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노트-선거 아니면 강 건너 불구경?

입력 2005-11-17 10:40:59

"한나라당 대구·경북 의원님들, 어디 계십니까?"

정부의 수도권 공장 신·증설 허용 방침에 대구·경북 여론이 들끓고 있다. 일부 구미 시민들은 '대 정부 투쟁'이라는 섬뜩한 말을 할 만큼 격앙된 감정을 숨기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국회에서 지켜보면 대구·경북 한나라당 국회의원들은 강 건너 불 구경한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당장 타격을 받은 구미에 지역구를 둔 김성조(구미갑), 김태환(구미을) 의원과 인근의 임인배(김천) 의원 등만이 나서고 있다. 나머지 의원들은 결의안에 서명한 것으로 역할을 끝낸 듯하다. 이 중 일부 의원들은 개인적인 소신을 내세워 결의안 서명에도 반대했다.

15일 국회 건설교통위원회에서는 추병직 건설교통부 장관을 앞에 두고도 안택수(대구 북구을)·정희수(영천) 의원은 이와 관련해 한 마디도 하지 않았다. 이뿐이 아니다. 지난 4일 정부의 발표 이후 대구·경북 의원들은 그 흔한 대책회의 한 번 열지 않았고 공동성명서 한 장 내지 않았다.

중·저준위 방사성폐기물처분장(방폐장) 유치와 대구 동을 재선거 당시와는 너무나 다른 모습이다. 전국적인 현안이 됐던 방폐장 유치 당시 경북 의원들은 역할 분담을 통해 하루가 멀다 하고 해당 지역을 찾았고, 동을 재선거의 경우 박근혜 대표를 필두로 대구·경북 의원들은 물론 보좌진까지 대구에 상주하다시피 했었다.

하지만 자칫 대구·경북 경제의 동반 붕괴를 초래할지도 모를 이번 사태에 대해서는 입을 꾹 다물고 있는 게 한나라당 대구·경북 의원들의 자화상이다.

한 정치권 인사는 "한나라당 간판만 달면 말뚝을 꽂아도 당선되는 분위기에서 내 지역구가 아니면 쉽게 나서지 않는 대구·경북 정치권 분위기가 그대로 드러났다"며 씁쓸함을 숨기지 못했다.

이창환기자 lc156@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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