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귀난치병-(1)말린자두배 증후군

입력 2005-11-17 15:21:40

세계보건기구에 의하면 5천여 종이 넘는 희귀질환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국내에는 어떤 희귀질환이 있는지, 어느 정도의 환자가 있는지 전혀 파악되지 않고 있다. 대부분의 희귀질환자들은 적절한 치료는 물론 아직 진단조차 받지 못한 채 사회복지 혜택에서 소외되어 있는 실정이다. 희귀질환에 대한 데이터베이스 구축을 통해 질환별 특성과 문제점을 도출하고 이를 바탕으로 합리적이고 현실성 있는 지원 정책이 마련되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사회적 관심을 환기시키기 위해 희귀·난치성 질환에 대해 연재한다.

■어떤 병인가

말린 자두란 용어는 이 병의 특징인 주름진 배(복부)의 모양에서 기인한다. 1901년 처음 발견된 환자의 주름진 배 모양이 말라빠져 쭈글쭈글해진 자두를 닮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말린자두배 증후군은 쭈글쭈글한 배모양의 원인이 되는 복부 근육의 결핍, 소변을 만들고 배출하는 요로의 확장, 음낭 내에 있어야 할 고환이 배 속에 있는 양측성 정류고환 등 세 가지 특징을 가진 질환이다. 그래서 '세개 한 벌 증후군(triad syndrome)' 혹은 '복부 근육 결핍 증후군'으로도 불린다.

인구 3만5천~5만 명 중에서 1명이 발견될 정도로 희귀한 질병이고 남자 아이에게서 주로 나타난다. 한 보고에 의하면 산모의 나이가 어릴수록 발생 빈도가 다소 높아지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증상은 경증에서 중증까지 다양하게 나타나며 심한 경우 신생아 시기를 넘기지 못하고 사망한다.

■원인

여러 가지 가설들이 있지만 태생기에 소변을 배출하는 요도가 폐쇄된 것이 원인이라고 하는 주장과 복부 및 요로근육 등을 만드는 중간엽 생성의 결핍(priamry mesenchymal defect)이 원인이라는 주장 두 가지가 주목받고 있다. 쌍둥이에게서 자주 나타나는 것을 보고 유전적인 경향을 강조하는 가설도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경우 병이 발견되는 양상이 산발적이고 염색체 검사도 정상인 경우가 많기 때문에 유전에 의해 병이 발병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요도 폐쇄 가설에 따르면 폐쇄된 요도가 전립선의 발육을 방해하여 전립선 발육부전을 일으키고 소변을 저장하는 방광을 심하게 늘어나게 만든다. 이로 인해 방광압력이 높아지면서 콩팥과 요관이 늘어나게 되는 수요관신증이 발병, 신장의 발육이 나빠진다. 수요관신증 환자의 절반 이상이 신장 발육부진을 갖고 있다.

결국 요로에 차 있던 소변이 요로 밖으로 흘러 넘쳐서 복막 안을 가득 채우고도 모자라 복부 근육까지 늘어나게 한다. 이러한 복부 근육의 변화가 신생아의 배를 주름지게 만든다. 때로는 복벽이 너무 얇아서 내장의 윤곽이 뚜렷이 드러나며 장의 연동운동이 보이기도 한다. 아기가 성장을 하면 올챙이 배 모양이 되며 누었다가 일어나 앉을 때 어려움을 느끼고 걷기 시작하는 시기도 늦어지게 된다. 양측 고환도 팽창된 방광 때문에 음낭 내로 들어가지 못하고 뱃속에 있게 된다. 최근 초음파 검사 덕분에 임신 중에 질환을 발견할 수 있다. 보통 임신 30주에 발견된다.

■치료

병의 진행 상황이 다양하기 때문에 신생아 전문의, 비뇨기과 전문의, 신장 전문의, 폐 전문의 및 심장 전문의를 포함한 총체적인 접근 방법이 필요하다. 모든 환자에게서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첫 번째 관심사는 신장기능의 보존 여부다. 신장기능이 어느 정도 안정된 환자는 수술을 하지 않고 주기적인 관찰과 약물 치료를 시행하면 된다.

그러나 수술이 필요한 경우 환자 개인의 상황에 맞는 수술법을 찾아야 한다. 요로 확장으로 인해 발생한 요로감염이 있거나 방광의 소변이 신장으로 역류하는 방광 요관역류가 있으면 소변의 배설을 돕기 위한 교정수술을 받아야 한다. 양측성 정류고환의 경우 1세 전후에 고환을 음낭 내로 내려주는 수술을 해야 한다. 이 시기에 고환을 음낭 내에 내려주면 정상적인 정자 생성능력을 유지하여 성인이 된 뒤 2세를 가지는 데 문제가 없다. 말린자두 모양의 배는 복부 성형수술 기법을 사용하여 교정하면 정상적인 모양을 찾을 수 있다.

이경달기자 sarang@msnet.co.kr 도움말:박재신 대구가톨릭대학병원 비뇨기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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