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시평-잊히는 '순국선열의 날'

입력 2005-11-16 11:51:38

17일은 제66회 순국선열의 날이다. 특히 올해는 광복 60주년으로 순국선열의 날이 더욱 의미 있게 다가온다.

순국선열의 날은 일제에 침탈당한 국권회복을 위해 항일투쟁으로 순국하신 선열들의 얼과 위훈을 기리기 위해 정부에서 제정한 법정기념일이다. 1905년 11월 17일은 실질적으로 국권을 상실한 을사조약(乙巳條約)이 늑결(勒結:강제로 체결)된 날로 이날의 망국을 전후하여 수많은 애국선열들이 순국하였으므로 이날을 기념일로 제정하게 된 것이다.

그 시작은 1939년 11월 21일, 한국 독립운동의 구심체였던 대한민국임시정부 임시의정원 제31회 임시총회에서 지청천, 차이석 등 6인의 제안에 따라 망국일인 11월 17일을 순국선열 공동기념일로 제정한 것이 그 시초이며, 이후 8'15광복 전까지 임시정부 주관으로 행사를 거행하였고, 광복 후에도 60년대 한때 정부행사로 거행하기도 하였으나, 이후 광복회 등 민간단체들에 의한 추모행사로 축소 거행되어 왔다. 그 후 독립유공자와 그 유족들의 오랜 숙원에 따라 1997년 5월 9일, '각종 기념일 등에 관한 규정'을 개정하면서 정부기념일로 복원되어 그해 11월 17일부터 정부 주관 행사로 거행해 오고 있다. 올해에도 국가보훈처 주관으로 백범기념관에서 기념식이 거행되고 대구'경북에서는 신암선열공원에서 순국선열의 날 기념식이 거행될 예정이다.

특히 올해는 광복 60주년을 기리기 위하여 작년까지 연 1회 광복절에만 실시하여 온 독립유공자 포상을 3'1절, 광복절, 다가오는 순국선열의 날까지 3회 실시하여 독립운동가에 대한 발굴을 적극적으로 실시하여 훈격에 걸맞은 포상을 하고 있다.

이번에 포상을 받는 의병순국자 103명은 '전문사료발굴'분석단'이 국가기록원 등에 흩어져 있던 각 지방 일본군 수비대와 경찰서의 정보 보고서인 '폭도에 관한 편책'자료를 수집해서 순국자의 이름을 일일이 확인하여 발굴하는 등 숨은 독립유공자 발굴에 정부가 적극 나선 결과이며, 이는 역사를 바로 세우고 후대에 순국선열의 뜻을 가르치고자 하는 역사적 필요에 의한 것이다.

우리 지역은 전국에서 독립운동가가 가장 많이 배출된 역사와 충절의 고장이며, 이를 반영이라도 하듯 대구경북 지역 초'중'고등학생과 지역민의 뜻과 성금을 모은 결과로 지난 10월 27일 대구망우공원에서 대구'경북 항일독립운동 기념탑의 기공식이 개최되었다. 내년 4월경 완공될 예정인 기념탑은 높이 45m 규모로 세워지며 항일 독립운동 자료 전시관 등도 함께 설치될 예정이다. 이 기념탑은 우리 지역에서 순국하신 순국선열의 뜻을 기리는 것뿐만 아니라 고난의 역사에 굴하지 않고 오늘의 대한민국이 존립하기까지 조국광복을 위해 흘린 수많은 애국지사들의 위국 헌신 정신을 기리는 상징이 될 것이다.

최근 들어 각종 기념일과 축제, 문화제 등의 행사가 일 년 내내 거행되고 있으며, 바쁜 일상 생활 속에서 대다수 국민은 올해로 순국선열의 날이 제정된 지 66년째를 맞는 오랜 역사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순국선열의 날이 있는지조차 모르고 지내고 있으며, 순국선열의 의미도 바로 알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는 것 같아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과거 없는 현재는 없고 현재 없는 미래 또한 있을 수 없다. 올바른 역사인식을 고취하고 민족정기를 함양하기 위해서는 역사 교육의 중요성이 그 무엇보다도 강조되어야 한다. 이러한 의미에서 볼 때 '순국선열의 날'은 뜻 깊은 날이 아니라 할 수 없다. 오늘 다시금 순국선열의 날을 맞아 가까이에 있는 현충 시설을 찾아보고 순국선열들의 정신을 되새기는 시간을 가져보기를 권한다. 그리고 국가가 나를 위해, 또는 타인이 나를 위해 무엇을 해주기를 바라기보다는 나 자신이 국가를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 것인가를 생각한다면 순국선열의 정신은 오늘에 다시 살아날 수 있을 것이다.

추헌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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