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 'VIP 마케팅' Q&A

입력 2005-11-17 11:11:08

상위 20%가 전체 80% 효과

유통업계 마케팅에서 VIP 고객을 일컬을 때마다 등장하는 법칙이 있다. 상위 20%만 확보하면 전체의 80%를 잡는 효과를 나타낼 수 있다고 해석되는 '파레토 법칙'(Pareto's law). 이 법칙에 의해서 백화점의 귀족마케팅이 이루어진다. 백화점의 VIP는 충분한 경제력을 갖춘 30~50대 중산층 이상의 고객. 그만큼 경기에 덜 민감하고, 일정액 이상 매출을 보장한다. 최근 지역 백화점들이 VIP 마케팅을 강화하고 있다. 심지어 'VIP 중의 VIP'를 따로 선정해 특별 관리할 만큼 정성을 쏟아붓고 있다.

◇ 어떤 사람이 VIP고객인가

당연히 많이 팔아주는 손님이다. 하지만 단순히 구매 금액만 많다고 해서 VIP는 아니다. 혼수 예물을 마련하려고 한번에 수천만 원을 썼다고 해서 VIP가 되진 않는다. 지역 백화점들은 VIP를 정할 때 'RFM 분석기법'을 적용한다. 'R'(Recency·최근성)은 얼마나 최근에, 'F'(Frequency·빈도)는 얼마나 자주 왔으며, 'M'(Monetary·금액)은 얼마나 많은 돈을 썼느냐는 뜻.

대구백화점은 자사카드 및 멤버쉽카드 고객을 대상으로 'RFM' 분석을 통해 6개월마다 약 1천명의 상위 고객을 '애플클럽' 회원으로 관리한다. 대백카드 매출액을 기준으로 상위 1%의 애플고객이 전체 카드매출 중 무려 13%를 차지하며, 상위 20%가 매출의 70%를 책임진다. 대백은 지난달 최상위 100여 명을 선정하는 '프라임 애플클럽' 제도를 시작했다.

동아백화점 '퍼스트카드' 고객을 대상으로 귀족마케팅을 펼친다. 동아 퍼스트카드 소지 고객은 3천여 명. 전체 고객 17만여 명 중 1.7%에 불과하지만 매출액 중 25%를 차지한다. 동아백화점 조희수 CRM(고객관계관리) 팀장은 "아직 퍼스트카드 고객으로 한정돼 있지만 향후 최우수 VIP 고객을 별도로 선정해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했다.

롯데백화점의 VIP고객관리는 별도 멤버쉽 카드가 발급되는 MVG(Most Valuable Guest) 고객과 애비뉴엘(Avenuel) 고객으로 구분된다. MVG고객은 연간 구매액 기준으로, 애비뉴엘 고객은 명품브랜드로부터 추천받은 고객들을 대상으로 선정한다. 회원수는 각각 1천 명과 500명. 전체 롯데카드 고객의 0.3%에 불과한 이들의 매출 비중은 5%에 이른다.

그렇다면 과연 어떤 사람들이 VIP가 될까? 차이가 있지만 일단 VIP가 되려면 연간 구매액이 수천만 원대. 대구백화점이 애플고객을 분석한 결과, 연령은 40대가 36%로 가장 많았고, 50대 28%, 30대도 22%나 차지했다. 지역별로는 수성구가 51%, 달서구와 남구가 각 11%, 10% 순이었다. 사업가와 의사, 교수, 변호사 등 전문직이 주를 이뤘으며, 아파트 거주 고객이 80% 이상을 차지했다. 특히 카드 소유자는 남편이더라도 실제 이용고객의 90% 이상은 여성으로 분석됐다.

◇ 어떤 서비스를 받나

한번 VIP 서비스를 '맛본' 고객은 탈락하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쏟는다. 심지어 친구 쇼핑에 따라나와서 자기 회원카드로 결제하고, 구매 금액이 충분한데도 VIP가 못된 이유를 따지는 고객도 있다. 심지어 작년에 VIP 회원이었으니 올해도 전용 주차장과 전용 라운지를 이용하겠다며 고집을 피우는 사람이 있을 정도. 그만큼 VIP 서비스는 중독성이 있다.

대구백화점은 최근 애플클럽 중 최상위 고객인 '프라임 애플클럽' 회원 100여 명을 위해 최근 '퍼스널 샤퍼'(personal shopper)를 도입했다. 말 그대로 개인 쇼핑도우미. 사전에 구매 품목을 예약하면 선호 브랜드·취향·디자인까지 분석해 예상 구매품목을 '퍼스널 샤퍼룸'에 진열해 둔다. 대구백화점 CRM팀 김종해 과장은 "최근 본점과 프라자점의 애플클럽을 이원화시켜 점포별 특성에 따라 차별화된 애플클럽을 운영하고 있다"고 했다. 동아백화점은 퍼스트카드 고객에게 구매시 5% 할인 혜택을 준다. 아울러 50% 할인 가격으로 문화센터 강좌를 들을 수 있고, 식당가 이용시 10% 할인을 받는다. 동아 역시 조만간 쇼핑점과 수성점에 VIP룸을 만들고 전담 서비스매니저도 투입할 예정이다. 롯데백화점 역시 음료 및 다과가 무료로 제공되는 전용라운지를 갖추고 있다. 아울러 문화공연 및 대형이벤트 특별 초청 혜택이 주어진다. 롯데백화점 대구점 애비뉴엘 라운지 김자영 매니저는 "앞으로 라운지 내에서 컬렉션이나 전시회를 수시로 열고, 고객이 원할 경우 즉석 구매가 가능토록 할 방침"이라고 했다.

VIP 서비스의 기본은 '차별화'. 결제할 때 VIP 카드를 내밀고, 그것을 받아든 계산담당 직원이 놀라는 표정을 지으며 "어머! VIP 고객이셨어요?"라고 한마디 외치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는 뜻이다.

김수용기자 ks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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