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일본의 오늘과 내일, 그리고 우리

입력 2005-11-17 11:50:27

지난 주말 저는 일본 교토에서 보내면서 일본의 오늘과 내일을 생각해 볼 기회가 있었습니다. 제주에 가는 시간이면 올 수 있는 너무도 가까운 우리의 이웃나라인데 어찌하여 이렇게 멀고도 먼 곳으로 느껴질까요? 세상이 한가족으로 친밀해지고 있는데 일본과 우리는 왜 점점 멀어져가고만 있는 듯할까요? 일본은 우리가 너무 모르고 알려고 노력도 별로 안 하는 것은 혹시 아닐까요?

일본이 우리보다는 훨씬 잘사는 나라라는 것은 모르는 한국인이 없습니다. 그런데 그 잘사는 부자나라가 얼마나 풍요로운지는 생각하는 사람이 많지 않습니다. 일본을 깊이 관찰하고 이 섬나라의 오늘과 내일을 예리하게 직시해야 합니다. 우리나라와 겨레에게 미치는 일본의 영향이 너무도 크기 때문입니다. 우선 일본의 경제력을 조금만 정신 차리고 꿰뚫어 보면 좋겠습니다. 세 가지 통계숫자가 놀랍습니다.

첫째, 이 나라의 대외순자산(對外純資産)이 5천억 달러를 상회합니다. 세계 제일입니다. 둘째로 가구당 저금액이 1천182만 엔(1억 원 이상)이어서 미국의 3배입니다. 영국의 4배이고 물론 세상에서 제일입니다. 셋째로 일본의 땅값을 다 합하면 세상 땅을 다 사고도 남습니다. 도쿄 한 도시의 땅값만으로 미국을 사들일 수가 있다는 계산이 나옵니다. 경제통계만이 행복지수라면 일본은 의심할 여지도 없이 지상천국(地上天國)입니다. 우리가 따라잡을 가능성은 거의 없습니다. 그런데 정말 일본이 낙원일까요? 그렇지 못한 것이 오늘의 일본이고 이 나라의 내일을 걱정하는 정신계의 지도자들이 많이 있습니다. 우리에게는 가까이 있는 타산지석(他山之石)입니다. 배워야 할 것들은 겸허하게 배우고 흉내내지 말아야 할 일들은 절대로 삼가는 것이 현명합니다.

일본은 오늘 참으로 걱정스러운 사회현상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가정폭력이 위험수위를 넘기고 있습니다. 학교폭력이 끔찍스럽게 보도되고 있습니다. 자살(自殺)문제가 너무도 심각합니다. 물질의 풍요는 정신의 빈곤을 같이 가져옵니다. 사회적 보호를 받아야 할 노인이 200만 명입니다. 25년 후에는 540만 명으로 증가할 것입니다. 65세를 넘기는 노인들 가운데 5%는 치매환자가 되고 85세를 넘기면 24%가 치매로 죽은 삶을 살아야 합니다. 이러한 두려움 때문인지 노인(60세 이상)의 자살률이 35%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세상에서 상위권에 속하고 특히 여성의 자살은 일본이 세계 2위입니다.

또 하나의 큰 문제는 인구의 감소입니다. 21세기에 들어서면서 일본인의 숫자가 줄기 시작합니다. 젊은이들이 자녀를 낳아서 기를 생각을 안 하고 인생을 즐기려고만 합니다. 이대로 가면 천년 후에 이 지구상에는 일본인을 찾아볼 수 없게 될 것이라고 일부 미래학자들은 염려하고 있습니다.

교토에서 잠을 설치면서 일본의 장래문제를 숙고하는 저는 부들부들 떨리는 느낌을 억누르기 힘듭니다. 일본의 이 딱한 사정을 걱정할 여유가 제게는 없습니다. 이렇게 제 가슴에 중압감을 뼈아프게 절감하는 까닭은 우리나라와 칠천만 민족의 오늘과 내일 때문입니다. 성장일변도로 나가는 경제는 이제 지속성과 분배정의(正義) 그리고 환경친화, 생명경외의 대원칙을 지키며 가는 쪽으로 바뀌어야 합니다. 너무도 분명합니다. 물질적 풍요가 나쁜 것은 아니지만 그 풍요는 정신적인 고도의 가치가 적절하게 같이 지켜져야 사회질서와 조화가 지속됩니다. 우리나라와 민족은 일본의 잘못을 답습할 필요도 없고 그래서는 우리의 내일이 없습니다. 물질적인 선진국 일본에서 배워야 할 교훈은 정신적이며 도의적인 가치의 고양이 우리 민족의 나아갈 길인 것을 깨닫는 일입니다

이윤구 백범사상실천운동연합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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