늦지 않다. 만일 이보다 일찍 보약을 먹게 되면 우리 몸의 기운이 제자리를 잡기 전이므로 약기운이 온 몸에 고루 가지 못한다. 기운이 조금 나은 곳에 약기운이 많이 가고 기운이 적은 곳에는 적게 가게 되어 오히려 다른 병을 얻을 수 있다.
비가 적당히 내리면 빗물은 개울을 따라 잘 흘러가고 땅에도 잘 스며들지만 한꺼번에 많은 비가 쏟아지면 빗물은 개울로 흐르지 못하고 천지사방으로 흘러 넘치는 것과 같은 이치다. 이런 이유로 산후 삼칠 전에 일찍 보약을 먹으면 얼굴이 잘 붓고 배가 잘 아프는 등 여러 가지 증상이 나타나는 경우가 있다.
이경달기자 도움말:대구시한의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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