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전! Travel라이프]인도 속 세계문화유산(5.끝)-힌두제국의 수도 함피

입력 2005-11-16 10:22:51

사방 끝없이 펼쳐진 바위산·사원 '장관'

'전화위복(轉禍爲福)'. 인도 현지에서 이를 직접 체험했다. '함피'에서 300km정도 떨어진 곳에 위치한 '하이데바라드'라는 도시에서 있었던 일이다.

밤새 야간열차에서 시달린 몸을 달래기 위해 그곳의 한 숙소를 찾았다. 에어컨이 딸린 싱글룸을 하나 잡았는데 형편없는 시설이었다. 에어컨은 고장난 지 오래된 듯하고 방도 3층 제일 구석에 있어 햇빛도 제대로 들어오지 않았다. 숙소 관리인에게 항의를 해볼까 하다가 어차피 함피로 가기 위해 잠시 묵어가는 것이어서 그냥 참았다.

기차표를 예매하고 유명한 '비리야니(볶음밥 종류)'를 배불리 먹고 숙소로 돌아오는데 소방차가 한 대 있었다. 숙소 3층에선 검은 연기가 나고 있었다.

순간 '아! 이대로 인도 배낭여행은 끝이구나' 하는 생각이 머리를 스쳤다. 불길에도 불구하고 재빨리 3층으로 올라갔다. 신이 도와준 것일까? 내가 잡은 방은 제일 구석에 있어서 화를 면했다. '만약 에어컨이 고장났다는 이유로 다른 방으로 이동을 했다면 어떻게 됐을까?' 생각을 하니 아찔했다.

불이 난 숙소에서 무사히 하루를 보내고 다음날 사라져 버린 제국도시 '함피'로 향했다. 함피에 도착을 하니 동양계인 나를 보고 현지 아이들이 '제키 찬'이라며 반겨줬다. '함피'에서 최근 성룡·김희선 주연의 '신화'라는 영화를 촬영했기 때문에 성룡과 비슷한 동양인 남자에게는 모두 제키 찬이라 부른다고 한다.

거대한 화강암 덩어리 수 만개가 쌓여 생긴 바위산이 잘 보이는 숙소에 짐을 풀었다. 영화 '신화'에서 그려진 함피의 모습은 겨울에는 눈이 내려 거대한 바위산을 뒤덮는 그런 곳이었는데 와보니 물조차 귀한 열대성 기후였다. 실제 인근 바위들이 열을 받아 '함피'는 인도 전역에서 기온이 높은 곳으로 꼽힌다.

'함피'는 14세기 인도역사에서 가장 큰 힌두제국이었던 '위제너거르'의 수도였다. 16세기 초 제국의 전성기에는 인구가 50만에 이르렀으며 향신료와 면산업을 중심으로 한 중계무역으로 막대한 부를 축적했다. 하지만 번영은 오래 가지 못했다. 1565년 이슬람세력의 침공에 제국은 멸망하고 그때부터 지금까지 폐허로 남아 있다.

먼저 '헤마쿤다 힐(Hemakunda Hill)'에 올라 함피 일대를 바라보았다. 끝도 없이 펼쳐진 바위산과 이곳저곳에 있는 사원들. 이곳에 오르면 누구나 '지구상에 이런 풍경도 있구나'하고 감탄한다. '함피'는 1999년 유네스코로부터 위험에 처한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받았다. 자연재해, 전쟁으로 인해 문화유산이 훼손되는 것을 막기 위해 유네스코에서 이런 제도를 만들어 복원전문가까지 파견해서 복원작업도 펼치고 있다.

헤마쿤다 힐에서 내려와 함피 사원의 1번지 '빗딸라 사원 (Vitthala Temple)'으로 향했다. 이 사원은 '비자야나가르 왕조'의 최후의 걸작품인 만큼 다른 사원에 비해 보존상태가 좋았다. 사원정문으로 들어서면 화강암을 깎아 만든 전차가 한 대 서 있는데 실제로 이 전차가 움직일 수 있게 제작됐다. 하지만 있는 힘을 다해 힘껏 전차를 밀어보았지만 꿈쩍도 하지 않았다.

'빗딸라 사원' 신전으로 통하는 입구에는 26개의 화강암 기둥이 있다. 각기 다른 소리가 난다고 해서 '음악 기둥'이라고도 불린다. 영화 '신화' 속에서도 인도의 전통의상을 입은 무희가 음악기둥을 두드리면서 춤을 추는 장면이 나온다.

해 질 무렵 함피에서 가장 멋진 일몰을 자랑한다는 '마탕가 힐(Matanga Hill)'에 올라 지난 1개월간의 여정을 정리해봤다.

5곳의 인도 속 세계문화유산. 찬란한 옛 인도선조들의 유산을 볼 때마다 가슴벅차 오르는 감동을 느꼈다. 또 이러한 감동을 후손들에게 온전히 전해주어야 한다는 당위성도 느꼈다.

류시화 시인의 '지구별 여행자'란 책 제목과 같이 현재를 살아가고 있는 모든 사람들은 '그냥 스쳐 지나가는 여행자'일 뿐이다. 지진, 태풍 등 자연재해와 크고 작은 전쟁, 그리고 인간의 무자비한 손길로부터 우리의 소중한 문화 유산을 잘 지켜내 '후손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여행자'가 되어야겠다고 다짐했다.

곽규환(건국대 경영학과 3학년)

후원 : GoNow여행사(로고 및 연락처)

사진: 1. 세계 각국에서 온 관광객들이'빗딸라 사원'내에 있는 전차모양의 건축물을 감상하고 있다 2.제국의 규모가 엄청났다는 것을 짐작게하는'함피'의 유적터 3 .폐허가 됐지만 푸른 하늘 아래 아름다움마저 느껴지는'헤마쿤다 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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